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판 나는솔로' 인기에 올해 4회 개최
서대문·동대문구 등 자치구도 속속 기획
민간기업 후원 받아 '세금 낭비' 논란 우회
저출생 정책 아닌 "만남 기회 제공 접근"
따뜻한 봄날에 지방자치단체가 미혼 남녀 '인연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저출생의 근본 원인을 짚어내지 못한 "탁상행정"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던 것도 옛날이다. '지자체 중매' 유행이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돌아오자 '청춘'들도 호응한다.
서울시의 경우 최근 미혼 남녀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시판 나는솔로' 행사 개최에 열성적이다. 2023년 남녀 만남 주선 프로그램 '서울팅'을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진행하려다 역풍을 맞고 철회한 지 약 1년 반 만이다. ①예산 투입을 줄여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고 ②'저출생 정책' 프레임에 선을 그으며 성공 사례를 만든 게 주효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서울 자치구들도 각종 행사를 개최하며 만남 주선에 나서고 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지난해 11월 주최한 '설렘 인(in) 한강'은 서울팅 실패를 어느 정도 만회했다는 평가 일색이다. 서울팅은 당초 미혼 시민에게 소통의 장을 제공해 이성 간 만남을 장려하고 혼인율과 출생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간에만 맡겨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시가 개입해 해결할 수 있다"며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원인을 잘못 짚었을뿐더러, 관이 개인 간 만남을 주선하는 데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무산됐다.
서대문·동대문구 등 자치구도 속속 기획
민간기업 후원 받아 '세금 낭비' 논란 우회
저출생 정책 아닌 "만남 기회 제공 접근"
지난 2월 14일 서울 용산구 한화손해보험 한남사옥에서 열린 서울시 '설렘, 아트나잇' 미혼 남녀 만남 행사 프리뷰에 참가한 인플루언서들이 식사와 함께 러브 빙고 게임을 하고 있다. 뉴스1 |
따뜻한 봄날에 지방자치단체가 미혼 남녀 '인연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저출생의 근본 원인을 짚어내지 못한 "탁상행정"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던 것도 옛날이다. '지자체 중매' 유행이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돌아오자 '청춘'들도 호응한다.
서울시의 경우 최근 미혼 남녀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시판 나는솔로' 행사 개최에 열성적이다. 2023년 남녀 만남 주선 프로그램 '서울팅'을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진행하려다 역풍을 맞고 철회한 지 약 1년 반 만이다. ①예산 투입을 줄여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고 ②'저출생 정책' 프레임에 선을 그으며 성공 사례를 만든 게 주효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서울 자치구들도 각종 행사를 개최하며 만남 주선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판 나는솔로' 흥하자... 자치구들도 개최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지난해 11월 주최한 '설렘 인(in) 한강'은 서울팅 실패를 어느 정도 만회했다는 평가 일색이다. 서울팅은 당초 미혼 시민에게 소통의 장을 제공해 이성 간 만남을 장려하고 혼인율과 출생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간에만 맡겨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시가 개입해 해결할 수 있다"며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원인을 잘못 짚었을뿐더러, 관이 개인 간 만남을 주선하는 데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무산됐다.
이에 시는 설렘 인(in) 한강을 추진하면서 자체 예산은 투입하지 않고, 우리카드에 전액 후원을 받는 우회로를 택했다. 결과적으로 100명 모집에 3,286명이 신청했고, 27쌍의 커플이 탄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도 2월 '설렘, 아트나잇'을 시작으로 총 4회 미혼 남녀 만남 행사를 후원을 통해 개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가 개최한 '썸대문 with 벚꽃'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
자치구들도 구정 홍보와 만남 성사를 목적으로 주선 행사를 속속 열고 있다. 서대문구는 지난 11일 28~39세 미혼 남녀 구민을 대상으로 커플 매칭 프로그램 '썸대문 with 벚꽃'을 개최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봄을 맞아 서대문구 벚꽃 명소를 홍보하면서 구민 간에 인연도 찾고,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구민의 50% 이상이 1인 가구인 동대문구도 오는 6월 구민을 대상으로 '동대문구에서 너를 만나, 봄!'(가칭)이라는 만남 행사와 성별 맞춤형 연애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시 주최 행사에 신청자가 많이 몰리는 것을 보니 구민들의 수요도 분명히 있다고 판단한다"며 "소규모라도 만남 주선 행사를 여는 자치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생 정책 아닌 "자연스러운 만남 기회 제공 차원"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열린 시니어판 '나는 솔로'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에 참가한 어르신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류기찬 인턴 기자 |
저출생 정책의 프레임을 탈피해 만남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성 사업으로 풀어내려는 노력도 거부감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녀 주선이 꼭 혼인이나 출생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저출생 극복 정책이 아닌 단순히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을 열어준다는 측면에서 홍보하다 보니 비판 여론이 다소 사그라들었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21.3%를 차지하는 종로구가 지난해 고령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단체 미팅도 같은 성격의 행사였다. 결혼과 출산이 아닌 '홀몸 어르신 고립' 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기획해 많은 관심을 끌었고, 올해도 봄가을 연 2회 행사를 연다.
서울 이외 지자체들도 활발하게 만남 행사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청년 만남 프로그램 '연(連) 인(In) 대전'을 개최한 대전시는 연말까지 총 23차례(700여 명 예상) 연다고 예고했다.
지자체가 만남을 주선하는 취지, 거기에 호응하는 현실에 대한 공감대는 커졌어도 실행 과정에서는 여전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정보회사 등의 높은 비용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공적으로 바람직하다"면서도 "행사 진행 단계에서 인권침해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상을 철저히 검증하고, 참여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