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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각) 미-중 관세갈등으로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오클랜드 항구에서 중국해운(China Shipping) 컨테이너가 보이고 있다. 오하이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각) 미-중 관세갈등으로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오클랜드 항구에서 중국해운(China Shipping) 컨테이너가 보이고 있다. 오하이오/로이터 연합뉴스




김진화 | 연쇄창업가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세계 각국의 각자도생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지난달 독일에서는 연방의회에서 헌법 개정안이 통과돼 다음달 발효를 앞두고 있다. 차기 정부를 이끌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주도한 이번 개정은 향후 10년여간 국방과 인프라 분야 지출을 최대 1조유로(약 1580조원)까지 대폭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한다. 지난 두해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쓴 독일 경제가 다시 살아날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의 국방이 재편되는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무엇보다 독일이 긴축 재정만을 고수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것에서 벗어나, 경제 회복은 물론 유럽의 중심국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역사적이란 평가를 얻고 있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 보자. 우리 국회에서도 지난주 나름 역사적인 이벤트가 있었다. 46년 만의 대통령 권한대행 시정연설.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설명하는 권한대행의 모습은 이 중차대한 시기에 대통령이 부재한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여야 정치권은 조기 대선을 둘러싼 권력 쟁탈에만 몰두할 뿐이라는 답답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0.2%라고 발표했다. 경제성장률이 4개 분기 연속 0.1% 이하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나 팬데믹 시절에도 없었던 초유의 일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져버린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이 이 엄중한 상황에서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 12조원 규모의 추경예산 패키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입맛을 쓰게 만든다.



독일 정치권의 움직임이 여러 한계에도 인상적인 것은, 헌법 개정이라는 과정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과 논쟁을 수반하는데도 차기 리더를 중심으로 위기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실제 행동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하이퍼인플레이션의 트라우마로 인해 재정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여겨왔던 독일이기에 지디피(GDP)의 0.35%로 연간 재정 적자를 제한하는 ‘채무 브레이크’를 완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헌법 개정 문제를 미루기만 했던 우리 정치권이 꼽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혹자는 독일은 경제 문제이지만 우리 헌법 개정은 정치 문제라고 선을 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987년 이후 인구구조 변화 등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는 와중에 그것을 담아내지 못하는 정치구조가 사회 경제 발전에 질곡이 되어온 현실을 애써 외면하겠다는 얘기다. 정치가 곧 경제라는 걸 실감한 게 계엄사태가 남긴 교훈 중 하나 아니던가. 헌법 개정은 민생 문제가 아니라서 급하지 않다는 유력 대선 주자의 변명은 그래서 더 한갓지게 들린다.



관세 전쟁, 미-중 갈등, 격화되는 기술 경쟁 등 여러 난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려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들을 관통하는 것은 다름 아닌 세계 체제의 구조 변동이다. 팬데믹 이후 적잖은 이들이 “우리가 알던 세계화는 끝났다”며 새로운 질서의 등장과 그 과정에서의 혼돈을 경고해왔다. 이후 몇년에 걸쳐 그것이 과장이나 호들갑이 아니었음을 실감하는 중이다. 습관처럼 국난 극복을 외치고, 내란 극복의 깃발을 펄럭이는 것은 권력 투쟁 슬로건으로 유효할지 몰라도, 공동체의 일치된 대응을 이끌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독일까지 많은 나라들이 제로베이스에서 총체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많은 이들이 필요성을 역설하는 개헌조차 차일피일 미루는 우리 정치권이 과연 제로베이스에서 변화에 함께 대응하자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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