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라 퍼사드비세사 전 트리니다드토바고 총리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승리한 후 포트오브스페인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카리브해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 총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야당 연합국민회의(UNC)가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첫 임기 때 ‘최초 여성 총리’ 기록을 세운 캄라 퍼사드비세사 전 트리니다드토바고 총리(73)는 오는 30일(현지시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퍼사드비세사 신임 총리는 치안 관리가 화두인 이번 선거에서 베네수엘라 갱단원 추방을 공약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따라 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선거위원회는 29일 선거 예비결과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 열린 투표에서 UNC가 하원 41석 중 26석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중도 성향 집권당인 인민국민운동(PNM)은 기존 21석에서 8석을 잃은 13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23년 창당한 토바고인민당(PTP)은 2석을 얻으며 제3당으로 의회에 처음 진출했다.
이번 선거의 등록 유권자는 115만3850명으로, 투표율은 54%였다.
2010년 첫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여성 총리로 취임해 5년간 집권한 퍼사드비세사 총리는 두 번째 집권 기회를 얻었다. 퍼사드비세사 총리는 트리니다드토바고 남부 시파리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상은 1880년대 영국이 인도인을 자국 식민지로 보내 일을 시킨 ‘계약노동제’ 일환으로 트리니다드토바고로 이주했다. 변호사 출신인 퍼사드비세사 총리는 1987년 정계에 입문해 세인트패트릭카운티 시의원, 국회 상원의원 등을 지냈고, 가정 폭력과 아동 보호 등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데 두각을 드러냈다.
퍼사드비세사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공공급여 인상, 삭감 위기인 노인 연금 보호, 국영 석유회사 재건 등 공약을 발표했다. 동시에 치안·이민 분야에서는 불법 이민자 및 범죄 외국인 단속 강화 등 강경책을 내세웠다.
전 세계 범죄율 7위인 트리니다드토바고는 국내·국외 갱단의 마약 밀매 중계지로 활용되며 2010년대에 들어 치안이 급격히 악화했다. 2024년 트리니다드토바고 살인 범죄율은 10만명당 41.3명으로, 2014년(10만명당 27명)에 비해 52% 늘었다.
갱단 살인사건이 횡행하자 트리니다드토바고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PNM 소속 키스 롤리 전 총리가 책임을 지고 지난 3월 사임했다. 후임자 자리에 앉은 같은 당 스튜어트 영 전 총리는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지만 실패했다.
퍼사드비세사 총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따라 하기’ 행보를 보였다. 당대표인 그는 지난해 11월 자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을 강제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날 그의 행정명령을 칭찬하고,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와 관련해선 “극좌 성향의 의제가 미국 국민과 세계에 재앙을 불러왔다”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 이민자를 추방 대상으로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이민자에 대한 낙인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언론 뉴스데이는 “퍼사드비세사 총리는 이주민 집단을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몰아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에서 사용한 분열 전략을 그대로 따라 했다”며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이주민을 악마화했다”고 평가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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