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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지켜야 할 '자유주의 국제질서' [안호영의 실사구시]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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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트럼프 변덕, 위기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유럽, 일본의 질서유지 노력에 동참해야
CPTPP 유지의 시사점에도 주목할 필요
2018년 3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한 11개국 통상 관련 장관들이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산티아고=EPA 연합뉴스

2018년 3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한 11개국 통상 관련 장관들이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산티아고=EPA 연합뉴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언론에서 "우리가 알던 미국은 이제 없다"라는 기사를 자주 보게 된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가 없어진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동맹에 대해서는 "적보다 나쁘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미국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속에서 든든한 안보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경제 발전을 이룬 우리로서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이 이러한 국제질서의 종언을 의미하는지의 질문마저 하게 된다. 이것은 미국의 동맹국들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자주 제기되는 중요한 질문이다.

그중 하나가 현실주의 국제 정치를 대표하는 학자인 할 브랜즈가 최근 '포린어페어스'에 발표한 논문이다. 브랜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임자는 아니지만, 파괴의 유혹을 잘 관리할 수만 있다면 그가 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뜻밖의 수호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트럼프는 수호자보다는 파괴자에 가까운 행동을 보여 왔다. 그러나 동맹국들은 이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고, 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 안보와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매우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노력으로 미국·일본을 비롯한 태평양 12개국 간에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이 맺어졌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하자마자 TPP에서 탈퇴하였다. 일본을 비롯한 기타 국가들은 미국이 탈퇴한 이후에도 그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CPTPP를 운용하고 있다. 영국, 중국이 이 협정에 가입을 희망하였고, 영국은 실제로 가입이 이루어 졌다.

CPTPP의 경험은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11개 국가가 단합함으로써 다자 간 협력의 장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둘째, 입장을 바꾸어 다자주의로의 참여를 확대할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의 근거를 유지하였다는 점도 중요하다.


CPTPP의 경험이 적용되어야 할 많은 국제 기구가 있다. 우선 세계무역기구(WTO)다. 미국은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WTO 규정을 전면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회원국들은 WTO 규정 준수를 통하여 그 장점을 향유하고, 미국의 귀환을 촉구하는 것이 우리와 같은 개방 경제에 중요하다. 일본, 캐나다, 호주, EU 등도 유사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다행이다.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유엔 안보리, 우리 나라가 아시아·태평양 4개국의 일원으로 최근 참여 해 온 나토 정상회의, 여태까지는 옵서버로 참여하여 왔지만 가입 의지를 보였던 G7, 우리 나라가 핵심적 역할을 해 온 G20 등에서 우리를 비롯한 유사 입장 국가들이 미국이 소극적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브랜즈의 생각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주의 질서의 수호자가 될 수도 있을까? 우리나라는 방관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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