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댓글부대로 친중 여론 확산”…‘총선 개입’ 의혹까지 터진 ‘이 나라’

프랜시스 톨렌티노 필리핀 상원의원이 24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의회에서 공개한 주필리핀 중국 대사관과 마케팅 기업 간 계약서 사본. 해당 기업이 전담 ‘키보드 워리어’를 제공한다는 언급이 보인다.[필리핀스타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관이 현지 ‘댓글부대’를 고용해 가짜뉴스와 친중 여론을 퍼뜨리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등 중국에 비판적인 정치인 등을 공격하고 있다는 의혹이 필리핀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간) 인콰이어러·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여당 상원 원내대표인 프랜시스 톨렌티노 상원의원은 전날 의회에서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톨렌티노 의원은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관과 현지 마케팅 기업 ‘인피니터스’ 간 계약서 사본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인피니터스는 전담 ‘키보드 워리어’(댓글부대)를 중국 대사관 측을 위해 제공한다고 적혀 있다. 인피니터스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 알루미늄 제조업체 중왕 등 중국 기업들을 고객으로 둔 것으로 알려졌다.

톨렌티노 의원은 대사관이 2023년 9월 ‘댓글부대’의 대가로 인피니터스에 93만 필리핀페소(약 2370만원)를 지급했다는 내용의 수표 사본도 공개했다.

톨렌티노 의원은 인피니터스의 11명으로 구성된 팀이 필리핀 일반인으로 위장한 페이스북 계정 약 300개와 엑스(X·옛 트위터) 계정 약 30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를 이용해 남중국해 분쟁, 필리핀 외교 정책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가짜뉴스와 친중적 주장을 퍼뜨리는 한편, 마르코스 대통령과 톨렌티노 의원 등 중국에 비판적인 의원들을 비방하는 활동도 했다고 말했다.

조너선 말라야 필리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의회에 출석해 중국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필리핀 내 단체가 내달 열리는 총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징후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선호하지 않는 후보들을 공격 표적으로 삼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SNS에 활동하는 ‘필리핀 현지 대리인’들이 미군·필리핀군 연례 합동훈련에 대한 비판 등 중국 측 주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타국 내정 불간섭 원칙을 준수하고 필리핀 선거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면서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