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0 °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검찰, 5·18 민간인 학살 사건 수사해 달랬더니 "1년째 뭉그적"

한국일보
원문보기
檢, 계엄군 14명 사건 배정도 없어
집단학살 진실 규명 제자리걸음
유족들 "중대범죄인데…허탈감"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서 유혈 충돌이 벌어진 1980년 5월 21일 봉축탑이 서 있는 전남도청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연일 민주항쟁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서 유혈 충돌이 벌어진 1980년 5월 21일 봉축탑이 서 있는 전남도청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연일 민주항쟁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조위)가 5·18 당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계엄군 14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수사 개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들은 검찰이 사건 배정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수사 의지가 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진조위가 지난해 6월 대검찰청에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계엄군 14명을 고발했다. 1997년 대법원이 5·18 책임자들을 처벌했지만, 전두환·노태우의 반란 처벌에만 중점을 뒀던 터라, 집단 발포를 주도한 지휘관과 실제 민간인 학살 행위에 가담한 장병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단 살해 범죄는 헌정질서 파괴 범죄 특례법과 국제 협약에 따라 공소시효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1980년 5월 23일 전남 화순으로 향하던 미니버스에 총격을 가해 민간인 15명을 살해한 뒤, 생존자 2명을 마저 총살한 광주 주남마을 버스 총격 사건의 주범 5명과 1980년 5월 24일 계엄군 간 오인 사격과 이에 대한 분풀이로 송암동 일대 주민 8명을 살해한 주범 5명 등 9명을 집단 살해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1997년 대법원 재판에서 제외됐던 희생자 7명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이를 근거로 광주 재진입 작전의 책임자인 정호용 특전사령관, 최세창 제3 공수여단장, 신우식 제 7공수여단장, 최웅 제11공수여단장과 당시 작전을 수행한 20사단 60·61연대장 등 6명은 내란목적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대검찰청은 고발장을 접수하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사건은 거기에 멈췄다. 진조위가 검찰에 "사건 처리를 서둘러 달라"고 독촉하자, 검찰은 "워낙 많은 사건이 누적돼 있기 때문에 지연되는 것"이라며 "중요도에 따라 사건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12·3 불법 계엄 사태를 거치면서 뒷순위로 밀려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수사는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진조위 해산 이후 이 사건의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도 문제다. 애초 5·18기념재단이 이를 주도적으로 추적·관리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지난 2월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12·3 내란사태 이후 5·18 정책 현안 토론회'에서 "민간 단체인 5·18기념재단이 진조위 후속조사를 전담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을 받은 뒤 아예 손을 떼 버렸고, 그렇다고 이를 주도하겠다는 단체가 나타난 것도 아니어서 결국 방치된 상태에 놓였다.

역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진상규명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면서, 유족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진실 규명은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집단살해와 내란목적살인이라는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1년 가까이 사건 배정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공공수사 제1부에 배당돼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 수사 상황에 대해 밝히긴 어렵지만, 주요 법리를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5·18단체 및 진조위측과도 수사 상황이 공유될 수 있도록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샤이니 키 주사이모 논란
    샤이니 키 주사이모 논란
  2. 2진서연 쇼핑몰 사장
    진서연 쇼핑몰 사장
  3. 3탁재훈 재혼 가능성
    탁재훈 재혼 가능성
  4. 4마레이 트리플더블
    마레이 트리플더블
  5. 5김종민 감독 최다승
    김종민 감독 최다승

한국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