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구입한 모든 그래픽 카드를 기억한다. PC 조립을 시작한 계기인 저사양 지포스 6600(비 GT)부터, 지금은 가벼운 인디 게임을 즐기기 위해 사용하는 용도로는 넘치는 사양인 RX 7900 XTX에 이르기까지, 모든 그래픽 카드는 필자의 마음 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원하는 모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강력한 GPU를 가지고 있는 것은 행운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여전히 최신 세대의 그래픽 카드로 업그레이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엔비디아의 RTX 5090은 인상적이지만 너무 비싸다. RTX 5070 Ti는 가격 대비 성능이 훨씬 낫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다. AMD의 RX 9070 XT는 다른 제품에 비해 정말 훌륭한 카드이다. 팀 레드 팬의 마음으로는 엔비디아가 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AMD가 많이 팔리면 좋겠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세대는 좀 실망스럽다. 필자가 구매를 보류하는 이유, 다른 사용자도 그렇게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정리했다.
엔비디아의 행동에 합당한 이유는 없다
엔비디아보다 더 비판을 받을 만한 회사는 없다. RTX 50 시리즈의 출시는 PC 하드웨어 역사상 가장 문제가 많았던 출시 중 하나였다. 필자는 20년 이상 그래픽 카드에 대해 글을 써 왔고, 그 동안 엔비디아의 출시 전략을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썼지만, 이번은 엔비디아의 모호한 기준으로도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드라이버 문제, 누락된 ROP, 녹아내리는 전원 케이블, 끔찍한 가용성과 가격을 넘어, 저를 정말로 화나게 하는 것은 이 세대의 오만함이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CES 2025의 무대에 서서 엔비디아 팬들에게 진실을 왜곡했다.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RTX 5090이 RTX 4090보다 두 배 빠르다고는 할 수 없다. RTX 5070도 “549달러에 4090의 성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실제 549달러에 판매되지 않고, 성능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RTX 5080조차도 4090보다 빠르다고 주장할 수 없다.
Adam Patrick Murray / Foundry |
엔비디아는 현재 AI, 데이터 센터, 그리고 최신 미국 행정부에 아첨하며 대다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더 이상 게임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보이다. 분명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 게이머들은 부수적인 존재로 느껴진다.
오늘날의 카드가 제공하는 성능 업그레이드를 뜯어 보자. 여기저기서 단 몇 퍼센트 정도만 향상되고, 레이 트레이싱이 약간 개선된 정도다. 이 세대에서 개선된 게 하나 있다면 DLSS 4 트랜스포머 모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도 AI다. 엔비디아는 게임의 발전을 다른 사업에서 AI를 훈련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블랙웰(Blackwell) 기반의 새 그래픽 카드를 구매하는 것은 엔비디아의 나쁜 행동에 보상해주는 것처럼 느낀다. RTX 50 시리즈는 재판매업자에게 맡기고 망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
AMD 카드는 “충분한” 정도에 불과
AMD를 보면 마음이 약해진다. 필자는 약자의 역전극을 좋아한다. 2,000억 달러 규모의 AMD는엔비디아 같은 수조 달러 규모의 거대 기업에 비하면 ‘약자’에 불과하지만, AMD의 그래픽 사업부는 꾸준히 2위를 차지해 왔다. 하지만 AMD는 몇 가지 뛰어난 카드를 출시한 적이 있으며, RX 6900 XT가 엔비디아의 플래그십 카드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빅 나비는 거의 성공할 뻔했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
하지만 라데온에 대한 편견을 잠시 접어두면, AMD는 한동안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 없는 상태였다. 레이 트레이싱 성능이 부진했다. 업스케일링 오픈소스 모델은 훌륭하지만 DLSS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GPU 가격 책정에서 반복적으로 실수를 저지르며 경쟁력을 잃었다.
Adam Patrick Murray / Foundry |
RX 9070 XT는 오랜만에 강력한 래스터화 성능,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레이 트레이싱 성능, 그리고 FSR 프레임 생성 기능을 모두 갖춘 AMD의 첫 번째 카드다. 업스케일링 기술은 여전히 DLSS에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히 괜찮은 수준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9070 XT는 이번 세대에서 구매할 수 있는 최고의 그래픽 카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좋다”는 정도로는 안 된다. 공급 문제 때문에 여전히 물량이 충분하지 않고, 릴리즈 한 달이 조금 지난 지금, 가격은 엔비디아의 제품만큼 터무니없이 비싸졌다. 게이머들이 몇백 달러에 엑스박스 시리즈 X나 플레이스테이션 5, 심지어 스위치 2까지 구입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래픽 카드에만 1,000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면, 뭔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그래픽 카드에서만 벌어지는 문제
요즘은 SSD 가격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비싸졌는지, RAM이 어떻게든 사용자의 주머니를 비워가고 있는지, 또는 게이머들을 피를 말리는 다른 하드웨어에 대한 기사는 보기 어렵다.
플래그십 CPU를 사고 싶다면 450달러 이상은 들겠지만, 특히 지난 세대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면 200~300달러로 정말 빠른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RAM은 제가 본 것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이며, 100달러가 조금 넘는 가격으로 여러 TB의 PCIe 4 스토리지를 구입할 수 있다. 메인보드는 약간 비싸지만, 200달러 미만으로 성능이 좋은 제품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전원 공급 장치는 다양한 가격대로 구입할 수 있다.
Newegg |
하지만 현대의 그래픽 카드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다. 1080p에서 좋은 프레임 속도를 내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GPU만 필요해도 현재로선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인텔의 B580 같은 제품조차 출시 가격 250달러에서 크게 상승해 거의 400달러에 가까운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과도한 가격이 모두 제조업체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그래픽 카드는 가격이 높고 역사적으로 마진이 낮았으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탐욕도 기여하지 않았을까?
AMD가 1,000달러에 달하는 그래픽 카드를 출시했지만, 그 성능은 2~3년 전의 고급 카드와 비슷할 뿐이라는 사실을 축하해야 할지 모르겠다(그 카드도 출시 당시에는 비슷한 가격이었지만).
이번 GPU 세대는 건너뛰어야
필자는 이미 강력한 그래픽 카드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좋은 그래픽 카드를 테스트해 볼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일종의 특권층이다. 평범한 사용자가 아니다. 따라서 일반 개인 사용자가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최신 그래픽 카드가 필요하다면, 힘들게 번 돈을 원하는 것에 쓰는 것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그래픽 카드 세대를 건너뛸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카드보다 나은 것도 있고, AMD가 엔비디아와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제대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기쁘다(이 세대의 빅 나비에 해당하는 제품이 없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외부 요인으로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MD와 엔비디아는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MD의 프레임 생성 및 업스케일링은 더 개선되어야 한다. 레이 트레이싱 성능은 몇 년 전에 따라잡았어야 한다. 엔비디아의 가격 정책은 정말 모욕적이며, 부정직하고 과장된 마케팅도 마찬가지로 나쁘다. 그래픽 카드 업계 전체에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게이머들이 지갑으로 투표해야만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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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 Martindale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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