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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주도로 '비밀경찰' 통해 반체제인사 탄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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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다수 국가에서 자국 국적의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는 ‘초국가적 탄압’(Transnational Repression)을 실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초국가적 탄압’이란 외국 정부가 다른 나라에서 해당국의 승인 또는 치안 협약 없이 자국민을 감시, 협박, 폭행하거나 납치해 자국으로 강제송환하는 등의 공작 활동을 뜻한다. 중국이 자국 밖에서 벌인 탄압 공작은 정부 주도로 전략이 수립됐으며, 중국 정부는 체계적으로 반체제 인사를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4월 28일(한국 현지시각)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전세계 언론인들은 지난 10개월 간 공동 취재한 결과인 차이나나타깃 프로젝트를 공개한다. 이번 취재에는 미국 워싱턴포스트, 영국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독일 슈피겔, 호주 ABC, 일본 NHK 등 30개국 43개 파트너 언론사와 104명의 언론인이 참여했다. 한국에선 뉴스타파가 43개 언론사 중 1곳으로 차이나타깃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9년 중국 정부가 신장자치구 내 위구르인들을 상대로 전개한 인권 탄압 실태를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차이나 케이블스]① 중국 기밀문서 폭로...알고리즘으로 위구르족 체포, 구금)

차이나타깃은 시진핑 정권이 유엔 인권이사회를 초국가적 탄압에 이용하고, 인터폴 수배 시스템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한 사실을 폭로한다. 또 중국이 국외 거주 반체제 인사들을 표적으로 삼아 자행한 탄압의 규모와 전략, 구체적인 방법론 등을 공개한다. 나아가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자국에서 일어나는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안일하게 대응하는 현실을 조명한다.

뉴스타파 등 차이나타깃 취재팀은 지난 수개월 간 23개국에 거주 중인 105명의 탄압 대상자와 인터뷰했다. 취재팀이 인터뷰한 대상은 소수민족 권리를 옹호하거나 홍콩 민주화, 파룬궁 운동 등 중국 공산당이 금기시하는 주제로 활동하는 중국인, 위구르인, 티베트인 등이다.


▲지난해 5월 시진핑 주석의 프랑스 국빈방문 기간, 베이징 출신 장솅다 씨는 현지 중국 민주화 단체 '중국 자유 전선' 활동가들과 함께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출처: 장솅다)
또 중국이 해외 반정부 활동을 탄압할 목적으로 작성한 △기밀 문서 △세계 각국과 주고받은 범죄인 인도기록 △인터폴 내부 문서 △유엔인권이사회 직원과 중국 당국자 간의 비공식적 대화 내용 등도 입수해 분석했다. 이와 함께 각국 정보기관이 생산한 보고서, 탄압 대상자에 대한 30여개 국가의 수사기록과 법원 판결문 등도 확보해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해외의 자국 동포사회를 감시하고 위협하기 위해 초국가적 탄압을 정교하게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초국가적 탄압은 외교 관례에 어긋남은 물론 국제법에 저촉될 소지가 커, 국제사회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 거주 중국 국적자에게 일어난 ‘국경을 넘은 탄압’
중국이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해당국 승인 없이 ‘비밀경찰서’, 즉 불법 영사관을 운영하며 각국에 체류 중인 반체제 인사 또는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있다는 정황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드러났다. 서울 한강변에 위치한 중식당 동방명주도 중국이 운영한 비밀경찰서로 의심받았다. 지난 2022년 12월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비밀경찰서가 위치한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는데, 한국 정보당국은 자체 조사를 통해 ‘동방명주가 비밀경찰서로 운영돼 왔다’고 잠정 결론내렸다.

한국과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가까워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에 산다. 이들 중엔 민주화 운동 경력이 있거나 중국 체제를 비판해 온 인사도 포함돼 있다. 차이나타깃팀의 취재 결과, 한국에 이주한 중국 국적자 중 일부는 계속되는 중국 정부의 위협에 난민을 신청했고, 법원 판결을 통해 난민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족 박모 씨는 20대 시절 우연히 외국 라디오를 듣다가 천안문 사태에서의 민간인 학살을 알게 됐다. 박 씨는 1993년부터 진상규명에 힘을 보탰고, 망명한 중국 민주화 운동가들과 연계해 중국 안에서 민주화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그 대가로 공안의 감시와 불법 구금, 고문을 반복해 받았으며, 고향에선 ‘반동분자’로 낙인 찍혔다. 중국에서 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준 곳은 없었다.


