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엔딩크레딧 설문 조사 발표
괴롭힘 피해자 59% "괴롭힘 정도 심각해"
갑질 방지법 확대 적용·감독 강화 등 촉구
"방송계 불법 프리랜서 고용 구조 바꿔야"
"업무 환경 개선을 요구한 사람은 다음 날 잘린다. 회식에 자주 안 나온다, 마음에 안 든다는 각종 이유를 대며 잘라댄다. 정작 그만두겠다 하니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지 아냐'면서 협박하고, 술에 취하면 '이 새끼, 저 새끼' 하며 인격 모독을 한다."
"단 한 번도 이름을 부르지 않고, '○○놈아, 야, 이 ○○아'가 디폴트(기본값)인 선배가 있다."
방송계 비정규직·프리랜서들을 상대로 한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에 언급된 피해 사례들이다. 조사 결과 방송계 프리랜서 4명 중 3명은 최근 1년간 폭언·폭행, 따돌림 등 갑질을 경험한 적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괴롭힘 피해자 59% "괴롭힘 정도 심각해"
갑질 방지법 확대 적용·감독 강화 등 촉구
"방송계 불법 프리랜서 고용 구조 바꿔야"
게티이미지뱅크 |
"업무 환경 개선을 요구한 사람은 다음 날 잘린다. 회식에 자주 안 나온다, 마음에 안 든다는 각종 이유를 대며 잘라댄다. 정작 그만두겠다 하니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지 아냐'면서 협박하고, 술에 취하면 '이 새끼, 저 새끼' 하며 인격 모독을 한다."
"단 한 번도 이름을 부르지 않고, '○○놈아, 야, 이 ○○아'가 디폴트(기본값)인 선배가 있다."
방송계 비정규직·프리랜서들을 상대로 한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에 언급된 피해 사례들이다. 조사 결과 방송계 프리랜서 4명 중 3명은 최근 1년간 폭언·폭행, 따돌림 등 갑질을 경험한 적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방송계 프리랜서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다시 공론화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프리랜서에게 확대 적용하는 방안 등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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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서울 국회의원 회관에서 엔딩크레딧과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등의 주최로 열린 '제2의 오요안나 사건 방지를 위한 방송 노동자 긴급 증언대회'에서 참석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방송계 비정규직 노조 엔딩크레딧은 지난달 촬영·기술·미술 직군, 아나운서, 기상캐스터 등 방송계 프리랜서 3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폭언·폭행 △모욕·명예훼손 △따돌림·차별 △업무 외 강요 △부당지시 등 5개 범주의 괴롭힘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응답자가 75%에 달했다. 특히 괴롭힘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14.4%)거나 '심각한 편'(44.6%)이라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다. 방송계 곳곳에서 프리랜서를 상대로 한 괴롭힘과 갑질이 만연한 것이다.
'제2의 오요안나 사건을 막으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란 질문에는 43.1%(복수 응답 가능)의 응답자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조항 적용 대상을 프리랜서에게도 확대 적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 및 관리 감독 강화'를 꼽았다. 그 뒤로 '방송계 내 위계적 조직 문화의 개선'(31.47%), '방송사 내 상시 지속적인 업무 수행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31.03%) 등이 꼽혔다.
방송계는 기자나 PD 등 일부 정규직과 AD, 아나운서, 기상캐스터, 방송작가 등 다수 비정규직이 함께 어울려 일하지만, 고용형태에 따른 위계가 강한 업계로 꼽힌다. 고 오요안나 캐스터에 대한 괴롭힘이 발생한 구조적 원인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도, 응답자 48.28%가 '무늬만 프리랜서라는 고용형태'를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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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후 정치권 등에서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프리랜서에게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나 별도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노동계는 적용 확대 대신 아예 '무늬만 프리랜서'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방송사들은 이들을 노동자로 부리면서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노동법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며 "제2의 오요안나 사건을 막으려면 직장 내 괴롭힘 법 확대 적용뿐 아니라 방송 현장의 불법적인 프리랜서 고용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