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부터), 김경수,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6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는 중인 이재명·김경수·김동연 후보가 26일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김대중 정신’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열쇳말 삼아 ‘민주당의 정통성’이 자신에게 있다며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심장’으로 불리는 호남에서 얼마나 득표하느냐는, 대세론을 타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겐 대선 본선에서의 추진력이고 다른 후보들에겐 향후 당내 정치적 입지를 뒷받침할 ‘상징 자산’이 될 수 있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국민 여론조사(민주당 지지자·무당층 대상) 50%’를 반영하는데, 이 가운데 호남 권리당원은 약 37만명으로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약 112만명)의 1/3가량을 차지한다. 경선은 27일 수도권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민주당의 세번째 순회경선인 이날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이곳 광주의 (19)80년 5월의 영령들이 오늘의 산 자들을 구했다”며 5·18 민주화 운동의 자산을 바탕으로 12·3 내란에 맞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호남이 김대중을 키웠기에 평화적 정권교체와 아이엠에프(IMF) 국난 극복이 가능했고, 호남이 노무현을 선택했기에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이 열렸고, 호남이 선택한 문재인이 있었기에 촛불혁명을 계승하고 한반도 평화의 새 지평으로 나아갔다”며 ‘민주당 정부’ 탄생의 공을 호남에 돌렸다.
이어 이 후보는 “김대중이 걸었던 길이 민주당의 길이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미래”라며 자신이 내세운 “먹사니즘의 물질적 토대 위에 행복한 삶이 가능한 잘사니즘으로 나아가자”며 “이번에는 호남이 이재명을 선택해서 네 번째 민주정부, 한번 만들어 주시겠냐”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 지역의 ‘호남 홀대론’ 정서를 의식한 듯 “민주당을 가장 열성적으로 지지했음에도 내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호된 질책을 아프게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70년 민주당 역사에서 위대한 호남은 언제나 때로는 포근한 어머니처럼 때로는 회초리를 든 엄한 선생님처럼 민주당을 민주당답게 만들어 왔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후보도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5·18 내란에 대한 단죄가 있었기에 계엄과 내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광주가 다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는 “‘두번째 전두환’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12·3 내란사태 책임자의) 철저한 단죄를 통해 다시는, 누구도, 내란을 생각조차 못하게 해야 한다. 압도적인 정권교체로 내란을 완전히 종식시키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5·18 광주 학살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대통령과 호남인들은 용서와 화해, 국민 통합을 바랐다. 그럼에도 전두환 내란 세력은 끝끝내 진실을 밝히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며 “두번 속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남북평화와 국민통합, 경제위기 극복과 균형발전의 꿈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김경수가 이뤄낼 수 있도록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투표해 달라”고 했다. 설령 이번 경선에서 자신이 지더라도, ‘민주당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호남은 김대중의 고향이라고 홀대받고 피를 흘리면서도 원망하기는커녕 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를 자랑스럽게 가슴에 품고 살았다”며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평생의 꿈이었던 지역주의 극복, 저 김경수가 메가시티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완성하겠다. 이제 저의 손을 잡아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동연 후보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인용하며 “5월 광주의 정신이 다시 한 번 나라를 구했다. 호남의 시민, 당원 동지 여러분, 깊은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고 했다. 김 후보는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모시며 그 거인의 어깨 위에서 경험과 식견을 쌓았다”며 “경제위기 맨 앞에 저 김동연을 세워달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통합’도 강조했다. 그는 “저는 오늘 우리 민주당 내부의 민주주의부터 다시 더 크게 더 깊게 만들어가자고 호소드린다. 이 순간부터 ‘친명’이니 ‘비명’이니 ‘수박’이니 하는 분열과 배제의 언어와 결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이재명, 민주당의 김경수 민주당의 김동연이다. 모든 당원의 민주당, 모든 국민의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순회경선에는 연인원 5천여명이 참석했다. 이재명·김경수 후보는 파란색 응원봉을 들고 입장했다. 김동연 후보는 이종범 선수 7번 등번호가 빨간색 새겨진 해태타이거즈(옛 기아 타이거즈) 점퍼를 입고 노란색 기아타이거즈 응원봉을 들었다. 당원들은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연설 중 김 후보는 “경선 결과가 나오면 모두가 함께 승복하고 대선의 승리를 위해서 모두가 손잡고 함께 뛰겠다. 두 후보께서도 약속하시죠?”라며 애드리브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자리에 앉은 두 후보의 무응답에 김 후보가 “약속을 안 하시는데요”라고 하자 좌중엔 웃음이 터졌다. 이재명 후보는 ‘엄지 척’을 들어보였고, 김동연 후보는 환하게 웃었다.
광주/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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