생활고를 겪던 박 씨는 밥벌이를 위해 2012년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서도 그는 중국 정부에 대한 반체제 활동을 이어갔다. 매년 6월 4일이 다가오면, 중국 관광객이 많은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천안문 사태 규탄 전단지를 배포했고, 중국을 비판하는 라디오 방송도 했다. 2014년 무렵에는 홍콩의 민주화 운동인 ‘우산혁명’을 지지하는 대외 활동을 벌였다.

이로부터 얼마 뒤, 박 씨는 중국에 남은 가족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중국 공안이 그의 근황을 탐문했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곧 한국 정부에 난민 인정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고, 난민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의 초국적 탄압이 시작됐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거나 한국 경찰이 그의 동태를 살피는 일이 잦아졌다.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는 박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무서우니까 절대 다른 사람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변호사나 가족 정도만 (내 전화번호를) 알았다”며, “받으면 아무 소리도 없다가 (전화가) 끊어졌다.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2016년에는 느닷없이 경찰관이 찾아와 그가 배포한 천안문 사태 규탄 전단지를 내밀었다고 한다. 박 씨는 “그거 (전단지) 복사한 것을 보여주면서 ‘이거 네가 한 거냐’고 물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때 경찰관이 전단지와 함께 건넨 명함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라고 쓰여 있었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이 외사과 직원은 주기적으로 박 씨를 만나며, 그의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 씨가 난민 신청을 위해 응한 면접조사에 따르면, 이 직원은 2016년 여름경 박 씨와의 식사 자리에서 “중국 대사관이 외사과에 파룬궁 모임, 반정부 모임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는 협조 내용을 전달했다.

‘공안이 보냈다는’ 한국인, 정치활동 하지 말라고 협박
행정소송이 계속되던 2018년 9월, 박 씨는 모르는 한국인에게서 불쑥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자신을 ‘한국 경찰’이라고 소개한 뒤 박 씨가 거주하는 집 주소, 난민 신청 사실, 정치활동 이력 등을 언급했다. 이어 “반정부 활동을 하지 말라. 죽는 수가 있다. 큰일 날 수 있다”며 압력을 넣었다.

박 씨는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데 언론의 자유도 있고 활동도 할 수 있는 곳인데 (협박을 받으니) 너무 무서워서 (자신과 연락하던 외사) 경찰관님에게 신고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씨의 신고를 받은 외사과 직원은 ‘경찰을 사칭한 한국인’과 직접 통화한 내용을 박 씨에게 전했다. 이 한국인은 사업을 위해 중국을 오가는 민간인으로 중국 공안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일을 돕는 ‘협력자’로 파악됐다. 외사과 직원은 “박 씨 고향의 공안이 (협력자에게) 협박을 시킨 것”이라는 정보도 박 씨와 공유했다.

박 씨의 난민 신청 행정소송을 맡은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고 박 씨가 한국에 거주할 수 있도록 난민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9년 서울고등법원은 “경찰관이 원고(박 씨)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고, 중국 공안의 부탁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경찰을 사칭하며 연락하기도 한 점, (원고가 소속된) 정당 활동에 대하여 중국 정부가 체포 등 탄압을 계속해 오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원고가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중국 정부가 원고를 박해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듬해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우리 난민법은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와 이로 인해 ‘공포’를 느끼는 이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박 씨의 경우는 법원이 공포를 느낄 근거가 있다고 보면서 중국 정부가 반정부 활동가 등을 상대로 ‘탄압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해 승소할 수 있었다.

탈북자 고문 폭로한 전직 공안에 ‘비밀경찰’ 압력 의혹
조선족 이규호 씨는 지난 2012년 중국 공안의 ‘탈북자 고문’ 사실을 최초 폭로한 ‘내부 고발자’다. 이 씨는 요녕성 심양에서 공안으로 근무하다 2002년 해고됐다. 그 뒤 복직을 요구하던 중 2010년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2012년 2월, 뉴스를 통해 중국 공안의 탈북자 고문 및 강제송환 사실을 접했다. 이를 계기로 탈북자 지원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과거 자신이 탈북자들을 상대로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한 경험 때문이라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몇달 뒤, 북한 인권운동가로 알려진 김영환 씨가 중국에 구금돼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자 이 씨는 과거 공안 재직 시절 입었던 제복을 입고 나와 탈북자 지원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중국 입장을 반박했는데, 이때 많은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2년 8월 초순경, 중국 교민사회의 ‘실세’로 알려진 한성호 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씨는 재한중국인 언론인단체 회원들을 불러모아 “중국 공안에서 이규호라는 이름이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 씨는 중국재한교민협회총회 회장으로 한·중 수교 이전부터 양국 간 교류에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중국 교민사회에선 동포단체 수장을 맡아 실세로 통했다.

