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금융세계여행>, '글로벌 금융 역사' 여행하듯 탐구…"역사 공부가 세계화 첫걸음"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러 예비후보들이 각종 정책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미래 비전과 전략에 대한 정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우리 정치권에서 금융 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과 장기적 대안 모색은 실종된지 오래다.
금융업의 성장은 경제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다. 기업, 금융 등 경제 관련 법·제도 석학인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신간 <금융세계여행>(더벨 출판)에서 한국 금융업의 국제화를 주창했다. 국내외 학계의 권위자로서만이 아니라 우리 주요 기업과 경제 기관의 리더로서 경험적 고찰이 담긴 제안이다.
김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공단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장, 서울대 ESG위원회 위원,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삼성증권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앞서 한국금융투자협회 공익이사, 한국예탁결제원 증권파생상품 자문위원장, 맥쿼리인프라 감독이사, 한국ESG기준원 의결권위원장 등을 지냈다.
김 교수는 이달 출간한 <금융세계여행>에서 "예전에 금융의 삼성전자가 화두였던 적이 있다. 삼성전자 같은 금융기관을 키우자는 취지였다"며 "급변하는 지정학이 한국의 제조업을 쉽게 두지 않을 것 같은 지금, 대안으로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책의 부제는 '금융의 삼성전자를 향한 여정'이며 김 교수는 앞서 11년 전인 2014년에도 <금융의 삼성전자>라는 책을 펴내는 등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금융기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오래 전부터 강조해 왔다.
김 교수는 2013년 칼럼 <금융의 글로벌 영웅을 기다리며>에서 "금융산업의 국제화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간 길을 따라가는 방법밖에 없다. 인력의 국제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내부 인력의 교육과 글로벌 인재의 스카우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책에서는 "해외 M&A가 중요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현지의 은행을 인수해서 우리 구조에 편입시키고 현지의 경영자들을 우리 사람으로 만들면 된다"며 금융업 국제화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업은 기업의 성장과 산업의 발달에 필수적이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금융은 제조업만큼이나 혁신을 창출할 위력을 가지고 있고, 금융혁신은 실제로 소비와 생산의 증가를 이끈다. 금융업 국제화를 통해 금융산업 고도화, 금융사의 글로벌 성장, 일자리 창출 등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동력을 높일 수 있다.
<금융세계여행>은 한국 금융업의 성공적인 국제화를 위한 저변을 갖추는 차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의 역사와 현재를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앞서 △이사회경영 제3판(더벨, 2023) △소유와 경영(더벨, 2020) △M&A의 역사와 전략(더벨, 2019) △상법입문 제7판(박영사, 2017) △자본시장법이론 제2판(박영사, 2016) △투자은행 제2판(더벨, 2015) 등의 전문서를 펴냈던 김 교수는 이번 책은 교양서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들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 독자들과도 편히 함께 금융을 테마로 세계여행을 하는 콘셉트다. 대선을 앞둔 요즘에는 정치권에서 긴요하게 읽힐 정책 참고서일 수도 있다.
김 교수가 세계여행 책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수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의 일부를 기사 지면으로 옮겨봤다. 지면 제약상 인용 문단은 원 문장들 중 일부를 생략 또는 압축하기도 했다.
김화진 교수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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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과 유럽 등의 유명 금융기관과 여러 금융상품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놓여 있고 게다가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기이기에 우리 경제 현안과 이슈에 대한 김 교수의 분석, 비판, 제안이 더 주목된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에 도움이 될 김 교수 제언의 엑기스를 모았다. 금융권 뿐만 아니라 대선 선거캠프에서도 잘 들어봐야 할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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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리더의 조건
=국제화는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이 아니다. 따라서, 국제화에 강점을 가진 금융기관 경영자만이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리더가 될 수 있다. 런던, 홍콩, 쿠알라룸프르 지사에서 외롭게 악전고투하며 국제적 감각과 경험을 쌓는 사람보다 서울에서 동창회, 상가집 열심히 챙기는 사람이 회사 내에서 유리하다면 누구도 국제화의 전사가 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 중 리더십을 꼽는데 아무도 이의가 없다. 이 리더십은 회사의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더 어려운 과제가 된다. 소형 증권회사 경영자의 역량과 골드만삭스 경영자의 역량은 다른 것이다.
