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는 이주호 부총리 |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정부가 17일 작년 2월 의대 증원 정책을 내놓은 지 1년여만에 이를 원점으로 되돌린 것은 더는 의대교육 파행을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사실상 의대생 전원이 등록·복학 신청을 완료하면서 가까스로 의대교육 정상화의 불씨를 살린 만큼 내년 의대 모집인원 '3천58명' 약속을 지킴으로써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의대생들이 '등록 후 투쟁'을 고수하며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작년과 같은 학사유연화는 없다며 정부 또한 더는 물러설 곳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의대학장들 "정치상황 따라 학사유연화 안 돼" |
◇ "'트리플링'만은 막자"…3천58명 확정으로 '출구' 모색
정부는 작년 2월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고 학교를 떠났을 때만 해도 '동맹휴학'은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휴학이 길어지자 교육부는 작년 10월 6일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면서도 내년 복귀를 조건으로 휴학을 승인하기로 했다.
의대생들은 정부가 '내년 복귀'라는 조건을 건데 오히려 반발했고 교육부는 한 달이 채 지나기 전 대학이 휴학계를 자율 승인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더 물러섰다.
교육부는 '휴학 자율 승인'을 계기로 의대생들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학생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24·25학번이 '더블링'(doubling·배가) 되는 상황에 이르자 지난달 7일 교육부는 3월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천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미복귀하면 학칙대로 제적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의대생 집단휴학 사태를 1년 더 끌 경우 내년엔 24·25·26학번 등 3개 학번이 1학년 수업을 동시에 받는 초유의 '트리플링'(tripling)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로선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큰 카드를 내민 셈이다.
결국 사실상 의대생 전원을 복학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이 25.9%에 그쳐 전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각에선 3천58명 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로선 어렵사리 돌아온 학생들마저 놓치는 것보단 학생의 신뢰를 얻고 수강률을 차츰 높여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 의대생의 수업 참여율과 관련해 애초 전제했던 전원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고 전했다.
수업거부 의대생 유급 문제 말하는 김동원 고려대 총장 |
◇ 이달 32개 의대 유급 시한…안 오면 결국 '트리플링' 도돌이표
정부도, 대학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임을 거듭 강조했다.
집단 제적·유급 사태를 막고자 작년엔 학사유연화를, 올해는 내년 의대 모집인원 조정을 유화책으로 내밀었지만 이젠 더 내밀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정부 직속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손으로 넘어갔고, 의료계 일부에서 요구하는 내년 의대 모집인원 '0명' 혹은 감원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해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학가에선 의대생에게만 계속 예외를 적용하며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은 학칙을 준수하는 것이며 (대학에도) 이렇게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대 또한 복학했으나 수업 불참 의대생에 대해선 학칙대로 엄정하게 처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지난 15일 학생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교육부와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는 2025학년 학사 운영은 학칙 준수가 기본 방침이며 학사 유연화 계획이 없음을 여러 번 확인했고, 의대와 학장은 이 방침에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밝혔다.
의대협회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32개 의대에서 본과 4학년 유급 예정일이 도래한다. 고려대는 지난 14일 의대생 120여명에게 유급예정통지를 했고 연세대도 15일 본과 4학년 48명에 대한 유급 처분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는 조만간 1∼3학년에게 대한 유급 여부 심의를 할 예정이다.
유급 시한이 도래한 다른 대학들도 관련 절차를 밟는 중이다. 유급 확정 시기는 학기 말이나 행정적 절차일 뿐 유급 취소는 불가하다.
의대생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제는 돌아갈 때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강경 의대생을 중심으로 투쟁 기조를 이어가면서 원하는 바를 확실히 얻어야 한다는 주장도 공존한다.
정부의 3천58명 결정에도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유급된다면 결국 의대교육은 트리플링 상황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 복귀가 더 늦어진다면 24·25학번 분리교육은 어렵고 동시 졸업 시 수련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더욱이 24·25·26학번이 겹친다면 24·25학번은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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