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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관세 협상 카드되나…업계 "신중하게 접근해야" [팩플]

중앙일보 강광우.윤정민.박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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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고위급 협의에서 한국 정부가 그동안 불허해 온 고정밀 지리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긍정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철강 등 한국 주요 수출품에 부과된 25% 관세 완화를 위한 협상 카드로 ‘한국의 지도 데이터’를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정보통신(IT) 업계에선 국가 안보 및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 회의에서 발언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른쪽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 회의에서 발언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른쪽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20일 정부와 IT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2+2’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우리 정부는 최근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리 데이터 반출 허용 여부를 관세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지리 데이터 해외 반출 이슈는 국내 안보와도 관련이 있는 사안이라 이번 협의에서 바로 확답을 줄 수는 없다”면서도 “한국 정부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끔 노력해보겠다는 방향성은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공동 언론공지를 통해 일정 및 의제 등은 최종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구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이게 왜 중요해



미국은 과거에도 몇 차례 한국에 고정밀 지리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고, 한국은 남북 분단 상황의 특수성 등 국가 안보를 내세워 이를 거절해왔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예년과 달라졌다. 미국 정부가 거세게 관세 위협을 가해오는 데다 구글이 또 다시 반출 요청에 나서면서다. 지난달 31일 미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지리 데이터 수출을 제한하는 유일한 국가로 지목됐다.

구글이 요청하는 1대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는 50m 거리를 지도상 1㎝로 표현해 골목길까지 세세하게 식별할 수 있는 지도다. 그만큼 군사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반출될 경우 안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구글이 과거 두 차례(2007년, 2016년) 지리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을 때, 한국 정부가 반출 조건으로 국내 데이터 센터 설립 및 군사 시설 등 보안 시설을 가림(blur) 처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안종욱 안양대 스마트시티공학과 교수는 “‘반출 금지’라는 원칙이 훼손되면 미국의 다른 빅테크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 등의 반출 요청도 거절하기 어려워진다”며 “북한의 이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국내 IT 업계 반발, 왜?



구글이 고정밀 지리 데이터를 확보해 도보·자전거·자동차 길찾기 등 국내 지도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면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맵테크(map+tech) 기업엔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구글 지도는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돼 있어 외국인 이용자들의 수요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 국내 규제에서 자유로운 구글 입장에선 지도 데이터를 발판 삼아 자율주행 시장과 도심항공교통(UAM) 산업 등 미래 산업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국내 IT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안보 및 산업계 영향을 감안하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구글 측은 한국 이용자들이 그간 이용하지 못했던 다양한 지도 관련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는 입장이다. 외국인들이 구글 지도를 통해 손쉽게 한국 여행을 계획할 수 있게 되면 관광객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김득갑·박장호 객원교수는 지난해 12월 낸 논문을 통해 “지리적 데이터 수출이 허용되고 구글 지도의 다국어 지원, 오프라인 지도 서비스 등이 제공되면 2027년까지 약 68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226억 달러(약 32조원)의 관광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최종 결정은 어떻게



이번 고위급 협의에서 긍정적인 논의가 있더라도 정부가 반출을 즉각 허용할 순 없다. 국토지리정보원이 고정밀 지리 데이터를 해외로 보내려면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공간정보관리법)에 따라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통해 반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협의체는 8개 부처와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구글의 데이터 반출 신청 날짜(2월 18일)를 기준으로 결정 기한은 다음 달 15일이다. 한 차례 60일 연장이 가능해 최종 기한은 8월 8일이다. 사안에 대한 입장은 부처마다 다르다. 통상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허용을 주장하는 반면, 국토부와 국방부 등은 신중한 입장이라고 한다.


변수로 떠오른 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입장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여러 부처 협의를 거쳐야 하고 안보 문제가 있는 만큼 이번 협의에선 ‘긍정적으로 노력해 보겠다’는 방향성 정도만 이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지난 14일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남은 임기 동안 통상 마찰 우려가 있는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더중앙플러스 : 팩플

구글맵, 또 한반도 털러왔다…골목노포 찍는 토종맵 당할까

대한민국 지도를 놓고 미 무역대표부(USTR)가 발끈했다. 지난달 31일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에 대해 제한을 유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미국 등 기업에) 경쟁적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것. 구글이 2007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리데이터 해외 반출을 요청한 뒤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점에 나온 일종의 시그널이다. 이미 전 세계 지도 시장을 독식한 구글은 대체 뭐가 아쉬워서 한국 지도에 눈독을 들일까. 여기에 맞서는 한국 ‘맵테크’(map+tech) 회사들의 ‘한 칼’은 뭘까. 지도 위에 펼쳐지는 비즈니스 전쟁의 모든 것을 담았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1788

강광우·윤정민·박태인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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