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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속셈’이 있다 [말글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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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셈 없는 사람은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속셈 없는 사람은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스무살 언저리. 식당에서 밥을 더 얻어먹겠다는 심산으로 잔꾀를 부렸다. 비빔밥을 시키고 일부러 고추장을 반 숟가락 더 넣어 벌겋게 만들었다. 식당 주인에게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어 매워서 그러니 밥 좀 더 주실 수 있나요?” 얼마나 잔머리를 굴리며 살아왔을지 안 봐도 알겠지?



연필이나 계산기를 쓰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하는 계산을 속셈이라 하는데, 외우는 것이라곤 구구단밖에 없는 나로선 속셈으로 ‘35×72’ 같은 두 자릿수 곱셈은 엄두도 못 낸다. 머릿속 허공에 칠판을 달아 놓고 셈을 해 봐도 ‘35×2’의 값을 금방 까먹어 버리니 도무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숫자로 하는 속셈은 답이 떨어지기라도 하지만, 다른 일을 궁리하는 ‘속셈’은 다르다.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어떤 일을 꾸미니 부정적인 말맛을 풍기지만, 속셈 없는 사람은 없다. ‘계산적인’ 사람을 싫어한다지만,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꿍꿍이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계획 없이 무턱대고 살다가는 큰코다치는 세상이다. 무디긴 하지만 ‘속셈’을 ‘숨은 의도’라고 바꿔 써 보면, 속셈을 그리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속셈이 있다. 우리 삶은 속셈의 연속. 순간순간을 어떤 속셈으로 대하는지에 따라 삶의 모습은 달라진다.



스스로 고백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건만, 사람들은 타인의 ‘속셈’을 잘도 알아맞힌다. 마음속 궁리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서 그렇다. 우리는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것이 ‘야로’인지 ‘진심’인지 안다. 눈치 빠른 사람은 금방 알아채고 눈치 없는 사람은 뒤통수를 맞은 다음에야 알게 되지만.



속셈은 언젠가 드러난다. 행위가 속셈을 일러바친다. 그러니 속셈보다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김진해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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