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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2배 주면 매출 늘어날까... 돈보다 일하는 삶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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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이상헌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헨리 포드의 자동차 공장

헨리 포드의 자동차 공장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 모터 컴퍼니의 창업주 헨리 포드(1863~1947)는 컨베이어 벨트로 상징되는 공정 자동화를 주도했다. 자동화는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지만 인간을 노동에서 소외시켰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찰리 채플린이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고발한 것 역시 포드주의의 비인간성이었다.

그런데 포드는 1914년 하룻밤 사이에 공장 노동자의 일당을 두 배로 인상했다. 돌연 ‘노동자의 친구’가 된 포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판매 매출이 어느 정도 우리가 지급하는 임금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높은 임금을 지불하면, 그 돈은 결국 지출될 것이고 상점 주인, 유통업자, 제조업자, 다른 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그 결과 우리의 매출에 반영될 것이다.” 포드는 매출 증대를 위해 임금을 인상한 것이었다.

고임금이 기업 성장과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원흉으로 꼽히는 지금, 포드의 사례는 생경하기만 하다. 책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는 시장 논리가 심어놓은 노동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30년 동안 노동경제학 분야 논문과 저서를 써 온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관련 연구와 사례들을 토대로 썼다.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이상헌 지음·생각의힘 발행·320쪽·1만9,800원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이상헌 지음·생각의힘 발행·320쪽·1만9,800원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임금이다. 기업의 생산성 하락이나 정부의 경제 지표 악화의 책임은 늘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기업은 “임금이 올라서” “최저임금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며 “허리띠를 졸라 매자”고 한다. 저자는 “이런 주장은 이론적·경험적 근거가 빈약하다”고 일갈한다. 임금 삭감은 단기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기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가 많기 때문이다.

노동자들 역시 겹겹의 편견에 둘러싸여 있다. 임금이 얼마든 노동자는 일을 게을리하려 할 것 이라는 기업가의 걱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 연구결과는 정반대다. 노동자는 임금 인상에 생산성 증가로 화답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많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서는 노동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경제적 거래 중심의 ‘고용’에서 벗어나 돌봄노동 등 사회적으로 유용한 형태의 노동을 모두 포괄하는 ‘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일하는 삶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원하는 모든 이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시장 논리를 체화한 이들에게 저자의 설명과 주장은 낯설지만 매력적이다. 정보라 소설가는 “고등학교에서 노동권 수업을 하면서 이 책을 교과서로 쓰면 좋겠다”고 추천사에 썼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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