이 이야기를 건너 들은 이 씨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2013년 2월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 그러나 난민 인정을 거절당하자 이듬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는 2016년 최종 승소해 난민 지위를 획득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의 양심선언은 그 경위, 방식 및 결과에 비추어 중국 정부에 미치게 될 파급력이 상당”하고, “중국 당국은 인터넷 조회수 5,000회 또는 전달 500회가 넘는 정부 비방 게시물을 처벌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중국 당국이 원고의 양심선언 등의 활동을 주목하고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시했다.

앞서 이 씨를 도운 한 종교인은 이 씨의 난민 신청 행정소송에서 “대부분의 조선족이 이 씨의 사건을 알고 있다”며 “이 씨가 중국으로 돌아가면 감옥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 씨 역시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소송 당시 중국 정부로부터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대사관이 한성호라는 사람을 통해 우리 동포단체 회장님한테 연락했다”며 “내가 ‘반중공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쫓아내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 때문에 단체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이 씨가 탄압의 배후로 지목한 이는 앞서 밝힌 한 씨다. 한 씨는 중국 공산당 산하 ‘통일전선공작부’의 해외조직 중 하나인 한화중국평화통일촉진연합총회의 창립 회장을 맡았다. 이 단체는 각국에 지부를 두고 화교로 하여금 중국의 영향력을 넓힌다는 명목으로 설립됐지만, 실질적으로는 해외의 반체제인사들을 관리하는 ‘비밀경찰서’를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 씨는 2018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뒤를 이어 한화중국평화통일촉진연합총회의 회장을 맡은 이가 동방명주 사장 왕해군 씨다. 동방명주는 한국 정보당국에 의해 한국 내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중식당이다. 또 왕 씨는 한 씨와 함께 유럽 7개국 안보 전문가가 검증한 통일전선공작부 ‘민간 네트워크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왕 씨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이 사건에 대해선 왕 씨에게 간첩죄를 묻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떠나 제3국으로 옮겨가는 정치적 망명자들
한국은 정치적 망명자들에게 안전한 국가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중국 국적의 반체제 인사들은 한국을 경유해 미국이나 캐나다 등 서구권 국가로 망명한다.

중국 안휘성 출신의 진모 씨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실태를 비판하고 네티즌들에게 VPN 사용법을 공유했다가 2020년 국가전복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구금에서 풀려난 그는 그 해 연말, 국내 한 대학에 단기연수를 신청해 한국에 입국했다.

진 씨가 한국에 머문 동안 벌어진 감시와 협박의 흔적은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남아 있다. 2021년 6월부터 진 씨는 중국 대사관 앞에서 각각 천안문 사태 규탄 및 대만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같은해 9월 10일 진 씨는 “모르는 사람들이 자취방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한국에 온 이후 처음으로 경찰을 불러야 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와 관련, 진 씨는 2023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중국인들이 자신의 이름과 외출 시간 등 일거수일투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중국인들의 정체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경찰이 도착한 이후 그들도 사라졌다”고 답했다.

현재 진 씨는 중국 본토에 귀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망명 신청을 했던 그는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중국 정부의 보복이 있었음을 주장했다. 2022년 업로드한 영상에서 진 씨는 “본토에 남은 가족들에 대한 정부의 괴롭힘이 심해져 이제 언론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미국까지 가서 망명 신청을 했던 그가 돌연 중국으로 ‘유턴’한 배경에 가족들에 대한 회유나 협박이 있었는지는 현재로서 확인되지 않는다.

해외 거주 중국인들도 유사한 피해 겪어
다만, 진 씨의 사례처럼 해외에 체류 중인 반체제 인사들이 비교적 일관되게 가족들에 대한 탄압이나 보복을 증언하고 있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 ICIJ 차이나타깃 국제협업팀이 인터뷰한 탄압 대상자 105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자신의 반체제 활동이 고국에 남은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들 상당수는 반체제 시위나 행사에 참여한 직후, 중국이나 홍콩에 거주하는 가족이 현지 경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찰이나 보안 당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은 정황이 나타났다. 먼저 105명 중 60명은 중국 공무원 또는 민간인 대리인에 의해 미행이나 감시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 27명은 온라인에서 명예훼손 피해를 입었고, 19명은 의심스러운 메시지를 받거나 국가 기관 등으로부터 해킹 시도를 당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홍콩의 은행 계좌가 동결된 사례까지 있었다.

