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오전 10시20분쯤 수미시를 향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수미 시립대 건물과 거리 한복판을 직격한 미사일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34명이 사망했고, 117명이 다쳤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공습 중 최다 사상자라고 전했다. 특히 기독교 주요 기념일인 종려주일을 맞아 많은 시민들이 교회로 향하다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염 휩싸인 거리 1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수미시 도심 한복판에 떨어져 건물이 무너지고 거리의 자동차들이 불타고 있는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국(SES) 제공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적의 미사일은 평범한 도시 거리, 평범한 삶을 공격했다”며 “사망자와 부상한 민간인이 수십명인데 이는 비열한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CBS방송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강대국의 강력한 대통령으로서 반드시 우크라이나의 편이 돼야 한다. 미국이 중립적이길 원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디 어떠한 종류의 결정이나 협상을 계획하기에 앞서 이곳에 와서 사람들을, 민간인과 전사들, 병원, 교회, 다치고 죽은 어린이들을 봐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키스 켈로그 미국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오늘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공격한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라며 “전직 군 지도자로서 이 표적 공격이 잘못됐음을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제재 여부 등 후속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공격에 대해 “그들이 실수했다고 들었지만 끔찍한 일이다”면서 이번 공격을 ‘실수’로 치부해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을 강하게 규탄했다. 다음달 독일 차기 총리로 선출될 예정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심각한 전쟁 범죄”라며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러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향까지 내비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 전쟁은 러시아가 단독으로 시작했고 오늘 러시아 혼자 이 전쟁을 계속하기로 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러시아는 인간의 생명과 국제법,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기간의 종료가 다가오면서 ‘에너지 휴전’이 이어질지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지난달 23∼2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연달아 회담한 뒤 16일까지 흑해상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합의를 끌어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14일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공격 중단은 본질적으로 우크라이나 측이 준수하지 않았다”며 연장에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30일간의 에너지 휴전 준수 실태를 분석할 때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면서 “그 이후 최고 사령관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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