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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자만 5000만원 나갈 뻔”…국고 2천억 털릴 위기 막아낸 변호사들

매일경제 이승윤 기자(seungyo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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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조세그룹 유철형, 이동훈 변호사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원금 1600억원에 연12% 이자율. 하루 이자만 약 5000만원.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펀드 등 9개 투자단체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은 소송금액이 큰 만큼 소송당사자들에게도 부담이 큰 사건이었다.

론스타와 한국정부 조세분쟁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남은 사건으로 수천억원이 걸린 건곤일척의 대결이 8년간 이어졌다. 1,2심 재판부는 론스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자부담도 커졌다. 하지만 지난 24일 대법원이 한국정부 전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판이 뒤집혔다.

론스타 관련 조세사건만 7~8건을 맡으며 2008년부터 17년간 국세청을 대리해 온 법무법인 태평양의 유철형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와 2017년에 신입변호사로 들어온 첫 해부터 사건을 맡아온 이동훈 변호사(변호사시험 6회)가 대한민국 정부 승리의 숨은 주역이다.

이들은 국세청이 끝까지 태평양을 믿고 사건을 맡겨준 것에 감사하다며 승소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태평양 조세그룹 유철형(오른쪽), 이동훈 변호사.

태평양 조세그룹 유철형(오른쪽), 이동훈 변호사.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무엇인가

▷유철형 변호사=대법원에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서 판단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이번 판결은 기납부세액공제 충당을 한 후에 공제충당한 과세처분이 취소되면, 공제충당된 효력은 어떻게 되느냐. 그리고 그 후에 그 효력에 따라서 환급청구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첫 법리를 제시해준 판결이다. 이번 법리가 앞으로 기납부세액공제 충당과 관련해서는 국제조세 사건뿐만 아니라 같은 쟁점이 문제되는 국내조세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법리라고 생각한다.

조금 보충설명을 드리자면, 보통 기납부세액공제는 동일납세자 사이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A가 부동산 매각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신고해서 납부했는데 국세청에서 ‘부동산사업자니까 양도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봐서 종합소득세를 납부해야한다’며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서 부과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종합소득세액을 산출하면서 기존에 양도소득세 낸 부분은 빼줄 때 기납부세액공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번 사건은 특이하게 원천징수의무자(외환은행 등)가 납부한 원천징수세액을 원천납세의무자(론스타 등)가 납부할 세금에서 공제를 해줬다. 원천징수의무자는 배당소득과 양도소득을 중간투자자에게 지급하면서 직접 세금을 납부(원천징수)했다. 론스타 쪽은 한국에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국세청은 론스타 측이 한국에 고정사업장이 있다고 보고, 동일한 소득에 대해 론스타 측이 직접 납부해야 한다고 법인세를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납부된 원천징수세액은 기납부세액으로 봐 공제 충당했다. 론스타 측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대법원에서 법인세 부과처분이 부당하다고 처분이 취소됐다. 처분이 취소됐으니 정부가 걷어간 법인세를 돌려달라, 특히 원천징수돼 기납부세액으로 공제된 세액 상당액(원금 1600억원, 지연손해금 포함 약2000억원)을 돌려달라는 것이 이번 사건이다.

대법원은 법인세 처분이 취소됐으면 기존의 공제는 소멸돼 무효가 되고 원천징수한 세금에 대한 환급청구권은 원래대로 원천징수의무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론스타 등 원고들이 아닌 외환은행 등의 원천징수의무자들에게 청구권이 있기 때문에 론스타 등의 청구에 대해서는 이를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법리는 처음 말한 부동산 양도소득세 등의 경우에도, 환급청구권을 양도했을 경우 등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법리다. 기납부세액공제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는 것을 대법원이 처음으로 밝힌 거다.

―1,2심 재판부에서 론스타 쪽 손을 들어줬는데, 승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나

▷유 변호사=조세사건을 다뤄본 재판부라면 다른 판단을 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원천징수 관련 법리는 대법원이 다 정립을 해 온 상태이고, 이 상태에서 과연 당사자가 다른데 기납부세액으로 공제 충당한 이후에 그 부과처분이 취소되었을 때 기납부세액공제 충당과 관련된 걸 어떻게 처리할 거냐 하는 문제가 남는데 지금까지의 조세법리에 따르면 결국은 충당의 효력이 소멸된 경우와 똑같이 갈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동훈 변호사=부당이득반환 청구의 형태로 소가 제기된 관계로 1,2심을 행정법원이 아닌 민사법원에서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조세조와 민사조가 함께 판단해주니 당연히 나올 결과가 나온거라고 생각한다.


―8년 소송기간 중 어려웠던 점은

▷유 변호사=이 사건은 소송형식은 민사소송인데, 내용은 다 조세인 사건이다. 조세 관련된 채권이어서 이런 사건은 행정법원에서 관할을 가지고 처리해주면 신속하고 타당한 결론이 나올 수 있을텐데, 그 부분이 어려웠다. 한국에서 조세관련 사건 중 부당이득반환 청구로 환급을 청구하는 사건은 민사법원의 관할로 두고 있다.

이런 조세관련 사건에서는 금전청구라고 하더라도, 원인이 조세법률관계라고 하면 행정법원 관할로 배당해주는 것이 당사자들, 납세자든 국세청이든 양쪽에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조세전담재판부 같은 것이 민사법원에도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상 그렇게 재판부를 구성하기는 어렵다.

