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비관세 지적하더니…미국 무역기술장벽 더 높였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21일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여파로 대미 수출액은 두 자릿수 넘게 감소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까지 수출액은 339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18억7천만 달러) 감소했다. 이달 20일 간 수출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반도체가 10.7%로 크게 증가한 반면 전통적 수출효자 종목인 승용차(6.5%), 석유제품(22.0%), 자동차 부품(1.7%) 등은 감소했다. 2025.04.21. jtk@newsis.com /사진=김종택

미국이 세계 각 국을 대상으로 비관세 장벽을 지적하며 관세 조치를 시행하는 가운데 미국의 무역기술장벽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갈수록 높아지는 무역기술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현안 점검에 나섰다.

24일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통보한 기술규제(TBT)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1334건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1분기 미국의 무역기술장벽은 전년 대비 29.4% 증가한 132건으로 전체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자동차 안전규제와 에너지효율규제를 강화하고 화장품 제조시 독성물질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타 국의 무역장벽을 지적해 온 미국이 오히려 자국의 무역장벽은 더 높이고 있었던 셈이다.

중국은 화재장비, 전기조명 제품 등 생활용품·전기전자 분야에서 기술규제를 강화하며 전년 대비 23.4% 증가한 79건의 기술규제를 통보했다. EU는 전기전자제품 내 특정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고 승용·대형차의 형식승인 시험절차를 개정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해외 기술규제로부터 국내 기업의 수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날 무역기술장벽 대응 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국가기술표준원은 기술규제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해소해 왔다. 지난해에는 정부서한, 다자·양자 협의 등을 통해 인도의 톨루엔 품질명령 시행 유예 등 63건의 기업 애로를 해소했다. 올해는 EU의 스마트폰 간 무선충전 기능에 대해 에코디자인 에너지효율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12건의 수출 문제를 해결했다.

간담회에서는 가전, 철강, 배터리, 자동차 등 수출기업 및 협회·단체 임원 20여명이 참석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무역기술장벽 동향에 대한 주요 사항을 공유하고 기업의 수출 애로사항을 논의했다.

기업들은 국가별 애로사항으로 △튀르키예의 비도로용 이동기계 수입검사 시 규정된 문서 외 추가자료 요구 △인도네시아의 급박한 철강인증 시행 △베트남의 리튬배터리 검사 대상 확대 등을 꼽았다.

김대자 국가기술표준원장은 "WTO가 출범한지 30년이 됐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어려운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해외 기술규제 애로를 신속히 발굴하고 적극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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