22명은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는 민간인으로부터 신체적 위협을 받거나 실제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중국 공안부나 국가안전부 등 국가 권력이 개입해 해외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와 고국에 남은 가족 모두에게 협박을 가한 사례도 일부 확인됐다.


▲중국 공안이 반체제인사 카이 지아웨이의 부친이 거주하는 장쑤성 자택으로 찾아왔다. 카이 지아웨이는 ICIJ 국제협업팀과 인터뷰한 미국 거주 중국인이다. 중국 공안은 아들이 해외에서 전개하는 반정부 활동을 중지하게 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한다. (출처: ICIJ)
그러나 대부분의 피해자는 체류 중인 국가의 경찰이나 정보 당국에 자신들이 겪은 위협을 있는 그대로 신고하지 못했다고 한다. 중국의 보복이 두렵거나 체류 중인 국가를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설령 신고를 하더라도 범죄 증거가 없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ICIJ 국제협업팀은 중국 경찰 내부 문서와 보안요원 기밀 지침을 입수해 사전 인터뷰한 105명의 경험담과 대조했다. 비교 결과, 이들 탄압 대상자에게 적용된 전략-전술은 기밀 지침에 적힌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개인을 통제하는 지침’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정부가 조직적으로 탄압 전략 개발·교육…"일반적인 해외 요원과 달라"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군이 최소 1만 명의 평화 시위대를 학살하자, 수십 명의 반체제 활동가들이 해외로 망명하여 뉴욕, 파리 등 여러 도시에 인권 단체를 설립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부 비판활동을 이어갔다.

중국 정부도 이에 맞서 국경을 넘나드는 ‘탄압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중국은 내부 보안 지침, 공산당 지침, 경찰 교과서, 해외 보안 담당자를 위한 문서 등을 통해 해외 거주 중국인들을 통제하고 탄압하는 방법을 체계화했다.

ICIJ 국제협업팀은 아드리안 젠즈 미국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재단 중국연구 디렉터를 통해 중국 기밀문서를 일부 입수해 검토했다.

먼저 신장 위구르 자치구 테케스현에서 유출된 2013년 요원 교육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가안전부가 표적으로 삼는 관리대상은 총 17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해외 거주 적대 세력 △국가 분열 세력 △테러 세력 △극단적 종교 세력 △대만 독립세력 △외국 정부들과 협력하는 단체와 개인 △국가안보와 정치사회적 안정성을 해치기 위한 목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단체와 개인 등이다.


▲미국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재단은 4월 28일 홈페이지에 신장 위구르 자치구 테케스현에서 유출된 '2013년 국내안보 요원 교육용 PPT 자료'를 공개했다. 이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중국 정부의 다른 탄압 지침 자료도 찾아볼 수 있다. (출처: 미국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재단)
2004년 출간된 ‘해외 정찰요원 교육지침’은 해외 정찰요원을 “일반적인 파견 요원과 달리 특정 임무를 수행”하고, “임무의 범위, 목표 및 대상이 있으며, 명확한 초점을 가진 특수한 업무 계획”을 세워 움직인다고 정의한다. 해외 정찰의 목표는 “중국의 사회정치적 안정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활동, 계획 등을 당 최고위층에 보고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특히 요원들은 반체제 인사들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중국 밖의 개인과 조직을 파악해 당에 보고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아드리안 젠즈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이러한 초국가적 탄압을 구체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을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관리 대상의 중국 내 은행 계좌 동결, 인터넷 활동 모니터링 및 관리 등이 있다. 또 보다 많은 반체제 인사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조치하기 위해 컴퓨터나 스마트기기 해킹 기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아드리안 젠즈 미국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재단 연구원이 입수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 테케스현 2013년 국내안보 요원 교육용 PPT 자료. 탄압 대상자의 중국 내 은행 계좌 등 자산을 동결하도록 하는 조치, 이른바 '산소 차단' 전략 등 다양한 전략이 설명돼 있다. (출처: 아드리안 젠즈 미국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재단 연구원)
이밖에 자국 교민들간 상호 의심과 불신을 조장한다거나 관리 대상자의 “부도덕한 행동”을 파헤쳐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림으로써 고립시킨다는 지침도 있다. 이 지침에는 “성자는 없고 실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교육 내용이 담겼다.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 공작에는 민간 보안 회사, 해커는 물론 유엔 인권이사회와 접점이 있는 친중 성향의 민간기구, 세계 각국의 전현직 공무원도 동원된다. 뿐만 아니라,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부와 연계된 해외 교민사회도 공작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된다. ICIJ 국제협업팀이 확보한 재판 기록을 보면, 중국 당국이 반체제 인사나 소수민족 구성원들을 포섭해 동료·동포들을 감시하도록 강요했다는 판결 내용이 확인된다.

