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3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부상자 구호를 위해 경광등을 켜고서 출동하던 팔레스타인적신월사 차량들의 모습.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숨진 구호대원의 이동전화로 촬영된 동영상 중 일부이다. |
이스라엘은 지난달 자국군이 적십자 구급요원에게 발포해 15명이나 사망시킨 사건은 ‘업무적 실패’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사망한 구급대원 중 일부는 하마스 대원이라는 기존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0일 가자지구 라파흐 인근에서 사상자 구호를 위해 출동하던 적신월사 및 유엔 구급요원들에 발포해 사망시킨 사건과 관련해 현장의 이스라엘군들이 “업무적 실패”들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조사한 이스라엘방위군은 성명에서 “작전상 착각” 및 “명령 위반” 등 일련의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스라엘방위군은 이 사건을 저지른 현장 부대의 부지휘관이 “보고 과정에서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보고를 제공해” 해고됐고 다른 지휘관도 사건의 전반적인 책임을 지고 견책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적신월사 대변인은 이런 조사 보고는 “그 책임을 현장 지휘의 개인적 실수로 떠넘겨서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근거가 없다”며 “진실은 다르다”고 반박했다.
지난 3월23일 가자지구 라파흐 인근에서 14명의 구급대원 및 1명의 유엔 대원은 구급차, 유엔 차량, 소방차를 동원해 출동하던 중에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 사건 뒤 이스라엘방위군은 구급차량 등이 전조등이나 경광등을 켜지 않고 어둠 속에서 “의심스럽게” 접근했다며 현장 부대 병사들의 발포 대응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숨진 구급대원이 휴대전화로 이 사건을 촬영한 동영상이 발견되면서 구급차량 행렬이 전조등과 경광등을 켰고, 발포 당시에는 길가에 주차했던 상황이 드러났다. 이에 이스라엘방위군은 애초 해명이 실수였다며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벌였다.
이스라엘방위군은 이날 발표에서도 당시 병사들이 적군으로부터의 위협에 직면했다고 믿고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조사를 맡은 요아브 하르에벤 소장은 기자들에게 이 사건의 사상자 중 6명은 하마스 대원이라는 기존 주장을 유지했고, 이들의 이름을 나중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사 보고서는 사건이 “적대적이고 위험한 전투 지대”에서 일어났고 현장의 지휘관은 차량 행렬이 급속히 다가와 ‘임박하고 실재적인 위협’을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사건이 “야간 가시성이 나빠” 지휘관이 차량을 구급차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돌렸다. 동영상을 보면, 당시 차량들은 적신월사 및 유엔 구호가 명확히 보이며 대원들도 야광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사망한 대원들의 시신은 현장의 모래더미에 묻혔다. 시신들은 사건 발생 1주일까지도 수습되지 못했다. 유엔 등이 사고 현장을 파악하거나 접근할 도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방위군은 또 당시 사건 뒤 팔레스타인적신월사 대원 1명을 체포해 아직도 구금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스라엘방위군은 지난해 4월에도 구호단체인 세계중앙식탁의 구호대원 7명에게 발포해 사망시켰다. 이 사건으로 장교 2명이 해고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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