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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따지려 노동청 왔는데…미등록 이주노동자 체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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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수원 영통구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이주인권단체들이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 발생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체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제공

21일 오전 수원 영통구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이주인권단체들이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 발생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체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제공


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돼 이주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사업주가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뒤 노동자가 권리 주장에 나서면 미등록 사실을 문제 삼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고용노동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이주인권단체들은 21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 발생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체포에 대한 경찰과 노동부의 대응을 규탄했다. 이들은 노동부에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이주노동자를 체포한 경찰의 사과를 요구했다.



고기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대표와 노동부 경기지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4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경기 용인의 한 석재회사에서 근무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ㅅ씨는 5천만원 상당의 퇴직금 등 임금체불 진정을 낸 뒤, 지난 18일 노동부 경기지청에서 회사 대표와 대질조사를 받았다. 대표는 조사를 앞두고 ㅅ씨에게 “노동청에 출석하지 말고 진정을 취하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이에 응하지 않은 ㅅ씨가 먼저 조사를 마치고 경기지청을 떠나는 도중, 참고인 자격으로 온 회사 대표의 아들은 경기지청 안에서 ㅅ씨의 멱살을 잡는 등 승강이를 벌였다. 뒤이어 출동한 경찰은 ㅅ씨가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수갑을 채운 채 연행한 뒤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 인계했다. 고 대표는 한겨레에 ”출입국에 보호 조처되는 경우 노동자들은 임금체불 진정 절차를 마치지도 못한 채 출국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앞으로 노동청 조사가 남아있는 만큼 법무부는 ㅅ씨에 대한 보호를 일시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노동관계법 위반 조사를 위해 노동청을 찾았다가 사업주 신고로 체포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사업주가 노동자의 미등록 사실을 알고도 일을 시키다가, 노동자들이 임금체불 진정 등을 내면 미등록 사실을 문제 삼아 추방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자 지난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에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외국인의 미등록 사실을 알게 되면 공무원은 이를 출입국·외국인청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는데, 노동관계법 위반 관련 조사를 받는 외국인은 통보의무에서 제외하라는 것이다. 당시 인권위는 “미등록체류 불법고용이라는 취약성 때문에 사업주들이 임금을 체불하거나, 체불임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출입국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하는 사례가 확인돼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겪는 노동관계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피해구제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난 1월 “임금체불은 금전적 채권·채무에 불과해 인권침해나 범죄 피해 구제가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며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통보의무가 노동부 공무원에게 있다 하더라도, 노동부가 실제로 통보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노동관계법 위반 조사가 우선이라는 취지다. 다만, 노동청에 출동한 경찰의 공무집행을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주인권단체들은 노동부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다. 권리구제를 위한 신고 과정에서 미등록 사실이 드러나 추방 위기에 놓이게 된다면, 권리구제 절차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주민센터 ‘친구’ 조영관 센터장(변호사)은 “대질신문을 하더라도 사업주와 이주노동자를 분리해서 진행하는 등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사 절차를 노동부가 마련해야 한다”며 “사법경찰관 지위에 있는 근로감독관이 피해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범죄자 편에서 (경찰의) 공무집행을 용인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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