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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으로 썩은 검찰…지금 현실에 딱 맞는 영화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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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당’.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야당’.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시대를 앞서 너무 일찍 도착한 영화가 있는가 하면, 기획 시점에는 흥미로웠으나 몇년 뒤 개봉 때는 진부해지는 영화들도 있다. 16일 개봉하는 ‘야당’은 절묘하게도 딱 맞는 타이밍에 극장에 도착한 영화다. 2021년 수사기관과 마약사범을 중개하는 거간꾼인 ‘야당’에 관한 기사 한 꼭지에서 시작된 영화는 2025년 현재에 적절한 소재와 주제의식, 그리고 재미를 담았다. 보통 사람의 일상을 위협할 정도로 늘어난 마약 범죄, 권력욕에 불타는 그릇된 검사와 검찰 조직, 그리고 최근 한국 상업영화에 부족했던 날렵한 속도감이 그것이다.



함정에 빠져 마약사범이 된 강수(강하늘)는 만년 평검사 구관희(유해진)로부터 마약 범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야당 역할을 제안받는다. 구 검사에게는 실적을, 마약사범들에게는 감형 기회를 제공하면서 잘나가던 강수를 가로막는 이가 있으니, 건건이 구 검사와 부딪히는 마약수사대 오상재 형사(박해준)다. 각자의 욕망을 엔진으로 서로를 이용하거나 밟기 위해 공방을 벌이는 이들의 삼각관계 안에서 대한민국 최고 권력이 엮인 마약사건이 수면에 오른다.



영화 ‘야당’.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야당’.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야당’은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를 영리하게 오가는 영화다. ‘야당’이라는 소재는 참신하지만 에피소드들의 전개 흐름은 익숙하다. ‘내부자들’ 등 부정한 결탁을 그린 영화들과 함께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들이 떠오르는데, 이는 감독의 의도이기도 하다. ‘나의 결혼원정기’(2005), ‘특수본’(2011) 이후 연출보다는 ‘부당거래’, ‘내부자들’, ‘서울의 봄’ 등에서 배우로 더 익숙해진 황병국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황 감독은 “2021년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가 건넨 기사를 보고 ‘야당’이라는 존재를 알게 됐다”면서 “실제 야당을 하는 인물들과 마약 수사를 했던 경찰·검찰 관계자들을 100명 이상 만나면서 이야기 얼개를 짜나갔다”고 말했다. 호텔에서 집단으로 마약을 하는 현장을 급습하려던 경찰이, 정보를 듣고 그 자리에 나타난 검찰에게 체포 실적을 고스란히 뺏긴다거나 강남 한복판에서 추격전을 벌이며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장면, 대량 마약 유통 조직 우두머리인 여성의 존재 등 절반 넘는 에피소드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취재 과정에서 황 감독이 마약사범으로 오인받고 체포돼 경찰서에서 취조 당하고 소변검사를 한 경험까지 극적 사실성을 높이는 데 활용했다.



영화 ‘야당’.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야당’.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약범죄보다 더 작정하고 보여주는 건 권력을 향한 구 검사의 욕망과 총체적 부패에 빠진 검찰조직이다. 영화는 클라이맥스에서 최고위층 마약사범에게 90도로 절을 하며 깍듯한 검사와, 변호사와 검사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망원렌즈를 통해 보여준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검찰에서 조사받던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비서관과 변호사, 검사들의 모습을 가져온 것이다. 황 감독은 “당시 언론을 통해 (우병우가 팔짱 끼고 조사받는) 사진이 공개됐을 때 많은 이들이 검찰 조직의 진실을 목도하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나”라면서 “관객들이 당시를 떠올릴 수 있게 의도적으로 연출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2021년에 쓴 시나리오인데 지금 시점의 검찰조직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영화라고 평가를 받으니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모든 게 폭로되고 구 검사가 패잔병처럼 떠나는 검찰청 부속실 벽에 난파선 같은 주변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번듯하게 걸린 액자가 관객의 시선을 끈다. 힘 있는 붓글씨로 적힌 ‘소훼난파’(巢毁卵破)는 ‘둥지가 부서지면 알이 깨진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황 감독은 말했다. “법이 망가지면 국민이 다친다는 뜻으로, 실제 한 검사실에 걸려있던 글귀입니다. 지금 누가 둥지를 부수려고 하는지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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