카티아 드린하우젠 베를린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 중국 연구프로그램 디렉터는 “매우 지역적이고 개인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같은 전술이 현재도 적용되고 있고 그 수준은 더 강력해졌을 것”이라 예측한다. 그 배경에는 10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인 시진핑 중국 주석이 있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한 이후 당과 국가의 적으로 간주되는 세력에 대한 탄압을 강화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성명에서도 반체제 인사 등 '서방의 반중 세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국에 촉구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시민연구소에서 권위주의 정권을 연구하는 에밀 더크스 연구원은 “시진핑은 중국과 해외 동포사회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 목표에 대한 반대는 아무리 작거나 약한 것이라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초국가적 탄압’ 공작에 대한 입장을 묻는 ICIJ 국제협업팀의 질의에 주미 중국 대사관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대사관은 입장문에서 “중국을 비방하기 위해 소수의 국가와 단체가 조작한 것”이라며, “소위 ‘반체제 인사’나 화교를 겨냥한 ‘국경을 넘어선 탄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으로 망명한 민주주의 운동가, 현상금 걸려
민주주의 운동가 카멘 라우 전 홍콩 구의원은 지난해 영국으로 망명했다. 라우는 홍콩 정부가 민주화 운동으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6명 중 1명이다.


▲올해 초, 카멘 라우 전 홍콩 구의원이 중국 민주화 활동가들과 함께 영국 당국자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다. (출처: 카멘 라우)
앞서 홍콩 당국은 2020년 홍콩 보안법 도입에 반대하고 2021년 선거에서 백지 투표를 하도록 선동한 혐의로 라우를 기소했다. 라우가 받는 혐의는 '외국 세력과의 공모' 및 '분리 독립 선동’이다. 홍콩 당국은 그를 생포하기 위해 현상금 100만 홍콩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8500만 원을 걸었다.

홍콩 경찰은 라우의 이모와 삼촌을 연행해 조사했고, 그가 망명해 있는 런던 동네 주민 5명은 익명의 발신자로부터 라우의 프로필이 동봉된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수배자’ 표시가 된 라우의 사진과 그를 중국 대사관에 인계하고 현상금을 받으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수천 명의 홍콩인이 라우처럼 서방국가로 도피해 있다. 홍콩 정부는 홍콩을 떠난 12만 6000명의 계좌를 동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우의 계좌 역시 동결된 상태다.

라우는 영국 당국이 자신에게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런던 경찰 대테러 부서의 한 경관은 라우에게 “시위 참여를 자제하고 온라인 활동을 최소화하라”는 조언을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이 라우에게 현상금을 걸었음에도 특별한 보호 조치는 없었다. 집에 감시 카메라와 경보기를 설치하고 긴급 상황이 생길 것 같으면 긴급신고 전화 999번으로 전화하라는 안내가 전부였다.

