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무우수갤러리에서 만난 전호태 전 울산대교수. 황해도 송죽리 고분 벽화의 말끄는 미소년풍 마부를 떠옮긴 자신의 근작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
누른빛과 갈색빛, 푸른빛 등을 띤 옻칠 화폭 위에 빛바래고 부서진 벽화와 암각화를 본떠서 옮겼다. 고대 선조들이 공들여 만들었으나 세월의 힘 앞에 허물어져내린 미술품들. 고구려 벽화의 신과 괴수, 인물들, 울산 반구대의 고래, 불교 신장상 등이 그렇게 그림 주인공이 되어 관객과 만난다.
이런 그림들을 전시장에 내놓은 이는 전호태(66) 전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다.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고구려 고분 벽화와 고대 암각화 등의 연구에 진력하며 많은 저술을 펴냈던 그가 지난 2월 정년퇴임을 기점으로 학업을 접고 옻칠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울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 차린 초대전 ‘시간여행’(28일까지)은 고대 그림을 관찰하며 40년 쌓아온 그의 눈썰미가 1년을 갓 지난 견습작가의 옻칠 작업과 어떤 수준으로 어우러졌는지 보여준다.
지난해 3월부터 경남 양산 통도사 서운암을 드나들며 옻칠예술 대가인 조계종 종정 성파 큰스님의 지도를 받아 만든 습작 20여점이 나왔다. 경주 신라 금령총에서 출토된 말 탄 인물상과 경주 감은사터 석탑에서 나온 금속제 부조다문천왕상, 만주 집안 삼실총 벽화의 우주 떠받친 역사와 사신도, 황해도 송죽리 벽화의 말끄는 미소년, 반구대 암각화의 혹등고래, 중국 운강석굴에서 거둔 불상 조각 등이 보인다. 옻안료로 세 번이상 바탕칠 하고 도상을 그린 뒤 달걀껍데기 등을 안료와 섞어 바르며 질감과 삭은 흔적을 내고, 사포질을 되풀이하며 마무리했다고 한다. 전씨는 “옻칠 재료는 시간이 흐르면서 예측할 수 없을 지경으로 색이 변하는 게 좋다. 작업이 재미나 힘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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