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뿌리 내 거야" 도로 경계선 조정까지…수년째 소유권 분쟁, 이유가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나무뿌리'의 모델이 됐던 나무뿌리를 두고 소유권 분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 마지막 작품 모델로 알려진 오베르 쉬르 오아즈시 길가에 있는 나무 뿌리.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반 고흐가 생전 마지막으로 살았던 파리 외곽 마을 오베르 쉬르 오아즈시와 마을 주민 세를랭제 부부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은 반 고흐가 생애 마지막 두 달을 보낸 프랑스 파리에서 북쪽으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 분쟁은 2020년 반 고흐 전문가들이 오베르 쉬르 오아즈의 길가 옆에 드러난 얽힌 나무뿌리들이 반 고흐가 1890년 생전 마지막으로 그린 작품에 나온 뿌리와 같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이 뿌리는 세를랭제 부부가 2013년부터 소유한 땅 안에 있었다.

이후 전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끌었고 이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 뿌리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세를랭제 부부와 오베르 쉬르 오아즈시는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됐다. 오베르 쉬르 오아즈시는 "이 나무뿌리는 도로변 공공 부지에 속한다"며 소유권을 주장하며 그해 9월2일 긴급히 도로 경계선 조정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2023년 6월 1심과 지난 3월18일 2심 모두 세를랭제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 뿌리들이 있는 비탈길은 공공도로의 안정성 유지와 관련이 없으므로 공공 부지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들의 법정 싸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자벨 메지에르 오베르 쉬르 오아즈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뿌리는 오베르 주민의 것이다. 주민들의 공공 이익을 사적 이익 앞에 포기할 수 없다"며 "소유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세를랭제 부부는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우리는 두 번이나 승소했다. 우리는 의심의 여지 없이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제는 싸움을 끝내고 이곳을 잘 가꿔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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