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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권력인 세상[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54〉

동아일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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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어.”

―황병국 ‘야당’


“대한민국 마약판은 세 분류로 나뉜다. 약을 파는 놈과 그걸 잡는 놈, 그리고 그놈들을 엮어주는 나 같은 놈.” 황병국 감독의 ‘야당’은 강수(이하늘)의 내레이션을 통해 이 작품이 그리려 하는 세계를 압축해 설명한다. 강수가 말하는 야당이란 마약 사범들의 정보를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 넘겨주는 일을 하는 이들을 일컫는 은어다. 붙잡힌 마약 사범과 실적을 올리려는 수사기관 사이에서 야당은 일종의 정보 거래를 한다. 마약 조직의 정보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마약 사범은 형량을 낮추고 수사기관은 실적을 올린다. 야당은 그 양자의 거래를 통해 돈을 버는 이중 스파이 같은 역할을 한다.

영화는 마약 조직의 정보를 팔아 돈을 벌려는 강수와 이들을 소탕해 그 실적으로 권력의 상층부로 올라가려는 검사 관희(유해진)의 공조로 시작한다. 하지만 범죄물에서라면 늘 그렇듯 그 관계는 금세 균열을 일으킨다. 강수가 판 정보로 급습한 마약 현장에서 검거된 차기 유력 대권 후보의 아들과 관희가 결탁하게 되면서다. 권력욕에 눈먼 관희의 배신으로 죽음 직전까지 내몰린 강수의 대역전 복수극이 펼쳐진다.

전형적인 범죄물이지만 ‘야당’은 묘하게도 정치권을 떠올리게 한다. 한때 의형제처럼 지내며 한배를 탔던 관희와 강수가 더 높은 권력 앞에서 배신과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정치권을 닮아 있어서다. 여기서 정보는 권력 그 자체다.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어.” 관희의 말처럼 우리 시대에 검사가 정치 권력의 상층부로 올라갈 수 있게 된 건 바로 이 정보 때문이 아니던가. 이제 또다시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재, 흘러나오는 정보들의 의도를 눈여겨봐야 할 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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