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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법원 “평등법상 여성은 ‘생물학적 여성’뿐”... 트랜스젠더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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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용 공간에서 트랜스젠더 배제 근거
여성단체 "환영"... 트랜스젠더 단체는 "평등 파괴"
대법원 "트랜스젠더도 법적 보호 대상" 강조
여성단체 '포 위민 스코틀랜드(For Women Scotland)'의 마리온 칼더(오른쪽)와 수잔 스미스가 16일 영국 대법원으로부터 생물학적 여성만 여성으로 간주된다는 내용의 판결을 받아낸 뒤 법원을 나오며 기뻐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여성단체 '포 위민 스코틀랜드(For Women Scotland)'의 마리온 칼더(오른쪽)와 수잔 스미스가 16일 영국 대법원으로부터 생물학적 여성만 여성으로 간주된다는 내용의 판결을 받아낸 뒤 법원을 나오며 기뻐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에서 "생물학적 여성만 여성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내용의 판결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대부터 스포츠, 교육에서까지 '두 개의 성(性)' 원칙을 고수하며 미국 내 여러 논란을 낳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내용의 판결이 유럽에서도 나온 것이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16일 "여성의 법적 정의는 생물학적 성별에 근거해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만장일치로 내렸다. 여성에 대한 정의와 법적 보호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 판례는 앞으로 탈의실·화장실 등 '여성 전용 공간'에서 트랜스 여성을 배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 판결로 여성과 관련 업계는 명확성과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성별 전용 공간은 계속 보호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판결은 2010년 제정된 평등법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의 결론이다. 평등법은 '성별·성전환 등 다양한 특성을 근거로 한 차별로부터 개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성별이 생물학적 성별인지, 아니면 '법적으로 인증된' 성별인지를 놓고 논쟁이 이어져 왔다. 특히 2018년 스코틀랜드 의회가 공공부문 이사회의 성별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여성 할당 대상에 트랜스젠더를 포함할 수 있는지를 두고 본격적인 논쟁이 촉발됐다.

생물학적 여성만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여성 인권 단체와 이들을 강력히 지지해 온 '해리 포터' 시리즈 작가 JK 롤링은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했다. 롤링은 이날 엑스(X)에 "이번 승리를 통해 영국 전역의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게 됐다"고 썼다.

반면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에게 엄청난 타격"이라며 "트랜스젠더가 남성과 여성 모두의 공간에서 배제되는 현상은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와 양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반대하는 '핸즈 오프(Hands off·손 떼)'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5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한 시위자가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깃발을 치켜들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반대하는 '핸즈 오프(Hands off·손 떼)'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5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한 시위자가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깃발을 치켜들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판결은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와서 더욱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성별은 개인의 불변하는 생물학적 분류"라고 명시했다. 트랜스젠더를 성차별 금지 대상에 포함한 조 바이든 정부 정책도 철회했다. 그는 여성 스포츠 행사에 트랜스 여성 참여를 법적으로 금지하도록 했고, 16일 미국 법무부는 이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메인주(州) 교육부를 연방법원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등 미국 내에선 여전히 트랜스젠더 문제가 이념·정치적 화약고로 작동하고 있다.

다만 이날 영국 대법원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보호 필요성도 특별히 강조했다. 패트릭 호지 부대법원장은 "오늘 판결은 우리 사회의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희생시켜 승리한 것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며 "트랜스젠더도 마찬가지로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는 존재로, 평등법에 따른 보호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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