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업계 애널리스트는 최근 “구글 반독점 재판은 미국 정부의 터무니없는 조치로, 매우 근시안적인 판단이다. 광고 수익을 위해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것도 나쁘지만,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상황이 훨씬 더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보안 및 위험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포레스터의 수석 애널리스트 패디 해링턴은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흔들려는 시도는 반독점과 경쟁 촉진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졌을지 모르지만, 그밖에 다른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2024년 8월 아밋 메타 판사가 구글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뒤 이어진 시정 조치 심리에서 “그 밖의 파급 효과”가 실제로 드러났다. 오픈AI의 챗GPT 제품 책임자인 닉 털리는 “만약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오픈AI가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우저 시장의 대혼란
해링턴은 “단순히 제품 하나를 매각하는 문제가 아니다. 크롬은 완전한 플랫폼이다. 지금은 광고를 판매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을 하는 구글 소속이지만, 오픈AI로 넘어가면 AI 학습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엄청나게 다양한 목적으로 판매하는 쪽으로 변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익숙한 악마와 정체를 모르는 악마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해링턴은 “이런 조치는 구글뿐 아니라 브라우저 시장 전체를 완전히 뒤흔들 수 있다. 오픈AI가 AI 모델 학습을 위해 크롬을 구매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오픈AI가 크롬을 인수하게 되면, 크롬과 크롬OS의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크로미움은 어떻게 되는가? 구글이 계속 자체적으로 크로미움을 개발할 것인가, 아니면 브라우저와 함께 넘어가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크롬이 아닌 대부분 브라우저가 크로미움을 기반으로 한다. 해링턴은 “만약 크로미움이 구글 소속으로 남게 된다면, 전반적으로 브라우저 시장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크로미움까지 오픈AI에 넘어가게 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개발자는 AI 모델 학습에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기업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Info-Tech Research Group) 수석 리서치 디렉터 브라이언 잭슨은 “오픈AI가 크롬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결국 데이터 때문이다. 오픈AI의 크롬 인수는 석유 기업 엑손모빌이 이미 시추가 끝난 미개척 유전을 인수하는 것과 같다. 수도꼭지만 틀면 좋은 원유가 바로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오픈AI는 약 35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에게 AI 서비스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도 확보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잭슨은 “기본 검색 엔진이 구글닷컴(Google.com)이 아니라 챗GPT 검색으로 시작하고, 쇼핑이나 예약, 원치 않는 이메일 구독 해지 같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에이전틱 통합 기능을 제공하는 오픈AI 버전의 크롬을 상상해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인수는 오픈AI의 위상을 단숨에 바꿀 수 있다. 잭슨은 “지금까지는 주요 빅테크 브랜드 뒤에서 LLM을 제공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고객 직접 소유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챗GPT만으로도 이미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크롬의 사용 규모는 챗GPT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라고 부연했다.
기업 사용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해링턴은 “크롬 엔터프라이즈도 일반 사용자용 크롬 사업과 함께 넘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크롬 엔터프라이즈에는 무료 버전과 유료 버전 두 가지가 있지만, 유료 버전은 브라우저 관리 기능 수를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기능 자체는 이미 모두 존재하며, 단지 활성화 여부만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해링턴은 “크롬 엔터프라이즈는 크롬을 MSI 형식(기업 배포와 설정 관리를 위한 포맷)으로 재구성하고, ADMX 템플릿을 추가해 엔터프라이즈 환경에 맞춘 버전일 뿐이다. 결국 크롬 자체와 연결돼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무어 인사이트 앤드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 수석 애널리스트 안셸 새그도 이에 동의하며 “크롬 엔터프라이즈와 일반 사용자용 크롬은 기본적으로 같은 브라우저에 기능과 보안만 다를 뿐이기 때문에 엔터프라이즈 버전만 따로 매각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신뢰의 문제
CIO와 CISO가 구글과 오픈AI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을 더 신뢰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새그는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구글이 진지하게 접근해 왔다는 점에서 구글에 대한 신뢰가 더 높다. 오픈AI는 아직 그런 신뢰를 쌓은 이력이 부족하다. 기업과 협력은 하고 있지만 브라우저 같은 제품을 어떻게 관리할지, 그리고 그에 수반하는 높은 수준의 보안을 어떻게 유지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라고 언급했다.
새그는 “크롬에 대한 연구개발 비용은 오픈AI의 수익성에 부담을 더할 수 있다. 특히 브라우저의 보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막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롬 엔터프라이즈의 신뢰성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잭슨은 “크롬 엔터프라이즈는 기본적으로 브라우저에 일부 엔터프라이즈 관리 기능을 덧붙인 서비스다. 오픈AI가 구글이 기존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계속 소유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합의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핵심 제품 자체는 여전히 오픈AI가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픈AI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소유권 변경이 기업의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잭슨은 “오늘날 기업의 사이버보안에서 최선의 접근 방식은 제로 트러스트 모델이다. 이 원칙은 모든 연결을 잠재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고, 인증된 사용자가 꼭 필요한 시스템과 데이터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잭슨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크롬 엔터프라이즈로 브라우저 정책을 관리한다. 브라우저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일부 기업은 사전에 승인된 일반 사용자용 브라우저 사용을 허용한 뒤, 윈도우 액티브 디렉토리나 통합 엔드포인트 관리 솔루션 같은 관리 툴을 통해 브라우저를 관리한다.
잭슨은 “오픈AI가 데이터 수집과 관련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는 한, 기업은 앞으로도 웹 브라우저를 지금과 비슷한 방식으로 관리할 것이다. 결국 구글 역시 자체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갈구하는 대형 기술 기업이고,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려는 의도에 대해 오픈AI 못지않게 경계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구글은 적어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익숙한 악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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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Barker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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