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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 후보군, 급진 진보부터 강경 보수까지… "선출 갈등 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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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시도에 반발 컸던 프란치스코
"가톨릭, 상충되는 목소리로 얼룩져"
각양각색 후보 거론 속 국제사회 긴장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다음 날인 21일 수녀들이 바티칸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다음 날인 21일 수녀들이 바티칸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포용의 성직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기는 역설적으로 최근 수십 년 사이 가톨릭 분열이 가장 심화한 시기이기도 했다. 교회 문턱을 낮추려 했던 노력이 엄격한 교리 집행을 중시하는 보수 사제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쳤다. 교황의 권위를 부정했던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10년가량 이어진 갈등 끝에 지난해 파문되는 등 성소수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특히 깊었다.

이에 따라 가톨릭 교회는 차기 교황 선출 문제를 두고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극우 세력이나 권위주의 세력이 득세하는 국제사회 흐름에 맞서 온 대표적인 '개혁적 목소리'였다는 점에서, 다음에 어떤 교황이 취임하느냐가 교회 내부는 물론 세속사회 전반에 갖는 상징적 의미도 클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계? 프란치스코의 평화 특사? 천차만별 성향

외신에 거론된 차기 교황 후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외신에 거론된 차기 교황 후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추기경들의 성향은 천차만별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대표적인 개혁파 후보로는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68) 추기경이 꼽힌다. 필리핀 출신인 타글레 추기경은 성소수자와 재혼자 포용에 우호적이지만 임신중절(낙태)은 반대한다. 선출될 경우 최초 아시아계 교황이 된다. 최근 가톨릭의 아시아 교계 확장 추세에 부합하는 선택지인 셈이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인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77) 추기경은 기후위기와 빈곤 문제 해결을 공개적으로 촉구해왔다. 과거 성소수자 포용에 부정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동성애 형사처벌 제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흑인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교황 빅토르 1세(189~198년 재임 추정)를 제외하면 최초의 흑인 교황이 된다.
차기 유력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왼쪽) 추기경과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이 2013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이동하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차기 유력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왼쪽) 추기경과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이 2013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이동하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포르투갈 출신 호세 톨렌티노 칼라사 데 멘도사(60) 추기경도 물망에 올랐다. 사제의 성소수자 축복뿐 아니라 동성혼, 동성 부부의 자녀 입양, 임신중절, 여성 사제 임명까지 옹호하는 급진 진보 성향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마저 바꾸지 않았던 '동성애는 악한 것'이라는 가톨릭 교리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후보로 평가된다. 이밖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 특사로서 2023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방문했던 이탈리아 출신 마테오 마리아 주피(70) 추기경의 선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프란치스코의 외교관' 파롤린, 보수 대표 에르도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2020년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한 가톨릭 행사에 참석해있다. 밀라노=AP 연합뉴스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2020년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한 가톨릭 행사에 참석해있다. 밀라노=AP 연합뉴스


피에트로 파롤린(70) 추기경은 중도 진영 유력 후보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직후인 2013년부터 줄곧 '바티칸 2인자'인 교황청 국무원장을 맡았다. 대(對)중국 관계 개선 외교를 주도하며 "종교를 배격하는 공산당 정부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포교 가능성을 중시한 실용적 행보가 돋보였다는 반박도 만만찮다. 섬세한 화법을 구사해 분열된 가톨릭을 통합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다만 2015년 아일랜드가 동성혼을 합법화하자 "인류의 패배"라고 규탄하는 등 성소수자 문제에는 부정적이다.


보수 후보 중에서는 헝가리 출신 페테르 에르되(73) 추기경이 가장 주목 받는다. 교회법과 세속 문화 전반에 이해도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격한 교리 적용을 중시하고 성소수자 포용을 반대한다. 유럽 난민 위기가 심화하던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에 적극적 역할을 촉구하자 "난민 수용은 인신매매에 해당한다"며 각을 세웠다.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이 지난 20일 헝가리 에스테르곰 대성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에스테르곰=EPA 연합뉴스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이 지난 20일 헝가리 에스테르곰 대성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에스테르곰=EPA 연합뉴스


기니 출신인 로버트 사라(80) 추기경은 아프리카에서 교황 후보로 가장 오랜 기간 거론돼 온 보수파 인물이다. 여성 및 성소수자 권리 옹호 추세를 "사회를 위협하는 젠더 이데올로기"라고 규탄한 강경파다. 이슬람을 배격하는 주장도 이어왔다.

가톨릭의 미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인 2015년 12월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이동하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인 2015년 12월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이동하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차기 교황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일 내 개최 예정인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 회의 '콘클라베'(Conclave) 참여 추기경 138명 중 110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임명돼 개혁 성향 후보 선출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있지만 워낙 변수가 많다. 언급된 6명 외에도 후보군으로 거론된 추기경만 20명 안팎이다. 오랜 교착 끝에 의외의 인물이 깜짝 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회의 개혁 동력 상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에 전쟁과 극단적인 자국 우선주의가 들끓는 가운데, 평화와 사랑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교황의 21일 선종이 자칫 가톨릭의 분열 또는 반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2년 재임 기간 수감자들의 발을 씻기고 성소수자 신자들에게 다가가며 사회 정의를 강력히 주장했던 교황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사라졌다"며 "가톨릭은 상충되는 목소리로 얼룩진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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