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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본 작은 영화관의 힘, 감독 세대교체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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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고레에다와 함께 한 25년’을 기념해 내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티캐스트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고레에다와 함께 한 25년’을 기념해 내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티캐스트 제공


“한국 관객들이 저를 좋아하는 이유? 글쎄요, 제가 한국을 자주 오기 때문 아닐까요?(웃음)”



한국 영화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또’ 내한했다. “새 영화를 만들면 일본 공개 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이 코스처럼 정해져서 한국이 외국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그이지만, 이번 내한은 조금 특별하다.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가 개관 25주년을 맞아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고레에다와 함께 한 25년’을 열어 이 극장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그의 대표작 13편을 상영한다. 이를 기념해 내한한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에서도 이 정도로 많은 작품을 상영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29일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전했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아수라처럼’ 등 드라마 연출에 힘을 쏟았던 그는 지금 신작 영화 촬영에 한창이다. “어릴 때부터 연속극 드라마를 좋아했고 연출에도 나름의 재미를 느꼈지만, 앞으로 5년 정도는 영화만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오티티(OTT) 시리즈를 연출하면서 새삼 극장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오티티와 비교하면 영화를 본다는 건 불편하고 성가신 행위입니다. 시간도 정해져 있고, 화장실에 가려고 중간에 멈출 수도 없죠. 그런데 그런 불편함이 인간에게 중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최근 하게 됐어요. 영화관에 가는 건 나보다 큰 존재를 만나는 것과 같아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고레에다와 함께 한 25년’을 기념해 내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티캐스트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고레에다와 함께 한 25년’을 기념해 내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티캐스트 제공


고레에다 감독이 국제 무대에서 홀로 분투하던 2000년대와 달리 최근 일본 영화계에선 차세대 감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하야카와 치에를 비롯해, 후카다 고지, 이시카와 케이 등 젊은 감독들 작품이 6편이나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한국 영화는 올해 장편 영화 진출작이 한편도 없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에서는 감독들의 세대교체가 시작되고 있다.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며 작은 예술영화관(미니 시어터)이 버텨주고 있는 게 신인 감독 배출에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폐업 위기에 처한 미니 시어터 상당수가 팬들의 모금으로 살아남으면서 젊은 감독들도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오티티 등 미디어 환경의 급변에도 쉽게 바뀌지 않는 일본 특유의 문화도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그는 “일본은 변화가 느린 편이라 영화계가 어려워져도 극장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으니 창작자들도 남아있는 것 같다”며 “한국은 창작자들이 오티티 제작 쪽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들이 줄고 관객도 줄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봄’이나 ‘파묘’ 등을 보면 한국 영화의 힘이나 개성은 여전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제 한국에 먹으러 온 김에 촬영이나 극장 상영도 하는 것 같다. 오늘도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 풀기 전에 간장게장을 먹고 왔다”며 남다른 한국 음식 사랑도 자랑했다. 영화 ‘브로커’(2022)를 찍는 8개월 동안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 배우들과 촬영했던 그는 한국·중국·일본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는 새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촬영 중인 작품과 차기작을 끝낸 내년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1995년 ‘환상의 빛’으로 감독 데뷔한 뒤 3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왕성한 창작욕의 원천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입원 한번 한 적 없는 건강한 몸”이라고 답했다. 그는 “어떤 주제를 보여주겠다는 결심보다는 그때그때 마음에 걸리는 걸 (이야기로) 부풀려 영화로 만들어왔다”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같은 건 없지만, ‘어느 가족’이 칸에서 상영했을 때 심사위원장이었던 케이트 블란쳇의 말대로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을 계속 담아온 것 같기는 하다”고 자평했다.



5월6일까지 진행되는 기념전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를 함께했던 배우 송강호 등과 ‘씨네토크’에 참여하고 마스터클래스도 진행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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