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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주의대 복학생 신상 유포…집단 괴롭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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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복학한 제주대 의대생 ㄱ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유출된 모습. ㄱ씨 제공




“수업에 복귀했다는 이유로 제 인스타그램에 수천 명이 들어와 가짜 계정으로 저를 조롱하는 댓글을 달고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건 그냥 사람 죽이겠다는 의도 아닌가요.”



지난 12일 제주대 의대에 재학 중인 ㄱ씨는 지인으로부터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자신의 신상이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메디스태프를 이용하지 않는 ㄱ씨가 전달받은 게시글에는 ㄱ씨의 얼굴과 프로필이 있는 인스타그램 캡처가 올라가 있었다. 게시물 이름은 ‘제주대 특산물 감귤’이었다. ‘감귤’은 병원이나 의대에 남거나 복귀한 전공의·의대생을 ‘감사한 의사들’이라고 조롱하며 부른 것에서 파생된 은어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등에 반발해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ㄱ씨처럼 복귀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 대한 온라인 집단 괴롭힘이 사라지기는커녕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정부는 괴롭힘을 막기 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은 물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메디스태프의 긴급 폐쇄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이를 비웃듯 온라인상 신상 유포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신원이 확인된 의사·의대생만 가입할 수 있는 메디스태프에서 이런 일이 주로 벌어진다. 가입자는 인증을 받은 휴대폰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만 접속할 수 있고, 화면 캡처가 불가능하고 화면 배경에 고유한 회원 번호를 워터마크로 삽입해 게시글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ㄱ씨가 집단 괴롭힘의 표적이 된 것은,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의 투쟁 노선에서 벗어나 올해 1학기부터 수업을 듣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집단 괴롭힘의 양상은 악질적으로 진화했다.



“신고를 받는 교육부가 업무를 하지 않는 토요일에 신상 유포를 했다는 점이 가장 악의적으로 느껴졌어요. 추적을 피하려고 게시글을 계속 올렸다 지웠다 했고요.” ㄱ씨가 말했다. 게시자는 또 게시글에 사람의 이름이 나오면 바로 ‘○○○’으로 익명 처리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ㄱ씨의 이름이 들어간 사진을 올리는 식의 꼼수를 사용했다.



한겨레

신상이 유출된 ㄱ씨를 향해 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달린 악성 댓글과 인스타그램 계정 등으로 온 협박 및 비방 메시지. ㄱ씨 제공


이 과정에서 ㄱ씨가 전문대에서 의대로 편입한 학생인 것이 알려져 관련한 악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ㄱ씨의 신상을 유포한 게시글에는 “감귤 평생에 사생활 신상 박제는 당연한 거지”, “XX대 간호학과 출신이네. 저런 걸 뽑는 제주대 수준”, “애비(아빠)가 교수일까” 등의 댓글이 달렸다. ‘간호사’와 여성 비하 욕설을 합친 욕설도 있었다. 메디스태프에서 유출된 ㄱ씨의 에스엔에스(SNS) 계정으로 ㄱ씨에게 유령 계정을 통해 직접 악성 댓글과 메시지를 보낸 경우도 있었다. 악성 댓글 가운데는 외모 비하와 성희롱성 내용부터, “내가 학교 선배인데 넌 앞으로 전공의를 할 때 ‘마이너과’(인기가 좋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는 못 갈 것”이라는 협박까지 있었다.



ㄱ씨는 이 일로 정신적 충격이 크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제 게시글 조회 수를 보니 3천명 이상이 유입됐더라고요. 그 많은 사람이 저를 조롱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힘듭니다. 사람을 살리겠다며 의사가 되겠다는 이들이, 제가 수업을 들었다는 이유로 죽이려 드는 게 맞는 건가요.” ㄱ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제가 극단적 선택이라도 하면 어땠을까 싶다”며 “정신과 상담을 받으려고 한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이러한 신상 유포가 계속되자 엄정 대응하겠다며 의과대학 학생 보호·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성명 불상의 신상 유포자들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해왔다. 이에 신상 정보 유포자로 지목된 일부 전공의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나, 메디스태프 특성상 유포자를 바로 특정하기 어려워 실질적인 조처가 이뤄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메디스태프 관계자는 한겨레에 “시스템상 게시글을 게시한 지 24시간이 지나면, 게시자가 누군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럴 경우 수사 기관에서 영장을 집행해도 제공할 수 없는 게시자 정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현재 ㄱ씨의 신상 유포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의뢰를 검토 중이다. 앞서 교육부는 메디스태프가 이런 게시글을 방치해 수업에 돌아가고 싶은 의대생들의 복귀를 막고 있다며 지난달 방심위에 메디스태프의 긴급 폐쇄를 요청했다. 그러나 방심위는 메디스태프에 수사 의뢰된 게시물은 삭제하는 식으로 자율 규제를 강화하라고 당부하며 폐쇄 요청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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