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계정세 감안해 추기경단 외교력 중시할 수도,
거리의 사제냐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냐…후보군 주목
21일(현지 시간) 바티칸의 교황 개인 경당 내 관 속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하게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AP=뉴시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면서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에 이목이 쏠린다. 외신들은 유력후보를 거론하면서도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 당시보다 이번 콘클라베의 결과를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고 전했다. 교황이 재임 기간 중 짧은 시간 내 많은 추기경을 임명해 추기경단 내 움직임과 파벌을 파악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조차 12년 전 콘클라베에선 유력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두 개의 큰 전쟁과 복잡한 글로벌 정세에 직면한 만큼 외교 경험이 풍부한 성직자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바티칸 중동 담당 최고 책임자인 이탈리아 출신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60)가 이 점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2023년에야 추기경에 임명됐지만 세계에서 가장 격렬한 분쟁 지역 중 하나인 예루살렘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명성을 얻었다. 피자발라 추기경이 선출되면 1978년 요한 바오로 1세 이후 최초의 이탈리아인 교황이 된다.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70)은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후 교황의 부관 역할을 해왔다. 국무장관으로서 교회 내정을 감독하고 외교 정책을 총괄했다. 온화한 성격의 이탈리아인이자 중도주의자로 교황청(Curia)과 바티칸의 광대한 국제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가 높다. 20년 이상 외교관과 차관보로 일하며 바티칸의 국제 관계를 감독하는 바티칸 본부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2013년부터 12년간 세계 가톨릭을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차기 교황은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 투표)'로 선출하게 된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가톨릭교회는 교회법에 따라 교황이 사망하면 15~20일 이내에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픽=뉴스1 |
콩고민주공화국 수도인 킨샤사의 대주교 프리돌린 암봉고 베순구 추기경(65)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추기경으로 임명된 이래 유력한 차기 후보로 여겨져왔다. 그가 선출되면 최초의 아프리카계 교황이 된다. 그는 교회가 동성 커플에게 축복을 내려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정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인구의 18%가 가톨릭 신자로, 보수적인 가톨릭 교구로 꼽힌다.
필리핀 출신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67) 추기경은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리며 수년간 차기 후보로 거론돼왔다. 2012년 추기경으로 임명된 후 이듬해인 2013년 유망한 교황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당시는 직책을 맡기에 젊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이고, 개도국 빈자와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온 프란치스코 교황과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마리아 주피(69) 추기경은 관용차 대신 자전거를 타는 등 의례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 '거리의 사제'로 불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그를 이탈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 중 하나인 볼로냐 대주교로 임명했고 최근 몇 년간 우크라이나 핵심특사로 임명했다. 일각에선 교황이 주피 추기경을 후계자로 선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에 대해 의견을 밝힌 적은 없다. 주피 추기경은 가난한 이들을 돕고 갈등을 해결하는 가톨릭 공동체 '산테지디오'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점이 주피 추기경이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반대로 외부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선종하면서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교황직은 통상 백인 남성의 차지였으나, 이번에는 첫 아시아인 교황 등 비(非) 백인 교황 선출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
교회법 전문가인 헝가리의 페테르 에르되(72) 추기경은 보수주의 교회로의 회귀를 원하는 추기경들 사이에서 지지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등 언어역량이 뛰어나다. 이혼한 가톨릭 신자들이 성찬에 참여하거나,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이 밖에 스웨덴 최초의 가톨릭 추기경인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 주교(75)도 후보로 거론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이민자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왔지만 동성커플을 축복하는데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콘클라베는 통상 선종일로부터 15∼20일 내에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하며 만 80세 미만 추기경들이 비밀 투표에 나선다. 5월 초다. 콘클라베에 참여한 추기경단의 3분의 2이상의 지지를 얻으면 교황에 선출된다. 투표 결과는 굴뚝의 연기로 알 수 있는데 검은 연기는 선출 불발, 흰 연기는 선출 성공을 뜻한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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