▶은행 사외이사의 전문성
='리스크 센터'라고 불리는 은행의 사외이사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 외에 공통적으로 금융업과 리스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어야 한다. 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 이사회 구성을 보면 금융관련 경력이 있는 전관과 법조인, 금융관련 연구와 강의를 하는 교수를 제외한 좁은 의미의 금융전문가 비중이 매우 낮다. 지금까지 기업지배구조 일반의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독립성이었다. 이는 재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파생된 현상이다. 그러나 이른바 '주인 없는' 은행의 지배구조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 문제가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2023년 주주총회 시즌에서 금융지주회사 이사회 구성이 큰 이슈였고 사외이사의 은행 경영진에 대한 독립성이 가장 큰 주제였지만 추후 이사회의 전문성도 독립성보다 덜 중요하지 않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가장 전문적인 사외이사가 가장 독립적이기 쉽다.
▶부동산 금융
=금융기관 부실은 종종 부동산(주택)이 발단이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서브프라임 주택모기지시장에서 시작되었다.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삶에 중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고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준다. 우리도 수입한 미국식의 민주주의는 개인의 재산권 보장에 기초하는데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재산은 집이다.
그래서 주택 문제는 고도로 정치적인 문제다. 정부가 국민들의 주택 보유를 지원하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정권에서도 중요한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새로 출범하는 정권마다 주택보급률 확대를 약속한다. 반값아파트 공약을 우리도 들어보았다. 문제는 아무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싶어도 돈이 없는 국민들은 금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주택보유 지원은 주택구입 금융지원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집을 사는데 빌린 돈의 이자를 갚으면 면세혜택을 누리는 세제 혜택도 단골 메뉴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를 아메리칸드림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까지 했다.
저금리가 촉발하는 인플레 위험을 무릅쓰고 주택보급률을 높이려는 정치적 행동은 비판할 일만은 아니다. 또, 생산적인 건설은 미래에 대한 중요한 투자다. 사회간접자본시설 개선을 통한 건설경기부양은 고용창출 방안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모자라는 돈으로 집을 장만하고 건설사업을 사익추구를 위해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금융사기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정관계 로비, 그리고 재정적자로 이어지는 금융기관의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준다. 불법과 범죄에 대해 엄중하게 조치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복지정책
=복지 논쟁이 가장 큰 사회적 이슈고 선거 쟁점이다. 복지국가 개념은 사회주의나 자유주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진보 진영이 만든 것도 아니다. 보수정당이 복지 논쟁에서 공연히 어색해 할 필요는 없다. 복지국가 개념은 공동체 내에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극단적으로 희망이 없는 무산자가 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측은지심과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표 추구가 결합돼 탄생한 것이다.
그 후 세계는 양차 대전을 겪었고 복지국가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무산자를 구휼한다는 차원에서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만능보험 차원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일본은 이상적인 복지국가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복지국가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이 있는 '노력과 보상, 기여와 혜택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뒤따랐다. 복지국가는 해체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현재 세계 각국은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 복지 문제는 이제 인류가 당면한 가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 중 하나다. 재정 문제와 정치적 대립 때문에 국내에서는 '복지포퓰리즘'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느낌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무력한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측은지심을 버릴 필요는 없다. 노력과 보상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으면 그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민간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국가가 시행하는 보험은 국가적 차원의 규모의 경제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문제점
=주주행동주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양립할 수 있는가. 그 목적이 애당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추구인 일부 펀드를 제외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핵심적인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그 속성이 사회적 책임 보다는 단기적인 주주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다. 행동주의 펀드는 자산매각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M&A전략 재정립, 배당정책 수정 요구를 주요 전략으로 사용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 전략도 포함되지만 그에는 사회적 책임의 이행보다는 자신을 포함한 소수주주들의 권익 향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더 중요한 목표로 포함되어 있다. 특히 펀드 측 사외이사 선임 요구는 기업지배구조 자체를 개선하려는 목적보다는 펀드 측이 제시하는 구조조정 전략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방법론인 것이 보통이다.
