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수능시험을 치르는 한 고등학교에서 수거되는 휴대전화. 사진공동취재단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학교 내 휴대전화 일괄 수거에 대한 진정을 기각하며 “기존 결정례를 10여 년 만에 변경한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낸 데 대해 부정확한 표현으로 오해를 샀다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애초 인권위 기준이 교내 휴대전화 수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었던데다 위원 상당수가 해당 사건에만 한정된 판단으로 받아들였는데도, 교내 휴대전화 사용 전반에 대한 인권위 기준이 바뀐 것처럼 설명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28일 보도자료를 내어 “ㄱ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등교 후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사용을 제한한 행위는 진정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나 통신의 자유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인권위법 제39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관련 진정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는 2014년 이래 중학교 및 고등학교 등이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교내 사용을 제한한 행위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해 온 기존 결정례를 10여 년 만에 변경한 것”이라고 했다.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제한에 대한 인권위의 기준 자체가 바뀐 것으로 이해될 법한 문장이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학생 휴대폰 소지에 대한 인권위 권고 초기에 드러나지 않았던 폐해가 새롭게 급증하고 있다 할 것이므로, 위원회의 기존 결정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다수의견(기각)에 손을 든 3명의 위원이 “이번 결정이 본 사건 진정에만 해당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소수의견으로 안건 기각에 반대한 위원 2명을 더하면 최소 위원 10명 중 5명이 이번 결정을 ‘결정례 변경’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표결한 셈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실에서 제7차 전원위원회가 열려 안창호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실제 진정 대상이 된 ㄱ고등학교 사건은 일반적인 휴대 전화 교내 사용 여부를 따진 것이라기엔 다소 복잡한 측면이 있다. 이 학교는 이번 사건 이전인 2022년 5월 인권위에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소지·사용을 하교 시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받은 적이 있다. 이후 같은 해 10월 학생·학부모·교사의 설문조사와 논의를 거쳐 학생생활규정 개정안을 시행했다. ‘1~7교시 수업시간에는 사용을 금하고, 수업 시간 이외에는 전자기기 사용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여전히 남아있는 휴대전화 수거에 문제를 제기하며 재차 진정이 제기됐고, 이번 결정이 내려졌다.
인권위 결정문 다수의견도 “이 학교가 인권위 기존 권고가 있은 다음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사를 취합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칙을 개정한 후, 학칙에 따라 이 사건 수거 행위를 한 것은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에 따른 것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민주적 과정을 거쳐 일부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 것은 용인할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다.
애초 교내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인권위의 기준이 ‘전면 허용’이 아니었다는 점도 이번 결정을 ‘결정례 변경’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간 인권위의 권고 취지는 휴대전화를 제한 없이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수업 시간 등 교육활동 중에 그 사용을 제한하고, 휴식시간에는 소지·사용을 허용하는 등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는 게 인권위원들 설명이다. 다만 남규선·원민경 위원은 “(ㄱ고등학교에서) 학생생활규정 개정 이후 이루어진 휴대전화의 소지·제한이 학생들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였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즉 실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학생생활규정의 개정 취지대로 집행되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검토는 하지 않고 단지 학생생활규정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이 사건을 기각했다”는 이유로 소수의견을 냈다.
지난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학교에서 아동의 스마트폰을 포함한 사생활 및 개인정보 보호를 협약 제16조에 따라 법과 실제에서 보장하고, 사전동의를 수집함에 있어 아동 친화적인 절차를 개발하고 적용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