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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약·옷가지도 못 챙겼다"…침울한 대구 산불 대피소(종합)

연합뉴스 황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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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변중 350명·팔달초 120명·매천초 17명 대피
산불 대피소인 팔달초 강당서 부축받는 어르신[촬영 황수빈]

산불 대피소인 팔달초 강당서 부축받는 어르신
[촬영 황수빈]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매일 먹는 당뇨약도 못 챙겨 나왔어요. 당장 오늘 저녁에 먹어야 하는데…"

28일 오후 대구시 북구 매천동 팔달초등학교 강당.

인근에 있는 함지산에서 난 산불이 여기저기로 번지면서 이곳에는 조야동 등 지역 주민 50여명이 대피했다.

대피소는 급하게 꾸려진 탓에 아직 의자만 있었다. 텐트나 구호품은 아직 없는 상태였다.

대피소에는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주민들은 굳은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보며 행여 산불이 확산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걱정하는 가족들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으면서 한숨을 쉬는 이도 있었다.


주민들은 대부분 60~70대의 적지 않은 나이로 보였다.

대구북구 산불 대피소(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28일 오후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민들이 하나둘씩 대피소인 팔달초 강당에 모이고 있다. 2025.4.28 hsb@yna.co.kr

대구북구 산불 대피소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28일 오후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민들이 하나둘씩 대피소인 팔달초 강당에 모이고 있다. 2025.4.28 hsb@yna.co.kr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어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어르신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조학이(72) 어르신도 구급차에서 내려 소방관들의 부축을 받고 강당에 힘겹게 들어섰다.


그는 급히 나온 탓에 지팡이 하나만 달랑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이랑 저녁마다 당뇨약을 먹어야 하는데 하나도 못 챙겼다"며 "당장 오늘 저녁에 먹어야 할 약도 없다"고 힘겹게 입을 뗐다.

조 어르신은 몸이 불편한 듯 직원들이 마련한 파란색 매트 위에 누웠다.


대구북구 산불 대피소서 안부 전화(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28일 오후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마련된 팔달초 강당에 주민들이 대피했다. 사진은 한 어르신이 안부 전화를 받는 모습. 2025.4.28 hsb@yna.co.kr

대구북구 산불 대피소서 안부 전화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28일 오후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마련된 팔달초 강당에 주민들이 대피했다. 사진은 한 어르신이 안부 전화를 받는 모습. 2025.4.28 hsb@yna.co.kr


집 근처에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일터에서 돌아온 주민도 있었다.

홍슬기(34)씨는 "일을 하던 중 재난 문자가 왔길래 뉴스를 보니 산불 피해가 크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생각보다 빠르게 번지길래 일단은 조기 퇴근을 했다"고 했다.

이어 "오늘은 집에서 못 잘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상황을 보다가 숙박업소나 친척 집에서 잘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 최모(52)씨도 "불이 난다길래 창문을 보니 연기가 엄청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며 "급한 대로 금품이랑 약, 옷 한두벌 정도만 챙겨왔다"고 말했다.

날이 저물자 동변중 대피소 2층 강당에는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교복 차림에 가방을 멘 학생들은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상황에 강당을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동변중 대피소를 찾은 주민들은 대부분 하룻밤을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송영훈(55)씨는 "금방 집에 돌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대피소에서 하루를 지내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주민 박모(50대)씨도 "여기서 하루 자야 하느냐"며 자원봉사자들에게 썰렁한 강당 바닥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는 "곧장 돌아갈 줄 알아서 짐도 간단히 챙겨왔는데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피소가 마련된 동변중에는 350명, 팔달초는 120명, 매천초에는 17명의 주민이 밤을 지새우게 됐고 서변동 소재 요양병원 입소자 45명은 대구의료원으로 대피했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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