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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교황이 누운 바티칸의 밤, 꺼지지 않던 성 베드로 성당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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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각) 새벽 2시께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전경. 프란치스코 교황을 조문하기 위한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대성당은 조문 종료 시간인 자정이 넘어도 밝게 빛났다. 사진 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24일(현지시각) 새벽 2시께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전경. 프란치스코 교황을 조문하기 위한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대성당은 조문 종료 시간인 자정이 넘어도 밝게 빛났다. 사진 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문 첫날인 23일(현지시각) 밤, 긴 잠에 든 프란치스코 교황을 조문하기 위해 바티칸을 향하는 신도와 방문객 행렬은 멈춤이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 어떤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는가를 알려주듯, 높은 바티칸 벽을 따라 줄지어 선 사람들의 눈빛은 교황이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을 향했다. 선선한 봄밤을 밝힌 대성당의 불빛은 자정을 넘겨 새벽 2시가 되도록 꺼질 줄 몰랐다.



교황청은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첫째날 조문 시간을 자정까지 넉넉하게 잡았지만, 계속해서 줄을 서는 사람들로 기다림의 시간은 길어지기만 했다. 이날 밤 10시부터 성 베드로 광장에 들어가기 위해 선 줄은 한 시간이 지나도록 10m 남짓 움직인 게 다였다. 오랜 기다림이 계속되면서, 앞으로 몇 발자국 걸음을 옮길 때면 너도나도 기쁜 마음에 박수가 나왔다. 출구 근처엔 만일의 사태를 위해 경찰과 구조대원이 배치됐다.





부활절 연휴를 맞아 로마로 몰려든 순례자와 여행객들 가운데는 일정 막바지에라도 교황을 보러 온 이들도 많았다.



교황청은 이날 오전 11시 조문이 시작된 뒤 저녁 7시30분까지 약 1만9430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는데, 이튿날 이른 새벽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져 그 수는 곱절 가까이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문 마지막 날인 25일까지 성 베드로 광장을 찾을 조문객 수는 약 20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교황청은 조문 시간을 연장했고, 24일 새벽 5시30분까지 조문객을 받았다고 영국 비비시(BBC)는 보도했다. 이튿날 조문은 이후 한시간 반 가량 잠시 문을 닫았다가 아침 7시부터 재개했다. 사람들은 광장에 들어선 뒤에도 보안 검색을 통과해 대성당으로 들어가기까지 또 긴 줄을 서야 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광장에서 만난 이탈리아인 이레네(55)는 교황 선종 직후 묵주기도회에도 참여한 신실한 가톨릭 신도다. 이레네는 “교황은 늘 열린 마음으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모든 이익을 거절하고, 사치하지 않은 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평화’를 뜻한다며 웃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이 허락된 마지막 날 부활절(4월20일) 강론에서도 “평화”를 말하며 당장 전쟁을 멈출 것을 호소했다.



24일(현지시각) 새벽 성 베드로 성당에 안치된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기 위한 조문객들의 긴 행렬. 사진 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24일(현지시각) 새벽 성 베드로 성당에 안치된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기 위한 조문객들의 긴 행렬. 사진 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성 베드로 광장을 반 바퀴 가로질러 대성당에 들어서면, 성당 중앙의 미켈란젤로의 돔 아래 십자 중앙에 세워진 높이 29m 청동 구조물 ‘발다키노(천개)’가 조문객을 맞는다. 초대 교황인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 성인의 무덤 위치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발다키노 앞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붉은 관이 놓였다. 약 200m의 중앙통로를 걸어 교황에게 다가가는 동안, 복도를 꽉 채운 조문객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을 지켰지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걸음은 빨라졌다.



두 눈을 감고 모은 손으로 누운 프란치스코 교황.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고개는 위가 아닌 아래를 향했다. 성인 허리 높이의 단상(카타펠케) 없이 단순한 목재 받침대 위에 교황의 관이 놓였기 때문이다. 성직자들은 교황 바로 옆에서 오래 머물며 기도했다. 가난한 사람과 죄수, 소수자와 함께 낮은 곳에서 평생을 살았던 그는 단상 위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길 원치 않았다. 과거 많은 교황들의 관은 높은 관대에 올라 조문객을 맞이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례를 간소화하고, 가까운 곳에서 신도들이 자신을 볼 수 있도록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 1시가 넘어 대성당에 들어간 조문객들은 교황을 본 이후에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무릎을 꿇고 그를 위해 기도를 올리거나, 한동안 서서 눈물을 닦는 이들이 많았다. 고령의 아버지를 모시고 인도네시아에서 바티칸에 온 가톨릭 신자 베니(52)는 교황을 떠나지 못하는 아버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베니는 “아침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아 아버지 뜻대로 밤에 대성당을 찾게 됐다”며 “교황을 보내는 내 마음을 설명하긴 참 힘들다. 단지 그가 천국 가장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했다. 선종 전까지도 평화를 말한 그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가톨릭 학교 교사로, 학생들과 이곳에 온 카리나(50)는 “지금은 전혀 피곤하지 않다. 이곳에서 무언가를 극복해낼 힘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며 환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앳된 소년과 중년의 부부, 젊은이 그 누구든 조문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사람을 섬기는 교황의 면모를 기억했다. 친구들과 함께 온 이탈리아인 토마스(19)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교황에게 조의를 표하고 싶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분이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레네는 “교황은 단지 ‘보통 사람’으로서, 평범한 우리와 늘 가까이 했다”고 말했다. 좋은 사람, 관대한 사람, 병자와 죄수를 사랑했던 사람, 낮은 자를 대변했던 사람….조문객들은 이렇게 프란치스코 교황을 불렀다.



글·사진 바티칸/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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