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회의실에서 ‘정신의료기관 격리, 강박 등 조사결과 발표 및 개선방안 논의를 위한 토론회’가 열려 정신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사람잡는 고문강박 지금당장 금지하라\' 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사람 잡는 고문 강박, 지금 당장 금지하라”, “보건복지부 국장은 유가족들한테 사죄하라.”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정신장애인 단체 회원들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보건복지부 이상원 정신건강정책관이 환영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서자 정신장애인들이 자신들의 뜻을 전하기 위해 외친 구호였다. 정신병원 사망사고 피해자 유족들도 “보건복지부는 격리·강박 사고 관리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곳에선 김예지·서미화·남인순 의원실 등의 주최와 보건복지부,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주관으로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등 조사결과 발표 및 개선방안 논의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격리·강박과 관련한 보건복지부의 전국 388개 정신병원 실태조사와 인권위의 20개 정신병원 방문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최대 526시간 동안 환자를 격리하거나, 24시간 연속적으로 강박하는 정신병원의 인권침해 실태가 전해지기도 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등 조사결과 발표 및 개선방안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김일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표한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동안 388개 정신의료기관에서의 입원 실인원은 18만3520명이었는데 그중 격리 실인원은 총 2만3389명(12.7%)으로 나타났다. 1인당 총 격리 시간은 23시간28분이었다. 또한 같은 기간 강박 실인원은 총 1만2735명(6.9%)이었고, 1인당 총 강박 시간은 5시간18분이었다. 백 교수는 “전국적인 규모의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현황을 파악한 조사는 해외에서도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이 조사는 조사팀이 조사표 및 조사 가이드라인을 개발한 뒤 지자체 보건소가 입원 병상을 보유한 전체 정신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표를 채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보건소를 통한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보건복지부와 달리 국가인권위원회 방문조사는 정신병원 현장의 구조 및 환경을 직접 확인하고 의료기록과 시시티브이(폐회로 티브이)를 대조했으며, 병원 종사자 및 입원환자를 면담했다. 권미진 인권위 장애차별조사2과 조사관은 “지난해 사망사고가 일어난 한 병원의 격리실은 철문을 세 개나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조차 밤에는 들어가기 무서운 구조였는데, 이 병원은 공사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인권위 방문조사에서는 격리 167건 중 최대 연속격리는 526시간(21일22시간)이었으며, 강박의 경우 1회 최대 허용시간은 4시간이지만 이번 조사에서 24시간 연속 강박 사례가 드러났다. 권미진 조사관은 “방문조사 뒤 2개의 병원을 직권조사했고 이 중 한 병원에 대해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서울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등 조사결과 발표 및 개선방안 논의를 위한 토론회’가 시작되기 직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미화 의원실 제공 |
보건복지부는 △정기적인 실태조사 △인력 강화 △보호실 내 시시티브이 설치 운영 필수화 △비강압치료 활성화 노력 등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인권위 제도개선안은 여기에서 △적정수가 지침 법령화 △보호사 등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교육 강화 △격리강박실 규격 기준 마련안 등이 더 들어가 있다.
토론에서 이한결 경기동료지원쉼터 센터장은 “격리·강박 환자 중 건강보험 환자의 비중이 더 높다”며 “이 문제를 수가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짚고 “강박을 금지하는 법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실이 없다”는 이유로 10개 병원을 제외하는 등 보건소가 대행한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보호실의 아닌 다인실에서 환자를 묶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실제 다른 환자의 폭행에 의해 사망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보건소가 ‘그동안 정신병원 인권침해를 묵인한 공범’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박인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격리·강박 최소화를 위해 “경리·강박 지침을 법제화함으로써 격리·강박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법적 안정성을 제고하고 지침의 실효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숙자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회장은 “외국과 비교해 국내 간호인력 기준은 1/10 수준으로 열악하다”며 “간호사 1명당 입원환자 6명 이하 수준으로 간호인력 배치수준을 조정하되, 병동 특성별(만성, 급성기, 집중치료)에 따라 인력 기준을 강화하고 근무조별 인력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일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오늘 토론 내용을 정리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자문 협의체 회의에서 제도개선 방안으로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부천 더블유(W)진병원과 춘천예현병원 사망사고 피해자 유족이 참여해 발언했다. 지난해 5월 격리·강박 끝에 입원 17일 만에 사망한 부천 더블유(W)진병원 피해자 어머니 임미진(가명)씨는 “보건복지부에서 인증한 병원에서 죽어 보건복지부에 따졌더니 ‘병실 많으면 보건복지부 인증한다’는 말을 들었다. 병원만 크게 지으면 보건복지부 인증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임씨는 “부검기록과 약물 처방치를 미국과 독일에 보내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병원에서 사람 죽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1월 251시간50분 강박당한 끝에 입원 12일 만에 사망한 춘천예현병원 피해자의 전 부인 박지은(가명)씨는 오랜 진상규명 과정에서 느낀 문제점이라며 “정신병원에서 시시티브이 설치·관리를 법으로 명시하고, 정신장애 당사자인 동료지원가들을 질병 경험의 전문가로 인정하여 환자 인권 제고를 위해 다양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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