=주주가 발언이나 서면을 통해 허위의 사실을 제시하는 경우, 즉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도 책임이 발생할까. 회사는 공시나 기타 자료를 통해 주주들에게 허위의 사실을 전달하는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라 일련의 책임을 진다. 그러면 주주, 특히 법인인 기관주주가 자신이 주주인 회사에 관해 그렇게 하는 경우 유사한 책임이 따르는가. 이 문제는 특히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거나 행동주의 펀드가 특정 회사(경영진)를 공격할 때 주로 발생한다. 그 경우 회사는 자본시장법 등의 규칙을 엄수해야 하지만 공격 측인 주주는 언행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에 대한 기업의 전략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슈를 부각하는 전략을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전략은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을 뿐 아니라 사실상 주주총회의 결과를 좌우하는 기관투자자들의 표심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자문회사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다.
▶해양정책
=미래의 해양정책은 안보와 해양자원뿐만 아니라 산업정책의 시각에서도 새로 정비돼야 한다. 조선이라는 매우 특수한 산업의 특성을 감안해서 산업정책과 금융정책이 준비돼야 한다.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업무를 확대하고 수출입은행의 제작금융 재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해양정책은 해양자원과 환경, 조선과 해운산업을 정책금융과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한다.
▶해운거래소 설립
=현대의 해양산업은 금융산업 못지 않은 첨단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그 예로 해운거래소를 들 수 있다. 증권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가장 좋은 조건에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증권거래소에 모여들듯이 해상운송을 둘러싸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거래상대방을 찾고 원하는 조건을 성취하기 위해 해상운송과 관련된 여러 당사자들이 해운거래소(shippingexchange)를 이용한다. 이제 정식의 해운거래소를 설립할 생각을 할 때다. 해운물류의 중심이 유럽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부산 등 아시아지역에 해운거래소를 설립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해 온 터다. 우리는 해양산업이 튼튼하기 때문에 법률적 기초와 지원을 보완하는 작업이 따라주면 된다. 해운거래소 설립은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월스트리트. 끝에 트리니티교회가 보인다. 좌측으로 JP모건 옛 사옥과 뉴욕증권거래소 일부 /사진=금융세계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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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세계여행>은 '역사'라는 통시성과 '세계여행'이라는 공시성을 날줄과 씨줄처럼 엮은 책으로 독자들이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입체적으로 경험하면서 글로벌 금융을 공부할 수 있다. 많은 금융기관, 금융제도, 금융상품에 대해 알 수 있고 특히 그 기원과 유래의 역사를 알게 되는 재미가 최고다. 세계여행을 통해 역사를 배우면서 그 존재를 이해하고 세상의 질서를 파악할 수 있어 좋다. 저자는 이 책 머릿말에서 "우리는 가장 많은 인사이트를 역사와 여행과 사람, 그리고 책에서 얻는다. 이 책도 그랬으면 한다"고 독자들에게 인사했다. 독자들도 매우 궁금해 할만한 몇몇 기원과 유래들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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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시초
=영국에서 금융은 대장간 사업자들이 시작했다. 대장장이들이 금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대장간 사업자들이 보유했던 금은 런던타워에 설치되어 있던 왕실 화폐주조청에 보관했는데 찰스1세(1600-1649)가 어느날 그 금을 다 몰수해 버렸다. 그러자 왕실을 믿지 못하게 된 사업자들이 귀족들과도 금 거래를 시작했다. 금을 보관하고 일종의 보관증을 써주었다. 보관증 외에도 제3자에게 반환을 지시하는 서류도 금과 함께 수령했다. 은행권의 시초다. 1650년에 노팅햄의 한 의류 상인이 처음으로 은행을 열었고 1694년에는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이 설립된다.
