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학로에서 작은 돌풍을 일으킨 연극이 있습니다. 트렌스젠더 배우 색자(69)씨의 1인 자전극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 입니다. 지난해 8월 첫 공연에 이어 올해 펼쳐진 두 번째 공연도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은 "큰 용기를 얻고 간다"며 눈물 담긴 고마움을 전하곤 했는데요. 내년이면 일흔 살이 되는 색자 씨는 "지난 세월 나는 '감히' 미래를 꿈꿀 수 없었지만 이제 후배 퀴어들은 꿈을 가져도 괜찮다"며 우아함과 당당함을 잃지 말자고 당부했습니다.
[기사내용]
[색자/배우]
엄마가 날 가졌을 때 태몽 꿈속에서 '잘못'을 했대. 그래서 이런 말을 들었대. "당신이 가진 아이는 남자아이인데 태어나면 여자같이 굴 것이다."
〈연극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 (2025)〉
자신이 '잘못' 태어났다 여기는 부모를 마주하며 '더는 사랑 받을 수 없겠다' 깨달은 학창 시절, 아이는 아예 이렇게 생각해버리기로 결심합니다.
[색자/배우]
신이 그렇게 준 거 아닐까? 이런 인생도 살아보라고. 벌 받은 거라곤 생각 안 해. 신이 우리를 선택한 거라고 우아하게 생각하기로 결정했어.
세상이 씌운 '남자'라는 굴레가 맞지 않음을 깨달은 중학생 때 결국 집을 떠났고
그 뒤 반백 년 넘는 세월 동안 사회가 그어놓은 차가운 선을 부지런히 허물며 살았습니다.
[색자/배우]
나는 여자도 남자도 아니야. 나는 (그게) 안 중요해.
그 살아온 시간을 그저 있는 그대로 꺼내 보였더니 한 편의 유쾌한 연극이 됐습니다.
여관방에서 다섯 시간 동안 성확정 수술을 받을 때 아무에게 말 못 한 수십 년 전 그날의 두려움도
작은 무대 위에 오르니 비로소 꺼낼 수 있게 됐고
[색자/배우]
사실 나 무서웠어 나도 사람이잖아.
태몽을 잘못 꾼 탓이라 자책하던 엄마에겐 이 말을 전했습니다.
[색자/배우]
엄마 엄마 그거 엄마 잘못 아냐. 젠더도 잘못 아냐. 그거 꿈이야.
풍기문란죄로 구류 처분을 받고 폭염 속 '닭장차'에 갇힌 기억도 생생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말을 외칩니다.
[색자/배우]
내가 있어서 세상이 있을 수도 있어. 내가 어때서? 네가 어때서? 너는 아주 고귀하게 태어났어.
트렌스젠더 바에서 공연을 해오다 9년 전부터 연기도 하게 됐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펼친 이 연극은 지난해 첫 공연에 이어 올해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공연 뒤, 울먹이는 관객들이 가장 많이 전하는 단어는 용기와 감사인데 그때마다 또 경쾌한 답을 건넵니다.
[색자/배우(관객과의 대화, 3월)]
봐요. 나 이 나이에 이렇게 당당하게 있잖아. 자기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꿈이 없다며 힘들어하는 퀴어 관객에겐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합니다.
[색자/배우(관객과의 대화, 3월)]
난 꿈을 가져야 해 난 꿈을 가질 수 없어 그러지 말고 소박한 꿈부터. 제일 중요한 건 난 소수자야 이런 (위축된) 생각을 먼저 가지면 안 돼요.
내년 일흔을 앞둔 지금, 그간 풍파를 마주하고 보니 그래도 다가올 세상은 더 나아지는 것 같다는 다독임도 전합니다.
[색자/배우]
다 같이 어우러질 수 있는, 조금 더 우리들을 이해해주고 같이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 점점 더 많이...그렇지 않을까요?
퀴어에 한정되지 않은, 이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는 배우 색자 씨,
[색자/배우]
어른이잖아요. 많이 살아온. 그래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 할머니가 아닌가 싶어서.
먼 훗날, 사람들에게 이 한 마디로 기억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했습니다.
[색자/배우]
삶을 개척한 색자. 용감했던 색자.
(화면제공 '여기는 당연히, 극장')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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