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 계속되면 아무 효과 없어"…
미국 소비자 이반 집중 재조명하며
제3세계 중심 반미진영 규합 속도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서 "중국과 특별한 무역 협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2025.04.24 /AFPBBNews=뉴스1 |
'관세를 줄일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선 '환영'이나 '안도'의 분위기는 전혀 읽히지 않는다. 친미진영 흔들기과 친중진영 규합에 속도를 내는 한편 미국 소비자들의 이반을 연일 조명하며 트럼프 때리기를 이어간다. 쉽게 협상테이블에 끌려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힘과 동시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에 들어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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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언급하며 뒤로는 압력? 아무 효과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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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4일(중국 현지시간)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사설을 통해 "미국이 협상을 통해 진정 우려를 해소하려 한다면, 올바른 태도를 취하고 진심을 보이라"며 "합의에 도달하고싶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압력을 가하는 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며, 결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중국 정부의 톤이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전날에도 외교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진정으로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기를 원한다면 중국을 위협하고 협박하는 것을 중단하라"며 "평등, 존중, 상호이익에 기반한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경 기조를 밝혔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23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중국 관세 인하 시기는 중국 지도자들의 행동에 달려있다"며 "앞으로 2~3주 안에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중국에 대한 관세는 매우 높은 수준이며 협상을 하게 되면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말한 데 이은 후속 발언이다.
트럼프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중국 정부의 톤이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전날에도 외교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진정으로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기를 원한다면 중국을 위협하고 협박하는 것을 중단하라"며 "평등, 존중, 상호이익에 기반한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경 기조를 밝혔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23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중국 관세 인하 시기는 중국 지도자들의 행동에 달려있다"며 "앞으로 2~3주 안에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중국에 대한 관세는 매우 높은 수준이며 협상을 하게 되면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말한 데 이은 후속 발언이다.
미국 vs 중국 2차 무역전쟁 일지/그래픽=김현정 |
이와 관련해 WSJ(월스트리트저널)는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관세율을 50~65%까지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대중국 관세율을 기존 대비 145% 추가했고, 이에 따라 기존 관세를 포함해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는 총 156%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해 환영이나 대화 종용 입장을 전혀 밝히지 않는 것은 물러서는 트럼프를 보다 거세게 몰아붙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미국 의지대로 협상 테이블에 끌려나가진 않겠다는 거다. 또 언제고 이뤄질 미국과의 협상에서 중국 측의 최대 목표인 반도체 규제 완화에 다가서기 위해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미 관세전쟁 전략의 핵심인 반미진영 규합엔 미국의 후퇴에도 아랑곳 없이 한 층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시진핑은 전날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만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을 발표했다. 일대일로 대외전략 협력도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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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동맹 흔들고 친중진영 다지기...UN서도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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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 주석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중국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2025.04.23 |
동남아 3국 순방을 막 마치고 돌아와 숨가쁘게 다시 외국 정상을 만난 시진핑은 미국에 대한 비판을 빼놓지 않았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는 "관세와 무역전쟁이 모든 국가의 합법적 권익을 훼손하고,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손상시키며, 세계 경제 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또 "UN(국제연합)을 중심으로 한 국제 시스템에 기반해 국제 질서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그간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해 온 미국에 빗대, 이제는 미국이 흐트러트리고 있는 국제무역 질서를 바로잡는 데 중국이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시진핑은 "국제적 공정성과 정의를 수호하기 위헤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상적 레토릭일 수 있지만 현 시점에 대입하면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같은 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란 외무장관을 초청해 베이징에서 만났다. 이 자리서 미국의 관세전쟁을 언급하고 "중국과 이란은 일방주의와 괴롭힘에 맞서는 한 배를 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의 핵에너지 평화적 이용 권리를 존중한다"며 "미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과의 대화에서 이란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UN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대한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같은 날 푸콩 UN 주재 중국대사는 "미국의 관세 남용에 직면해 중국은 상황에 맞게 대처하고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했다"며 "이는 중국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동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모든 국제정치적 접촉과 발언들이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후퇴 가능성 언급을 전후해 발생했다. 중국이 오히려 미국에 대한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전통적 우방들에 국한하는 게 아니다. 한국시간으로 오늘(24일) 밤 9시 한미 간 협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전통적 친미진영이 붕괴할 거라는 분석도 다각도로 내놓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한국과 일본은 물론, EU(유럽연합) 역시 대미 이반의 주역들이다. 동시에 중국이 설득하거나 압박할 주요 대상이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4일 기획기사를 통해 "트럼프의 행동이 미국의 동맹국들 간 관계를 뒤흔들고 파탄내고 있다"며 "중국은 바이든이 구축한 지정학적 틀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에마 첸렛-에이버리와 인터뷰를 인용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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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가 미국 일자리만 줄여"...미국 소비자 이반은 집중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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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는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 적용 이전에 중국 제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사진=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
중국이 집중 부각하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의 이반에 대해서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공산당 관영 환구시보는 역시 트럼프 유화적 제스쳐 이후인 23일 밤 "현재 소셜미디어에서는 '관세는 미국 소비자들을 중국 상품에서 멀어지게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미국 무역상들의 일자리를 잃게 했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며 "이 문구가 현 시대정신을 잘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미국 정부의 무모한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상품 소매 가격이 3~5배 급등하면서 점점 더 많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국경 간 직접상거래를 선택하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은 레드노트나 틱톡 등 소셜미디어플랫폼에서 영어로 상품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과 다양성, 신뢰성에 끌린 미국 쇼핑객들이 이 플랫폼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특히 이우 등 기존 대미 주요 수출망 내 상인들의 발언을 인용해 '의연함'을 내비치는 데 여념이 없다. 이우에 있는 한 무역상인 류 모씨는 중국 언론에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점점 더 중국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중국의 공급망 시스템이 탄력적이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며 "중국에 있는 외국 무역회사와 공장들은 앞으로 다가올 어려움에 잘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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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카드확보 총력전...종래엔 협상테이블 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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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5일 오후 찾은 베이징 시내 중관촌 커마오전자성 상가 PC부품 매장은 평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트럼프 반도체 관세 부과를 앞두고 가격 변동폭이 커지면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매매를 멈춘 상황이었다.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카드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진=우경희 |
중국 정부의 총력전엔 이유가 있다. 트럼프가 물러서고는 있지만 일시적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언제고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가 한국 등 우방들과 협상 상황에 따라 대중국 전략을 수시로 조정할 공산도 크다. 중국도 입장이 절박하다는 거다.
태연하게 서방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중국 수출 밸류체인에서도 파열음이 들린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몰리는 미국 소비자들의 주문량은 수치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이 제시하는 근거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 앱들의 다운로드 건수가 이전에 비해 늘어났다는 게 유일하다. 주문량이 늘었다 해도 이는 본격적인 관세 부과를 통해 미중 무역이라는 울대가 끊기기 이전에 들려오는 단말마의 비명일 뿐이다.
한 중국 현지 우리 기업 관계자는 "이우나 선전 무역상들을 대상으로 해외 언론이나 기관이 문의할 경우 '트럼프 관세 여파가 전혀 없다'는 식으로 응답하라는 지시가 상인조합 등을 통해 내려갔다는 얘기가 있다"며 "의연해 보이는 중국이지만 드러나는 모습처럼 여유가 넘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맹의 이반도 현실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완전 대체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미국 컨설팅펌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의 요르그 부트케 애널리스트는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번 무역전쟁으로 중국은 보다 신뢰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리고 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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