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질병과 함께하는 ‘몸’에 대한 이야기이자 환자 및 보호자, 환자 아닌 이들의 ‘관계’에 대한 서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평생 가닿기 어려운 건강한 몸에 대한 환상은 쉽게 좇으면서 눈앞에 있는 아픈 몸에 대한 상상은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존재는 노화하고 노화된 존재는 아프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평생 건강할 방법을 찾는 것보다 아픈 몸과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궁리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태세일 것이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l 김도미 지음, 동아시아(2024) |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이 무척 반가웠다. 아픈 내내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나의 가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픈 사람에게 너무 많은 걸 포기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포기하지 않을 자유는 있다. 나는 질병을 가진 몸들이 그 몸 자체로 우뚝 서길 바랐다. 이 책은 그 일을 해내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상의 몸에 대한 환상을 부수고 그 환상을 지속하는 게 몹시 피곤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드럽고 완고한 문장으로, 거침없이, 문제 제기를 지속하며. 고백하건대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조금 혼나는 기분이었다. 내가 미처 몰랐던 나의 벽을 발견한 기분이었달까. 그러니까 저자는 미처 몰랐던 내 벽에 가닿아 완고한 표정으로 노크하는 방문객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낯설고 친숙한 방문객은 내게 주장한다. ‘쪼대로’ 아플 자유에 대해서. 많은 걸 포기하지 않고도 아플 수 있는 자유에 대해서. 그리하여 내게 이 문장이 가슴에 깊이 박혔다.
예소연 작가
예소연 l 2021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사랑과 결함’, ‘영원에 빚을 져서’ ‘소란한 속삭임’ 등을 썼다.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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