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그것을 반복하게 된다.' 철학자 조르주 산타야나의 말이다. 100년 전 '스무트-홀리관세법'이 대공황을 증폭한 역사적 상흔이 다시 소환된다. 1930년 미국은 농민보호를 명분으로 수천 개의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했다. 리드 스무트와 윌리스 홀리 의원이 주도한 이 법은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를 붕괴로 몰아넣었다. 관세법 시행 이후 미국의 수출은 단 2년 만에 60% 감소했고 세계 무역량은 1930년에서 1933년 사이 약 66% 줄어들었다. 무역감소는 산업생산 위축과 실업률 급등으로 연결돼 미국의 실업률은 1929년 3%에서 1933년 25%로 폭등했다. 금융시장도 무너져 약 9000개 은행이 도산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929년 381에서 1932년 41로 89% 폭락했다. 은행시스템 붕괴와 신용경색으로 대출수요가 급감했고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졌다. 보호무역이 자국 산업을 지키기는커녕 수출붕괴, 내수침체, 글로벌 신뢰의 해체를 초래한 것이다.
일찍이 밀턴 프리드먼은 "관세는 자국 소비자를 낮은 가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라며 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는 "관세는 단지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증상일 뿐"이라며 세계 경제, 정치, 지정학적 질서의 전반적인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2.0'은 더 강력하고 더 광범위하게 시행된다. 중국산 제품에 145%의 관세, 전 세계 수입품에 일괄 10% 상호관세와 최대 50%의 차등관세를 추진하면서 관세가 '협상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무기화된 도구'로 전환됐다. 특히 중국과의 보복적 관세전쟁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글로벌 공급망이 실제로 단절됐고 기업들은 생산거점을 재편하느라 투자와 고용을 줄인다. S&P500지수는 최근 2개월간 20% 이상 하락했다. 문제는 우리다. 관세전쟁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면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 아래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불안과 분노는 거리로 번졌다. 미국 전역에선 '핸즈 오프!'(Hands Off!) 시위가 확산한다. 트럼프식 고율관세와 복지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벌어진 이 시위는 50개 주를 넘고 해외로도 퍼졌다. 관세정책이 자국민의 삶을 얼마나 직접적으로 위협하는지를 보여주는 집단적 경고다.
트럼프의 관세정책 2.0은 단지 과거의 반복이 아니다. 과거의 실수를 제도화하려는 시도이자 세계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을 수 있는 전환점이다. 경제란 연결의 예술이며 관세는 그 연결을 끊는 칼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식시장이 휘청거리고 국제 금시장과 채권시장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워런 버핏은 "관세는 전쟁행위와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위험한 것이다. 거울을 부순다고 얼굴이 사라지지 않는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관세는 병의 원인이 아니라 병을 악화시키는 처방이다. '관세는 제국의 쇠퇴가 시작될 때 등장하는 마지막 카드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관세는 해답이 아니다.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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