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청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업스테이지 제공 |
국내 인공지능 기업들이 잇따라 일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초 소프트뱅크와 오픈에이아이(AI) 등이 이른바 ‘일본판 스타게이트’로 불리는 대규모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나서겠다고 하자, 이를 새 사업의 기회로 삼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고 있는 것이다. 또 일본은 ‘아이티(IT) 산업의 갈라파고스’로 불릴 정도로 디지털 전환이 느린 나라로 평가되고 있어, 빠른 서비스 경쟁에 민감한 국내 아이티 기업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지난달 일본 도쿄에 첫 국외 법인을 설립했다. 일본은 2023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가 데이터센터를 건설했거나 증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구글 등은 단순히 일본 시장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동남아·아태 지역 시장까지 바라보는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도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이어서 우리도 시장성을 보고 진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초기 일본 사업을 담당했던 김혜진 전략 리드가 일본 사업을 이끌기로 했으며, 현지 법인장 영입을 추진 중이다.
비투비(B2B) 인공지능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도 지난달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파나소닉·아마존웹서비스 출신의 일본인 법인장을 선임했다. 이 회사는 거대언어모델(LLM)이 기존 문서에 입력된 정보를 오류 없이 추출해 업무 자동화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인공지능 기반 광학문자인식(OCR) 문서 처리 기술 ‘도큐먼트 파스(Document Parse)’ 등을 앞세워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일본은 종이문서 중심의 업무 문화가 여전해 기업 문서 전자화 시장이 한국보다 10배가량 크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앞서 메신저와 웹툰을 중심으로 2010년대부터 일본에 진출한 네이버와 카카오도 신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 일본 법인인 네이버 제이허브(J. Hub)는 최근 야놀자의 자회사였던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을 약 100억원에 인수해 일본 외식업체 디지털 전환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일본에선 아직 보급률이 낮은 고객 예약 관리나 테이블 오더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7일 일본 중소 택시회사 100여곳이 모인 협회 ‘크로스 택시(X Taxi)’와 스마트 택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일본은 이메일·카드결제보다 팩스·현금 사용이 익숙한 이른바 ‘아이티(IT) 산업의 갈라파고스’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지난 2021년 ‘디지털청’을 신설해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및 인공지능 산업에 최소 10조엔(약 101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아이티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아이티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포화 상태인 반면, 일본은 우리보다 인구도 많고 신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분야가 아직 많이 남아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