라우는 “전혀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영국 정부가 초국가적 탄압을 공식적으로 정의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서방국가는 ‘초국가적 탄압’ 실태조사, 핫라인 등 조치 시작
ICIJ 국제협업팀이 인터뷰한 탄압 대상자들은 체류 중인 국가 경찰이 본인들이 당한 감시와 스토킹 피해를 과소평가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네팔이나 태국 등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현지 경찰이 ‘초국가적 탄압’에 도움을 준 사례도 확인된다. 중국 비밀요원들이 반중국 시위를 저지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찾아 체포할 수 있도록 이를 묵인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2022년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발표한 보고서는 중국이 전 세계에서 벌인 이 같은 ‘초국가적 탄압’의 인식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 단체는 전 세계 수십 개 도시에서 중국 기업협회와 민간 봉사단체 등을 가장한 ‘불법 영사관’이 중국인을 비밀리에 감시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폭로 이후, 일부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국가로는 미국이 꼽힌다. 미 의회에서 2023년 관련 법안이 발의된 데 이어 연방수사국(FBI)은 핫라인을 마련하고 탄압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실제 법무부는 FBI 주도로 중국 국적자의 강제송환에 가담한 가해자를 검거하고 기소해 20개월의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호주와 캐나다도 익명 제보 핫라인을 설치했다. 이중 캐나다는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연방경찰 수사부서에 전담 부서를 설치했다. 유럽 의회는 중국을 포함한 '비자유주의 정권'의 초국가적 탄압에 대한 EU 회원국들의 조화로운 대응을 촉구했다. 스위스 정부는 티베트인과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을 조사한 결과, “행동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테러리즘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서는 최근 정부 위원회 주도로 탄압 대상자들을 조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럽 수사 당국은 여전히 라우와 같은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탄압 과정에서 대리인을 내세우거나 포섭한 민간인을 동원하는 등 탄압 행위를 정부와 직접 연결짓기 어렵도록 공작 계획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검찰은 지난 2020년 중국 공무원과 그의 대리인이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상대로 위협 행위를 했다는 24건의 신고를 접수했지만, 범죄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 결과 관할권이 없어 기소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중국의 자국민 탄압, 한국은 대응할 제도 없어
한국 역시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 나아가 초국가적 탄압을 인지하거나 대응할 제도도 공식적으로는 마련하고 있지 않다. 한국 법무부는 이에 대한 뉴스타파의 질의에 “법률상 ‘초국적 탄압’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아 관련 사례나 통계를 관리·수집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박 씨의 사례처럼 조선족 출신 중국인에게 외사과 직원, 즉 정보경찰이 개별적으로 접촉해 동향 정보를 수집한 사례가 있는만큼 법무부의 답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박 씨를 관리하던 정보경찰은 수시로 박 씨와 만나 그의 근황을 묻고 반정부 활동을 하지 말라고 권유했으며, 중국 대사관의 경고를 대신 전달하기도 했다.

또 뉴스타파가 취재한 정보경찰들은 외국인 밀집지역을 돌아다니며 정보원을 물색하거나 이들과 교류하며 도움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씨뿐 아니라, 정보경찰과 접촉한 다른 중국인이 얼마든 있을 수 있다는 유추가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정보경찰의 역할은 외국인을 상대로 한 정보 수집과 정보 관리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사법적 보호와는 전혀 무관하다. 오히려 박 씨와 같은 정치적 난민에게는 정보경찰의 존재가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씨의 난민불인정취소소송을 대리한 전수연 변호사는 “비록 물리적 위협이나 직접적인 강제는 없었다고 해도 난민에게 심리적 압박과 위협감을 충분히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또, 정보경찰의 말대로 대사관 측의 접촉이 실제 있었다면 그의 정보 활동도 “중국 정부 요청에 의해 특정 난민의 신변이나 활동 등을 감시한” 행위가 되며, “이는 난민보호의무가 있는 (유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체약국 내에서도 난민의 출신국의 감시가 지속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난민이 안전하게 거주하며 보호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파는 국내에서의 초국가적 탄압 행위에 대한 주한 중국 대사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메일과 전화로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또 외사과 소속 정보경찰이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반중국 시위 가담자에 대한 동향 파악을 요청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서울경찰청에 질의했지만, 역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초국가적 탄압’ 행위는 주권 침해…대응 제도 시급
국내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자국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영토에서 외국의 관헌이나 그 통제 하에 있는 민간인이 우리의 사전 동의나 허가 없이 구체적 집행관할권을 행사한다면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인권 보호 차원이 아니더라도 헌법상 기본권 보호 중 자유권적 기본권은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전수연 변호사는 “‘초국가적 탄압’은 특정 국가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난민협약국으로서의 국제적 책무와 깊이 연관된 이슈”이므로 “인권 중심의 관점에서 논의되고 제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논의를 참고하여 국내에서도 관계기관이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사례에 대응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거나, 나아가 난민법 등 관련 법률에 ‘피해자 보호 조항’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인권단체 소속 연구원은 경찰 등 법집행기관이 ‘초국가적 탄압’ 현상을 먼저 이해해야 예방과 방지, 피해자 보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경찰을 대상으로 인식 교육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더크스 연구원은 “민주주의 국가들은 국가 폭력을 이용해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초국가적 탄압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설립·운영되는 비정부기구(NGO)를 이용해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서 오가는 인권 옹호 논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ICIJ 협업취재팀 분석 결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자문 자격으로 활동 중인 중국 NGO 106개 중 최소 59개가 중국 정부나 공산당으로부터 인적 및 금전적으로 독립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ICIJ의 관련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 김지윤 jiyoo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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