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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서실 부사관 ‘몸종’ 다루듯 한 수도군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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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가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택 육군 수도군단장의 갑질을 폭로하고 있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군인권센터가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택 육군 수도군단장의 갑질을 폭로하고 있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육군 고위 지휘관이 비서실에 근무하는 군인들에게 자신의 가족 관련 허드렛일을 시키는 등 ‘갑질’을 해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육군은 감찰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2017년 박찬주 당시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의 ‘공관병 갑질’ 사건 이후로도 장병의 인권과 명예를 짓밟는 구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니 개탄할 일이다.



군인권센터가 29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박정택 육군 수도군단장(중장)은 지난해 3월 부인의 수영장 강습 신청을 대신 하도록 비서실 근무자에게 시켰고, 해당 근무자는 네차례나 새벽 4시부터 줄을 서가며 현장 접수를 했다고 한다. 또 박 군단장은 자녀 결혼식 때 비서실 근무자에게 운전기사 역할과 하객 대응, 짐 나르기 등을 지시하는가 하면 앵무새 새장과 러닝머신 중고거래 대행, 스포츠 경기 브이아이피(VIP) 관람권 구매, 관사 화단 가꾸기 등 온갖 잡일을 시켰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이런 갑질이 올해 초까지 계속됐다는 복수의 제보를 접수했다며 관련 메시지와 음성 파일도 공개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제복을 입은 군인들을 이렇게 ‘몸종’처럼 취급했다니 참담하다. 공사 구분은 공직자의 기본 중의 기본 자질인데, 3성 장군이란 사람이 이조차 갖추지 못했단 말인가. 부하를 대하는 태도가 이래서야 어떻게 일치단결하는 강한 군대를 만들 수 있겠나. 박찬주 전 사령관이 공관병·조리병·보좌관들을 ‘노예’처럼 사적으로 부린 사실이 드러났을 때 군은 장병의 사적 운용을 근절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근본적 인식·제도 개선은 없었던 셈이다.



12·3 내란 사태로 군의 신성한 사명과 명예를 온 국민이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됐다. 군은 또다시 쿠데타에 동원됐다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군의 사명을 벗어난 부당한 명령에는 따르지 않는다는 참군인들의 용기 있는 실천은 국민의 신뢰를 키우는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다. 군이 뼈를 깎는 성찰과 반성 속에 새롭게 태어나야 할 이 시점에 군대 내 갑질 의혹이 불거진 것은 묵과할 수 없다. 육군은 “육군본부 감찰조사팀에서 제보 내용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적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철저한 조사와 단호한 대처로 이런 일이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군의 체질과 문화를 쇄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신뢰와 군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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