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이자 사육 곰을 구조하고 돌보는 활동가인 저자가 동물이 처한 현실을 분석하고 오늘날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다. 동물 보호 운동이 다분히 인간 중심적이고, 객관적 연구보단 ‘불쌍하다’와 같은 감성에 의존하고 있다며 반기를 든다. 널리 사랑받는 개, 고양이부터 혐오 대상인 쥐, 비둘기, 관심조차 없는 야생동물까지 폭넓게 짚었다.
동물을 호칭하는 언어부터 감성으로 부풀려졌다고 책은 주장한다. ‘가축’이었던 개가 ‘애완견’으로, ‘반려동물’로, 이젠 ‘가족’으로 변하는 것은 “다른 동물 종과의 차이를 부각하고 특정 동물만 특별 취급하는 세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출현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동물의 생사가 오갔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남한에서 사실상 절멸한 여우도 그중 하나다. 1970년대 정부가 ‘전국 쥐잡기 운동’을 벌이면서 쥐가 주식인 여우가 모조리 죽었다. ‘쥐약 먹은 쥐’를 잡아먹은 탓이다. 저자는 “사회를 좀먹는 존재를 박멸해야 한다는 프로파간다를 위한 국가사업이었다. 그로 인해 쥐가 주식인 포식동물종 다수가 절멸했다”고 꼬집었다.
동물이 처한 현실을 여과 없이 포착한 사진을 곁들여 설득력을 높였다. 구조된 동물을 먹여 살릴 사료와 벌레를 죽일 끈끈이가 함께 놓인 선반은 ‘생명 존중’이 모든 동물에 다 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갓길에 쓰러진 고라니 등 가슴 아프지만 직시해야 할 사진들도 담겼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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