▶국제금융의 시조는 템플기사단
=템플기사단은 최초의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여겨진다. 무장 수도사들의 군사 조직이었지만 예루살렘과 아크레, 그 후에는 프랑스 파리를 본거지로 전 유럽과 중동에 걸쳐 막대한 재산과 조직망을 갖추었다. 그를 통해 축적된 지식과 정보로 이들은 최초의 글로벌 금융기관 역할을 했고 유럽 왕들의 후기 십자군 원정에 병력과 함께 자금도 지원했다. 그리고 후일 신대륙을 개척하고 동방무역을 번성시킨 지리상의 발견에 크게 기여했다. 1119년에 처음 역사에 등장해 1307년 10월 13일(금요일)에 필리프 4세에 의해 와해 될 때까지 엄청난 파워 집단이었다.
▶템플기사단이 미국을 만들었다?
=우리 시대 글로벌 금융질서의 초석은 미합중국 1달러짜리 지폐다. 모든 경제적 파워와 질서가 거기서 시작된다. 그런데 1달러 지폐 뒷면을 자세히 보면 13층짜리 이상한 미완성 피라미드가 나오고 좌측 캡스톤에 눈동자가 그려져 있다. 바로 프리메이슨의 상징 도안이다. 왜 미국 정부가 1달러 지폐에 그 단체의 상징을 새겨놓았을까. 템플기사단과 프리메이슨과 미국 건국 주역들의 관계가 열쇠다. 가설과 비약을 연결시키면 최초의 글로벌 금융기관이었던 템플기사단의 후예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금융제국이자 이스라엘의 건국을 지원하고 아직도 집요하게 후원하고 있는 미국을 만든 것이다.
▶미국이 가장 많이 신세진 은행 베어링
=미국의 젖줄인 미시시피강의 서안 유역 전체를 차지하는, 즉 미국 영토의 거의 1/4을 차지하는 큰 주인 옛 루이지애나를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프랑스 나폴레옹으로부터 1803년에 1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루이지애나의 주인은 실질적인 미국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매입 자금은 금융으로 조달했다. 1762년 런던에서 설립한 영국의 베어링(Barings Bank)이 세계사에서 가장 큰 부동산거래를 위해 미국 재무부 본드 발행을 주선했다. 연 6% 이자였다. 1804년 4월에 마지막 본드가 상환되었다. 링컨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 미시시피라는 말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대의 초강대국 미국이 가장 많이 신세 진 은행은 베어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1847년의 월스트리트 /사진=금융세계여행 |
▶월스트리트의 기원
=맨해튼은 1626년에 인디언들로부터 24달러어치의 물품과 교환으로 매입한 땅이다. 그 24달러는 현재가치로 약 1000달러라고 한다. 그리고 북쪽 인디언들과 영국군을 막기 위해 맨해튼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벽(Wall)을 세웠다. 서인도회사의 마지막 총독 피터 스튜브샌트가 한 작업이다. 이 벽은 영국이 맨해튼을 넘겨받아 이름이 뉴욕으로 바뀌면서 헐렸는데 그 벽이 세워졌던 자리를 따라 500미터를 조금 넘는 월스트리트가 생긴 것이다. 1664년 영국의 찰스 2세는 맨해튼을 동생 요크공에게 주었다. 그래서 이름이 뉴암스텔담에서 뉴요크(New York)로 바뀐 것이다.
▶직접금융을 개발한 나라 네덜란드
=뉴욕을 건설한 나라가 네덜란드와 영국이었으니 사실 원조 금융 강국은 네덜란드였고 그 중심지는 암스텔담이었다. 특히,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VOC, 1602∼1799)라는 희대의 발명품으로 역사상 최초의 직접금융을 개발한 나라다. 예나 지금이나 네덜란드는 국제화가 나라의 정체성이다. 1602년에 VOC가 출범하고 1609년에 암스텔담은행(Wisselbank)도 설립되었다. 역사상 최초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영국은행은 거의 한 세기 후에야 등장한다.
