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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동절에 대한 단상 [2030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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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하니가 2024년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이 셀카를 찍자 웃고 있다. 고영권 기자

뉴진스 하니가 2024년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이 셀카를 찍자 웃고 있다. 고영권 기자


5월에는 유난히 지갑이 가벼워진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어느 날은 선물 주고, 어느 날은 밥을 산다. 그러다보면 대체 나를 위한 날은 언제인가 싶다. 이 물음에 가장 가까운 답이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노동절'을 고르겠다.

노동절 혹은 근로자의 날이라 불리는 5월 1일은 대통령령에 따른 법정 기념일이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이 땅 최초의 노동절 행사는 1923년 치러졌다.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역사와 의미가 깊은 기념일이다. 성공적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나라의 노동자를 위하는 날이기에 더욱 중하게 여겨야 한다. 하지만 정작 지금의 우리나라 국회는 노동자를 가볍게 여긴다.

작년 국정감사에 냄비처럼 빠르게 끓기보다 뚝배기처럼 오래 담아야 할 풍경이 있었다. 바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다. 그날 환노위 기사는 유독 연예면에서 많이 보였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기 때문이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매니저에게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다는 하니의 주장에 팬들이 국회의원실에 민원을 넣었고, 이에 국회의원들이 호응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1년에 89건의 자살 산재가 신청된다. 하지만 개인사업자인 걸그룹 멤버가 다른 회사 직원에게 들은 발언이라는 점, 유명 아티스트와 타사 매니저는 위계로 괴롭힐 수 없는 관계라는 점, 소속사와의 법적 갈등과 여론전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부르지 않는 게 합리적 선택이었다. 당시 환노위 위원장인 안호영 의원은 사법고시를 통과한 변호사 출신이다.

백번 양보해서 부를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의원들의 태도는 양보할 수 없다. 박홍배 의원은 뉴진스 스티커를 노트북에 붙여놓았고, 다른 위원회 소속인 최민희 의원은 출입문에서 하니의 인증샷을 찍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의원들의 인증샷과 팬클럽 인증 스티커로 환대받을 사람은 하니보다는 아리셀 참사, 쿠팡 택배 과로사 사망 유가족, 또는 작년 한 해 산업재해로 죽은 589명의 영정사진이었어야 했다.

국회는 아무나 부르지 않는다. 누굴 부르느냐는 곧, 누구의 고통을 인정하느냐의 선언이다. 정치가 귀 기울여야 할 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애를 챙기고 대중교통에 몸을 욱여넣으며 하루를 버텨내는 평범한 노동자들이다. 웹툰과 음악으로 밥벌이의 지겨움을 견뎌내고 가족을 보며 충전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하니에게도 고통은 있었겠지만, 공적 무대에 오를 순서는 아니었다. 그 자리는 더 주목받아야 할 이들을 위해 남겨두었어야 했다. 언론에 한 번이라도 더 비치려는 의원과 참고인의 욕심에 민생이 가려졌다. 작년에 벌어진 일이며, 반년가량 지났지만 꼭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시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 기억력이 안 좋으신 것 같다. 나는 속이 좁아 기억력이 좋다. 여전히 기억하고, 끝까지 기억할 거다. 2025년의 노동절을 앞두고 2024년의 환노위 소속 정치인들이 부디 석고대죄하길 바란다. 그대들이 당시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곧 수많은 노동자들의 소외이기 때문이다.

구현모 뉴스레터 어거스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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