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교황, 방북 비화 공개됐다...조건은 "베트남·中수준 종교개방"

머니투데이 오진영기자
원문보기

이백만 전 주교황청 한국 대사가 최근 저서 '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 (메디치미디어)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비화를 공개했다.

2018년 교황청은 당시 이백만 주교황청 한국 대사에게 북한과의 직통 창구를 주선해 줄 것을 은밀히 요청했다. 몇달 뒤 북한이 교황청 종교행사에 고위외교관을 보내왔다. 소통이 시작됐다. 외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 현장엔 이 대사가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교자로서 '가톨릭 황무지'인 북한에 신앙의 씨앗을 뿌리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에 종교의 자유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당시 교황청 내부에선 방북 반대론이 상당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는 교황이기 이전에 선교사다. 사제가 없기 때문에 갈 수 없다가 아니라 사제가 없기 때문에 가야 한다"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실무진에게 협상 시 기존의 전통과 원칙, 전례에 얽매이지 말라고 지시했다. 해당 협상에 한국 정부와 한국 교회는 나서지 말게 하고, 필요한 일이 있다면 물밑에서 조용히 지원하게 하게 하라고 했다. 염수정 추기경(평양교구장 서리, 서울대교구장)의 평양 영접도 필요 없다고 했다.

교황 방북의 핵심 목적은 '선교의 자유 확보'였다. 바티칸은 북한에 베트남이나 중국 수준의 종교 개방을 요구했고, 당시 협상 과정에서 양측은 합의점에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교황청은 북한 측에 선교의 자유를 허용하라는 말은 명시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교사에 걸맞는 대우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가톨릭 공동체의 법적 지위 확보 △교황청이 인정한 신부의 미사 집전 허용 △가톨릭 신자의 자유로운 미사 참례 △모든 종교범 석방 △종교단체의 인도적 지원 허용 등 5개의 요구조건도 제시해 선교 자유의 명분을 확보하려 했다.


또, 교황청은 평양교구 주교좌성당, 베네딕토회 덕원수도원 등 분단 이전의 북한 소재 가톨릭 시설의 복원도 추진하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바티칸과 평양의 물밑 합동작전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교황 방북 프로젝트는 한순간에 좌초됐다. 2019년 트럼프-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 하노이 노 딜(Hanoi No Deal)'로 교황 방북 프로젝트는 9부 능선을 넘은 상태에서 물거품이 됐다.

저자는 '방북 프로젝트'를 다시금 추진할 때라고 역설한다. 교황 방북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은 모두 트럼프 1기에 이뤄졌다. 트럼프 2기를 맞아 교황 방북 프로젝트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록 지금은 멈춰 선 열차처럼 보이지만 누군가 다시 시동을 걸 것이고,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손예진 현빈 아들
    손예진 현빈 아들
  2. 2하나은행 사키 신한은행
    하나은행 사키 신한은행
  3. 3김동완 가난 챌린지 비판
    김동완 가난 챌린지 비판
  4. 4쿠팡 정부 진실 공방
    쿠팡 정부 진실 공방
  5. 5황하나 마약 투약 혐의
    황하나 마약 투약 혐의

머니투데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