▶보험의 기원
=보험은 1350년대에 이미 출현했지만 보험이 산업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1666년 런던 대화재 이후다. 보험은 기원 전부터 세계 각 문화권에서 창안되었지만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1660년경에 파스칼과 페르마의 확률이론과 사회통계학자들에 의한 인간의 평균 수명에 대한 연구가 출현한 이후다. 수학자들이 지적인 토대를 마련해 주었고 1744년에 교회의 목사가 사망할 경우 유족이 가난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정교한 계산에 의한 기금 마련 장치가 스코틀랜드에서 고안되었다.
▶ATM과 PIN의 기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영국의 바클리즈가 1967년에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영국 북쪽 잉필드라는 마을에 설치되었다. 잉필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교회 입구에 있는 바클리즈 지점 현관문 옆인데 지금은 현대식 ATM이 있고 그 좌측 벽에 기념 동판이 붙어있다. 국내에서는1978년 1월에 지금의 하나은행인 외환은행 본점에 설치되어서 가동된 것이 최초다.
ATM 등장 초기의 문제는 카드 분실이나 도난이었다. 그래서 개인식별번호(PIN)가 탄생했다. PIN 덕분에 ATM이 비로소 널리 사용될 수 있게 되었다. PIN은 제임스 굿펠로우라는 스코틀랜드의 발명가가 창안해 낸 것이었고 그래서 굿펠로우가 ATM의 발명자로까지 불리게 되었다. PIN은 ATM뿐 아니라 다양한 전자장치와 보안시설에 사용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 중 하나다.
미군이 운용하는 항공모함에도 ATM이 다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의 ATM은 국립파키스탄은행이 고산지대 고개에 설치한 ATM이다. 해발 4693미터인데 영하 40도에서도 가동된다. 웰스파고는 남극대륙의 인구 800명인 맥머도기지에 ATM을 설치했다. 두 대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외로운 ATM으로 불린다.
▶현대사 첫번째 금융위기
=1907년에 발생했다. 그해 10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주식들의 주가가 50% 급락했다. 원인은 복합적인데 한 구리광산회사의 주식을 매점하려 시도한 세력이 촉발시켰다. 미국 3대 신탁회사가 도산하고 그 여파로 다수의 지방은행도 도산했다. 1907년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은 1913년에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를 출범시켰다.
▶첫 은행강도
=씨티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은행강도를 당했던 은행이다. 1831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다. 두 명의 강도가 요즘 가치로 5,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탈취해 갔다고 한다. 두 강도는 돈 6만 달러 정도를 쓴 후에 체포되어서 5년 형을 받고 수감되었다. 탈취당한 돈의 일부는 찾지못했다.
▶뮤추얼펀드의 기원
=집합투자는 그 기원을 영국에 둔다. 영국에서는 나폴레옹전쟁 후 영국이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 되면서 해외투자가 급증했는데 해외투자에 따르는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19세기 중반부터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투자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공동투자조합들이 출현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 철도회사 주식에 투자했고 뮤추얼펀드의 시조라고 불리우는 플레밍(Robert Fleming)이 1873년에 스코틀랜드에 설립한 투자조합도 미국 철도회사의 채권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모펀드의 기원
=1976년에 베어스턴즈를 나온 세 사람이 조그마한 투자회사를 하나 차린 것이 투자은행의 역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 된다. 그 세 사람 이름의 머릿 글자를 딴 KKR이 탄생했다. 사모펀드의 출현은 헤지펀드를 제외하고 생각한다면 투자은행의 역사에 있어서 현재 기준으로 가장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재무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있거나 잠재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회사를 엄청난 부채를 일으켜 인수하고 고강도의 구조조정과 경영 성과를 통해 가치를 상승시켜 다시 매각하는 LBO (Leveraged Buyout) 기법을 시장에 소개했다.
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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