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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항료 내기 싫으면 중국 배 쓰지마’…트럼프 또 중국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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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오는 10월부터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산 선박은 순톤(t)당 18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내야 한다. 중국산 배에 화물을 싣고 미국에 들어오려면 비싼 비용을 치려야 한다는 뜻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중국산 선박을 꺼리도록 미국이 내놓은 대중 공격 카드다. 또한 미국은 중국산을 포함한 전체 외국산 자동차 운반 선박에 대해서도 별도 입항 수수료를 부과했다. 한국산 선박까지 가시권에 들어갈 위험이 있는 조처다. 다만, 다행히 국내 대형 3사 조선사의 자동차운반선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각) 중국의 해운·물류·조선업 지배 관련 집중적인 조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의 후속 조처다. 무역대표부는 10월부터 입항 수수료를 매기기로 했다. 입항 수수료는 두 종류로 나뉜다. 중국 국적 해운사가 내야 하는 수수료가 있고, 중국 외 다른 국적 해운사라도 중국산 선박이 미국에 입항할 때 내는 수수료다.



두 종류 수수료 모두 지난 2월 공개됐던 초안에 견줘 완화됐다. 미국에 화물을 실어 나르는 해운 운임료가 비싸지면 수입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관세 부과에 이어 미국 내 소비자의 부담을 고려한 조처로 읽힌다. 먼저 초안에 따르면, 미국 내 모든 항구에 정박할 때마다 제한 없이 매겨지던 수수료의 부과 횟수에 제한이 생겼다. 수수료는 선박이 외국에서 미국에 들어갈 때 한 번만 부과되며 이후 미국 내 항만을 오갈 때는 수수료가 제외된다. 이 수수료 횟수도 연간 최대 5회만 매겨진다.



수수료 액수도 낮아졌다. 먼저 중국 국적 해운사에 부과되는 수수료는 선박당 최대 100만달러 또는 순톤당 1천달러에서, 순톤당 50달러로 줄어들었다. 순톤은 선원실 등은 제외하고 여객, 화물수송에 사용되는 공간의 면적만 기준으로 삼을 방침이다. 다만 수수료는 향후 3년간 매년 순톤당 30달러씩 올릴 예정이다.



타 국적 해운사도 중국산 선박을 운용하면 미국 입항 때 수수료를 내야 한다. 초안에서는 중국산 선박을 보유하기만 해도 수수료를 물어야 했는데, 이날 발표안에서는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때만 수수료를 물리는 것으로 기준을 명확히 했다. 또 수수료 액수도 선박당 최대 150만달러에서 하향 조정됐다. 중국 국적이 아닌 해운사가 중국산 선박으로 미국에 입항 땐 순톤당 18달러 또는 컨테이너당 120달러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 수수료도 향후 3년간 매년 인상된다.



애초 초안에는 타 국적 해운사의 중국산 선박 보유 비중과 중국산 선박 발주 비중까지 따져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담겨 있었으나 이날 방안에서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또 무역대표부는 미국 국적 해운사의 선박과 다른 국가에 수출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화물이 실리지 않는 빈 선박, 규모가 작은 선박 등도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 수출기업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대표부는 초안에 없었던 내용을 추가하기도 했다. 중국산뿐 아니라 전체 외국산 자동차운반선(PCC)에 대해서도 차량 환산 단위(CEU) 용량에 따라 1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 것이다. 차량 환산 단위는 선박 내 실려 있는 자동차 면적을 말하는 것으로 사실상 차량 한대당 150달러의 수수료가 매겨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무역대표부는 해운사가 해당 수수료를 면제 받으려면 외국산과 동등한 크기의 미국산 선박을 3년 내 발주해 인도 받아야 한다는 예외 기준도 제시했다.



이 조처는 전체 외국산 선박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자동차를 운송하는 한국산 선박에도 입항 수수료가 매겨질 가능성이 있다. 이달부터 수입 자동차에 적용된 25% 항목별 관세에 더불어, 운송 비용이라는 비관세 장벽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가격 경쟁력 저하라는 면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 조선사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는 자동차운반선을 거의 만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운반선은 우리나라 조선사보다는 중국 조선사가 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대한 규제도 새롭게 추가됐다. 무역대표부는 2028년부터 미국에서 수출하는 액화천연가스 물량의 일부는 미국산 선박으로만 운송하도록 하는 조처도 시행하기로 했다.



무역대표부의 종합적인 조처는 중국 조선업 견제와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것이다. 미국 조선업은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쇠퇴한 상태다. 미국 내 조선소는 21곳에 불과하며, 연간 선박 건조 수는 5척 미만이다. 지난해 전세계 조선 누적 수주 점유율은 중국(71%)에 이어 한국(17%)이 2위였다. 3위는 일본(5%)이며, 미국 점유율은 0.1%에 그쳤다.



한국 조선사는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 입장에서는 미국의 입항 수수료로 중국산 선박을 보유하는 것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박 발주 때 중국 대신 한국 조선사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겨레에 “미국의 입항 수수료 부과는 중국 국적 해운사나 중국산 선박들이 미국 항구에 점진적으로 못 들어오도록 만드는 전략”이라며 “그 대신 미국 내 물가 상승 우려와 미국 수출 기업의 반발 등을 고려해 초안보다는 규제를 다소 완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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