조세관련 사건이라면 소송형태에 관계없이 행정법원 관할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민사법원에서 조세 관련 내용을 다루려니 용어부터 설명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관련사건들이 대법원 계류중이어서 결과를 기다려야했던것도 있지만, 1심에만 6년이 걸렸다. 법원도 이런 부분은 전문법관을 도입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1,2심에서 패소하여 대법원에 상고했을 때 정부가 이길 수 없는 사건을 상고하여 국민의 혈세로 론스타 측에 이자만 더 물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비난을 받았던 것도 이 사건을 수행하면서 겪었던 어려움 중의 하나였다.

―국세청을 대리할 때, 또는 사모펀드를 상대할 때의 특수성이 있는가

▷이 변호사=이번 사건은 워낙 세간에 이슈도 많이 됐었다. 항소심에서도 지고 난 다음에는 국세청에서도 고민했을거 같다. 다른 법무법인을 선임해야하는지 등에 대해서. 국세청에서도 태평양이 계속 대리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왔다.

우리는 끝까지 해보고싶다는 뜻을 전했다. 국세청에서는 태평양이 그동안 국세청의 소송대리인으로 론스타 펀드 조세소송을 가장 많이 수행하여 이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로펌이어서 상고심도 태평양에 맡겼던 것 같다.

▷유 변호사=저는 론스타 사건과 관련해 2008년부터 국세청을 대리했다. 론스타 관련 조세사건만 7~8건 될건데, 그 중에 국내소송으로는 이 소송이 마지막 남아있는 사건이다.

론스타 측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2013년에 시작한 국제중재 사건(ICSID)에서도 태평양이 정부를 대리하였고 2022년에 결과가 나왔는데 거기서도 조세쪽은 배상책임이 전혀 없다고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론스타 펀드관련 소송으로 마지막 남은 이 사건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국세청은 심급대리로 하기 때문에 1심에서 패소하면 대리인을 많이 바꾼다. 다행히 국세청에서 믿고 끝까지 사건을 맡겨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이 변호사=2017년에 입사했는데 첫 해에 받은 사건이 이번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후 해외연수를 다녀왔는데도 사건이 그대로 있는거다. 1심을 지고, 2심 항소이유서 냈을때 다시 사건을 받아서 합류했다. 법무부, 국세청, 지방청과 계속 회의하고 치열한 나날을 보냈다.

―공익적 측면에서 대리를 계속한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유 변호사=그렇다. 수익성을 생각하면 대형로펌이 이 사건을 맡기는 어렵다.

이 사건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년간 다수의 조세전문변호사들이 투입돼야 하는데, 그 투입 비용에 비해 국세청 대리의 경우 변호사보수가 상당히 낮다.

그러나 이 사건에 적용되는 조세법리는 앞으로 동일한 쟁점의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데, 이 사건에서 그 법리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으면 한국 조세행정에 큰 혼란이 올 수도 있으므로 비록 보수가 적더라도 이 사건을 맡아 타당한 조세법리를 정립하고 그러한 혼란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론스타 펀드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해갔는데 국내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론스타와의 소송 사건인 이 사건에서 법리에 반해 다시 막대한 국고가 유출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수익성과 관계 없이 정부를 대리해 이 사건을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수행해 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앞으로 계획을 알려 달라

▷이 변호사=1심부터 3심까지 이 사건을 승소하기 위해 저희 변호사들도 고생을 했지만, 국세청담당자분들이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대법원에서 진다면 하루에 약 5,000만원씩 이자가 붙는 셈이 돼서 만일의 경우 이자로 나가는 국민 세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여러 비상대책도 많이 세웠었다. 서울지방국세청 송무1팀의 문진혁 사무관님, 이송하 조사관님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유 변호사=이 사건은 환송심에 가서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에 따라서 재판이 진행되면 머지않아 결과가 확정될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10여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하고 있는 건 공익활동의 하나로서 하고 있는 상증세법의 공익법인 세제 개선 작업이다. 상증세법이 30년 전 규제 규정을 그대로 두고 있다. 그 사이 법과 제도가 많이 바뀌었으므로 과거 30년 전 했던 규제들은 이제는 시대상황에 맞게 깨줘야 할 때가 되었다.

개선해야 할 대표적인 규제 중의 하나가 바로 대기업 관련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한도를 5% 제한하고 있는 상증세법 규정이다. 이 규정으로 인하여 대주주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공익법인에 기부하려는 선한 뜻이 있음에도 기부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의 우회지배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이 형사처벌까지 하는 등 가장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므로 상증세법은 적어도 공정거래법이 의결권을 허용하는 15%까지는 대기업 관련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대기업 관련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한도를 높이면서 대기업 관련 공익법인의 연간의무지출 금액의 50% 정도를 중소 공익법인에 재출연 하도록 하는 조건을 부여한다면, 대기업 관련 공익법인의 투명성도 높이고 중소 공익법인의 재정 개선으로 공익법인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행 상증세법은 기부의 문을 닫아두고 있는데, 기부의 문은 넓게 열어주고, 대신 주식을 출연받은 공익법인이 공익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경우 확실하게 제재를 하는 방향으로 상증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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