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헌재는 지난 10일 금전채무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에서 문제가 된 법정이율 관련 조항들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1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결정의 핵심 쟁점은 일반 금전채무의 법정이율을 연 5%로 규정한 민법 제379조와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법정이율을 연 6%로 규정한 상법 제54조, 그리고 금전채무 이행을 명하는 판결에 적용되는 법정이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현행 12%)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민법과 상법의 법정이율 조항에 대해 이율에 관한 일반적 기준을 정해 두는 것이 거래의 안정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법률이 일정한 이율을 사전에 고지해 당사자들에게 명확한 행위지침을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법정이율 고정제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이를 대체할 명백한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상사법정이율(6%)이 민사법정이율(5%)보다 높게 설정된 것은 상거래가 일반 민사거래보다 자금 수요가 많고 자금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더 큰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촉진법 제3조 조항에 대해서는 소송지연과 상소권 남용을 막고 신속한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봤다. 소송을 지연시킬수록 채무자는 더 높은 이율의 지연손해금 채무를 부담하게 되어 불필요한 소송지연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채무자의 항쟁이 타당한 경우 이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두어 채무자를 보호하고 있으며, ‘연 40% 이내’라는 상한선과 ‘은행 연체금리 등 경제여건’을 고려하도록 명시해 위임의 범위가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고정 법정이율 제도가 시장금리와의 괴리를 발생시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경제적 형평성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 기준금리 등에 연동해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법정이율 변동제’가 더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으로 1958년 제정된 민법의 연 5% 법정이율과 1962년 개정된 상법의 연 6% 법정이율, 그리고 소송촉진법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정이율(현행 12%) 체계는 일단 유지되게 됐다.
다만 김형두 재판관의 반대의견처럼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법정이율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향후 입법적 개선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법무부가 2023년부터 민법개정위원회를 꾸려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한 끝에 마련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변동형 법정이율제 도입’이 포함돼 있다. 민법개정위원들은 현행 민법에서 법정이율이 연 5%로 고정돼 있어서 경제 상황 변화 시 오히려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변동형 법정이율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지난 2~3월 입법예고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 등 개정 절차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