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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갔을때 사고위험 없다더니 몇시간후 붕괴”…내 발밑으로 온 싱크홀 [기자24시]

매일경제 최예빈 기자(yb1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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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14일 구조대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 2025.4.14 <연합뉴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14일 구조대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 2025.4.14 <연합뉴스>


최근 광명시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사고처럼 가슴을 쓸어내린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사고 직전까지도 “위험은 없다”는 관계자 말에 기자들은 현장 구석구석을 취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들이 철수한 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건물까지 삼켜버린 거대한 싱크홀(땅꺼짐)이 나타났다.

현장에 나갔던 동료들에게 “괜찮냐”는 안부 인사가 오가던 그날, 싱크홀이란 단어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내 발밑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러나 여전히 싱크홀이 내 발밑으로 다가오는 걸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고질병 같은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신안산선 붕괴 현장은 결코 갑자기 생긴 싱크홀이 아니다. 7년 전 환경영향평가 단계부터 지반침하 우려가 나오며 싱크홀은 우리 발밑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조차도 엉터리로 지반조사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선이 지나가는 위치와 다른 지역의 지반을 조사하는 등 믿기 힘들 정도로 허술했다.

착공 후 이어진 사후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지반침하 관련 모니터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년 전 감사원이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붕괴 직전에도 싱크홀은 경고음을 울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지하터널과 상부도로가 함께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기 17시간 전 이미 터널을 떠받치는 중앙 기둥 파손이 확인된 것이다. 곳곳에서 붕괴 조짐이 드러났지만 이를 축소 보고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더 황당한 건 서울 서대문구, 강동구 등 싱크홀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비공개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까 염려한 결과다.


우리는 지금, 진짜 ‘싱크홀’ 위에서 살고 있다. 언제든 꺼질 수 있는 지반 위에 서 있으면서도 대책은 땜질 수준에 머무른다. 대체 얼마나 더 가까이 싱크홀이 다가와야 이 무감각한 안전불감증이 깨질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곱씹으며 현장으로 향한다.

최예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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