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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해병대전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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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선배님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넌 몇 기야?”

20년 전 이야기다. 해병대 예비역 대여섯 명이 신문사로 쳐들어왔다. 베트남전 당시 고엽제 피해 문제와 관련된 기사에 불만을 품은 자들이었다. 빨간 모자와 ‘개구리 군복’ 차림의 예비역들이 깔끔한 정장 차림의 담당 부장과 드잡이를 하던 순간 해병대 출신 젊은 기자가 나섰다. 양쪽은 ‘몇 기냐?’, ‘몇 기입니다’ 하는 말들을 나누더니 함께 조용히 장소를 옮겼다. 한 세대 가까운 나이 차이에도 ‘빨간 명찰’ 출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이 묶어 놓은 사람들처럼 보였다.

대한민국 3대 조직이라고 하면 흔히 해병대전우회, 호남향우회, 고려대 교우회가 꼽힌다. 이들의 끈끈한 결집력은 세계 어디를 가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해병대 예비역 출신 모임인 해병대전우회는 현역 시절 국가에 대한 헌신을 사회와 지역에 대한 봉사로 발전시키는 틀이 되고 있다. 안타까운 해병대 채 상병 사건에서도 박정훈 대령 주위엔 언제나 든든한 예비역이 있어 믿음직하다.

회원 100만명의 해병대전우회에서 1981년 창립 44년 만에 처음으로 비해병대 출신 부총재가 탄생했다. 육군 하사로 전역한 김구회 남북문화교류협회 이사장이 부총재로 임명된 것이다. 해병대정책발전자문위원인 김 부총재는 해마다 해병대 부대를 방문해 장병을 위문하는 등 해병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 해병에 임명된 바 있다고 한다. 김 부총재는 “앞으로 해병대 전우들 간의 소통과 화합, 전우회의 활발한 호국보훈 활동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고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해병의 정신으로 활동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육군 출신의 해병대전우회 부총재는 호남향우회 부회장을 대구·경북 출신이, 고려대 교우회 부회장을 연세대 출신이 맡은 파격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호들갑일까. 동질성으로 똘똘 뭉쳐 배타적으로 보이던 해병대 예비역들의 이질성을 수용하는 과감한 용기와 결단력에 박수를 보낸다. 생태계나 생명체도 지속적인 생존과 진화를 위해서는 이질적 요소가 결합하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조직 발전을 위해선 역발상도 마다치 않는 ‘팔각모’의 유연한 사고에서 우리 사회가 배울 것은 없는가.

김청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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