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요구, 당 지지 않는 집단 개입 우려"
김두관 "김대중 노무현 정신 저버려" 경선 거부
김동연도 "중대한 절차적 흠결" 비판
김두관 무소속 출마 고심, 흥행·본선에도 영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에 가뜩이나 맥 빠진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잡음만 노출했다. 민주당은 14일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룰을 확정했지만, 비이재명계 김두관 전 의원이 "특정 후보를 위한 룰"이라고 반발하며 경선 참여를 거부했다. 본선 승리까지 끌고 갈 역동적 에너지를 만들어야 할 경선이 축제가 되긴커녕 이재명 일극체제의 민낯과 원팀의 한계만 노출시켰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선택' 우려한 경선 룰 "당원 요구 강했다"
민주당은 이날 중앙위원회를 열고 이번 대선 경선 룰을 ‘국민참여경선’(권리당원 50%·일반 국민 여론조사 50%)으로 확정했다. 지난 세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이 준용한 ‘100% 국민선거인단 투표’(당원과 일반 국민선거인단 모두 1인 1표 방식)에서 권리당원 위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기존 방식에서는 각 주자가 선거인단을 더 모으기 위해 경쟁하면서 후보들의 메시지와 인물 경쟁력이 드러났다. 이번에 선택한 방식은 권리당원에게 50%의 투표권이 우선 배정된다. 당에서 영향력이 압도적인 이 전 대표에 유리한 구조다.
민주당은 ‘역선택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2022년 대선 경선 당시 3차 국민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 득표율은 28.3%에 그치며 권리당원 투표를 포함한 전체 득표율(50.29%)에 크게 못 미쳤다. 1차 선거인단(51.09%), 2차 선거인단(58.17%) 득표율과도 큰 차이가 났다. 친명계에서는 특정 종교집단 등의 조직적 역선택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은 '당원'의 영향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입장이다. 이춘석 특별당규위원장은 “(역선택 방지에 대한) 당원들의 요구가 굉장히 강했다”라며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선거인단에 들어올 경우, 합리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경선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김대중·노무현 정신 저버린 경선" 비명 후보 반발
비명계 후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명분에도, 절차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3년간 당대표를 하면서 당을 장악한 이 전 대표가 권리당원 표를 독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국민 투표도 변수가 적은 여론조사를 택한 것은 이 전 대표의 ‘부자 몸조심’을 도와주는 격이라는 비판이다.
경선룰 결정 과정에서 당이 후보들의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반발도 나왔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기존 규칙을 크게 바꾸는 내용인 만큼 사전 협의가 필요했다”며 “경선 룰을 완전히 바꾸는 상황에서 대리인 회의도 없었다는 것은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경선룰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도 "후보 진영과 충분히 협의하고 논의해 바람직한 결론을 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경선 룰 논란으로 민주당 경선 흥행은 물론, 이 전 대표의 포용 이미지 구축도 쉽지 않아졌다. 당장 경선이 이 전 대표와 김동연 지사, 김경수 전 지사 등의 3파전으로 압축되면서 다양성과 역동성은 줄어들게 됐다. ‘보이콧’을 선언한 김두관 전 의원은 경선 불참에 이어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경선 룰 논란에 대한 언급 없이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선택을 받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민주당을 힘있게 견인하고 있는 두 분과 함께 경쟁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치열하게 경쟁하되, 통 크게 단합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국 4개 권역(충청, 영남, 호남, 수도권, 강원·제주) 순회경선에서 얻은 후보별 권리당원 득표를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합산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19일에는 충청권, 20일 영남권, 26일 호남권, 27일 수도권과 강원·제주까지 순회 경선으로 진행한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