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대학교 초빙교수 (전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 |
아주 오래전 전라도 익산역 앞에 짚신장수가 둘 있었다. 아침이면 똑같이 짚신 100켤레를 만들어 나오는데 A장수는 2시반이면 다 팔고 B장수는 막차가 다 끊길 때까지 다 팔지 못한다. 심지어 가격도 똑같다. 오랫동안 짚신을 판 A장수가 죽을 때가 되자 가업을 이어받을 아들이 곁에 앉아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살아생전 어떻게 그렇게 짚신을 많이 파셨는지요. 제게 그 비결을 알려주십시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단 세 글자를 말하고 숨이 끊어졌다
"털, 털, 털."
유언과 같은 아버지의 말을 새겨들은 아들은 '털털털'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리하기 시작했고 곧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아 실행에 옮겨 아버지만큼 짚신을 많이 파는 짚신장수가 됐다. '털털털'의 의미는 다름 아닌 짚신에 붙은 '잔털을 털어내라'는 것이었다. 짚신을 만들다 보면 잔털이 많이 붙은 채로 완성되기 마련이다. B장수는 그것을 그대로 가져다 팔았고 A장수는 그 털을 다 다듬고 털어내 깨끗한 짚신을 가져다 판 것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조금 더 깨끗하고 좋은 물건을 선택하는 게 당연한 고객은 분명 둘을 비교한 뒤 A장수의 짚신을 샀을 것이다.
'디테일'이라는 것은 분야를 막론하고 일류와 이류를 가르고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경영에서 디테일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고 때때로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조직 내 관리시스템을 잘 갖췄다면 작은 성공에서 큰 성공으로 가기 위한 1단계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제는 이 관리시스템을 통해 사장은 물론 모든 조직원이 성장하기 위한 단계다. 관리시스템은 경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함에도 그 목적이 있지만 무엇보다 조직원들이 자신의 달란트를 발견하고 최대한 발휘하며 꾸준히 성장하게 하는 데도 큰 목적이 있다. 디테일의 힘은 모든 부분에서 강조해도 부족하겠지만 굳이 다시 강조하는 것은 디테일이 살아 있는 경영은 조직의 시스템 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례와 자료를 통해 디테일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기에 최근 창업한 대표자들을 만나면 나름대로 모든 면에서 디테일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짚신을 파는 A장수가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B장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털을 일일이 다듬는 수고를 들인 것처럼 많은 중소기업 사장이 기획과 생산, 마케팅, 그리고 사람 관리까지 디테일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설팅을 위해 조직에 가보면 그토록 중요한 디테일의 힘이 발휘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장은 자신이 팔고자 하는 물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또 함께 일하는 조직의 성장을 위한 모든 과정을 디테일하게 관리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졌지만 정작 조직원들은 사장의 마인드와 관계가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왜 그런 걸까. 기업의 경영에서 디테일의 힘이 발휘되려면 사장 혼자만의 마인드로는 안된다. 즉,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훈련'이 필요하다. 사장뿐 아니라 모든 조직원이 모든 업무를 디테일하게 바라보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 이것이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관리시스템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디테일의 힘'이라는 책으로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저자 왕중추는 자신의 책에서 '1%의 실수가 100%의 실패를 부른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사장이 가장 먼저 모든 일에서 디테일을 챙기는 것이 기본이다. 나는 컨설팅을 할 때마다 사장들에게 "디테일에 목숨을 걸라"고 이야기한다. 왕중추의 책에는 일순간의 실수, 아주 작은 습관, 미처 챙기지 못한 사소한 일 하나 때문에 평생을 일군 기업이 망하고 중요한 기회를 날리며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수많은 사례가 담겼다.
기업의 경영 또한 마찬가지다. 사장이 디테일한 부분을 챙기지 못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작은 부분으로 인해 시스템과 경영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가끔 직원에게 매사에 "응, 알아서 해요"라고 말하는 사장을 보는데 훈련되지 않은 조직에 "알아서 하라"는 말은 "회사를 알아서 말아먹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알아서 한단 말인가. 게다가 알아서 하라고 지시하고는 심지어 그것이 잘 실행됐는지조차 확인하지 않는 사장들은 대체 얼마나 간이 크단 말인가. 조금 과격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들은 '사장놀이'를 하는 것이지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다. 털이 우수수 떨어지는 짚신을 직원에게 건네며 "알아서 팔라"고 하고 몇 켤레나 팔렸는지 확인도 안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사장이 디테일에 목숨을 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동시에 직원 역시 비슷한 모습으로 훈련돼야 한다. 훈련되지 않은 조직은 모든 일에서 디테일이 빠졌다. 그들은 조직원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여러 사항에 대해 질문했을 때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한다. "언제"라고 물어보면 "몇 달 후쯤"이라고 대답한다. 과연 이 기업이 얼마나 오래 존속할 수 있을까. 아니, 존속은 할 수 있을까. 내 경험으로는 99% 머지않아 문을 닫는다. 디테일이 빠진 조직은 어떤 식으로도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다.
이기왕 호원대학교 초빙교수 (전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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