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한 식당가. 연합뉴스 |
정부가 22일 국회 제출을 예고한 12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경기 대응을 하기엔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온 가운데, 추경안에 담긴 상생 페이백 등 주요 민생 지원사업의 ‘내용’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설계가 복잡한데다 가동을 위해 필요한 시스템도 마련되지 않아,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제때 충분히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을 거란 평가다.
20일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추경안을 보면, 이번 전체 추경안 가운데 ‘민생 지원’을 위한 예산은 4조3천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된 사업은 소상공인 부담 경감 크레딧과 영세 사업자 대상 소비 상생 페이백 사업으로, 각각 1조6천억원과 1조4천억원이 편성됐다. 부담 경감 크레딧은 연 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 311만명에게 최대 50만원씩 한차례 지원되며, 공과금과 보험료 등에 쓸 수 있다.
상생 페이백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자에게 소비자가 사용한 카드 소비 증가액(지난해 월평균 소비 금액 대비 올해 한달간 소비 금액)의 20%를 월 최대 10만원씩 석달 동안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유흥주점, 명품 매장 등에서의 소비 증가액은 제외되며,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소비나 자동차 구입비 등도 제외된다. 기재부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자를 약 500만명 규모로 보고 있다.
특히 민간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된 상생 페이백 제도 설계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연 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자로 대상자를 구분하고, 대상 소상공인별 전국민 소비지출액 데이터와 올해 증가분을 대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환급액을 온누리상품권 모바일 앱 등으로 개별 소비자에게 통지하고 환급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는 유관 기관 등과 협의를 시작한 단계다. 지역화폐 등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해온 현금성 지원 대신 사후 정산 구조를 택한 셈인데, 서둘러 시스템을 만들어도 제도 시행은 하반기 이후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소비 증가분의 20% 남짓을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혜택으로 즉각적인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12월 내란 쇼크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크게 하락(88.4)한 바 있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93.4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부담 경감 크레딧은 영세 소상공인의 숨통을 한차례 트이게 해주는 대증요법에 그치고, 상생 페이백은 사후 정산·환급 제도라 즉각적인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제도가 너무 복잡해서 민간 호응이 덜할 경우엔 추경을 편성하고도 쓰지 못하는 불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신금융협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과 가능한 한 빨리 시스템 구축 협의를 마무리하고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연 매출 30억원 이하 대상 점포를 편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추경안 편성 시점이 늦어진데다 본격 시행마저 뒤로 밀릴 전망이 나오면서, 대선 뒤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2차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내부적으로도 2차 추경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경우 통상 매해 7월부터 진행하는 내년도 본예산 편성과 2차 추경 편성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최하얀 박수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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